민주당 박선숙 의원이 제출한 신용정보의이용및보호에 관한법률(이하 신용정보법) 일부 개정안에 대해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긍정적인 검토보고서를 발표했다. 이는 신용조회기록을 개인신용등급 산정에 반영하는 것을 금지한 법안으로 국회에서 통과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 개정안 신용조회 요소 등급산정에서 제외
박 의원이 제출한 신용정보법 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금융거래를 위한 신용조회만을 이유로 신용정보주체의 신용도 등 신용정보에 영향을 주거나 상대방과의 상거래 설정을 거절하거나 중지할 수 없도록 했다. 또한 금융기관이 개인신용정보에 근거해 상대방과의 상거래 설정을 거절하거나 중지하는 경우 당사자의 요청으로 그 근거가 된 신용정보를 당사자에게 고지할 의무를 부과했다.
이에 대해 정무위원회는 “일시적 자금압박에 의해 대부업체나 상호저축은행 등 서민금융기관의 대출을 이용하는 과정에서 신용조회가 이뤄진 경우 은행 등 제1금융권과의 금융거래가 사실상 어려워지는 현실을 감안할 때, 신용조회 자체만으로 개인의 신용도에 영향을 주는 것을 방지할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신용정보 업계에서는 신용등급 산정방식에 법적 제재가 가해질 경우 어렵게 쌓아온 등급산정의 신뢰도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A신용정보사 관계자는 “금융기관 등은 신용등급이 그다지 나쁘지 않더라도 CB사를 통해 신용조회기록만을 보고 거래를 거절하는 것이 대부분이고 이같은 과정이 부당해서 시정해보겠다는 것이 입법취지”라며 “하지만 엉뚱하게도 조회기록을 신용등급에 반영하는 것을 금지하는 방법을 통해서 그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더욱 큰 문제를 야기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 신용등급에 신뢰성 떨어져 CB산업 후퇴
신용정보업계에서는 단순히 조회기록만 등급산정에서 제외한다고 해도 입법취지에 부합하는 의도를 실현할 수 없을 것이며 오히려 CB(개인신용정보) 산업의 후퇴라는 역효과만 가져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B신용정보사 관계자는 “금융기관들은 신용등급과 관계 없이 조회기록 그 자체를 열람하고 거래를 거절하는 것이므로 조회기록을 신용등급 산정에 반영할 수 없도록 금지한다고 하더라도 개정안이 의도하는 입법취지는 달성 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한 조회기록을 신용등급 산정에서 제외하게 된다면 연체기록 등 다른 정보의 신용등급에서의 반영비중이 증가할 수밖에 없고 이는 발전하고 있는 세계 CB업계의 흐름에 역행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 금융위 이창용닫기이창용기사 모아보기 부위원장도 “바람직하지 않다”
금융위원회 이창용 부위원장도 신용조회기록은 신용등급 산정에 있어 중요한 요소이며 이를 배제할 경우 불량률에 대한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에 신용조회기록을 배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한 방향이라고 설명했다.
이 부위원장은 “서민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받기 위해서 개인정보를 조회할 때는 신용점수에 영향을 주게 된다”며 “개인 조회 수 등의 요소가 불량률에도 상당히 영향을 주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또 이 부위원장은 “따라서 감독 당국이 직접 개입해서 써라, 쓰지 말라, 얘기하기는 좀 어려운 상황”이라며 “신용조회기록을 못 쓸 경우에는 모든 사람에게 불량률에 대한 비용을 다 받아야 되기 때문에 이걸 반드시 완전히 쓰지 못하게 한다는 것은 굉장히 바람직하지 않은 방향”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근본적인 해결책을 통해 신용조회기록을 신용등급에 반영하는 비중을 줄이면서 실질적으로 조회기록을 근거로 거래를 거절하지 못하도록 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우선 우량정보 집중을 통해 조회기록의 반영비중을 업계 스스로 낮출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 주는 방안이 제시됐다. 현재 신용정보회사들은 조회기록만을 보유하고 있는데, 거래 신청에 따른 금융기관들의 거래 승인·거절 여부는 알 수 없는 상황이다.
C신용정보사 관계자는 “따라서 금융기관들이 신용조회 이후 거래 승인, 거절여부에 대한 정보를 CB사에 제공하게 차등반영하게 한다면 현재의 문제점은 개선할 수 있다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 창구부터 실질적 개선하고 우량정보 활용해야
실제로 선진국의 경우에도 신용조회를 신용등급 산정의 요소로 사용하고 있으면서 우량정보의 사용으로 신용조회 사용비중을 낮추고 있다. 전세계 선진CB스코어를 제공하고 있는 미국의 FICO스코어의 정보별 활용비중은 상환이력(연체, Payment history) 35%, 부채수준(Amount owed) 30%, 신용이력기간(Length of credit history) 15%, 조회정보 및 신규개설계좌 관련(New credit) 10%, 신용형태(Types of credit in use) 10%를 차지하고 있다.
실질적으로 우량정보를 활용할 경우 대출승인율이 증가한다는 분석도 나왔다.
세계적인 신용정보사 엑스페리안의 분석자료에 따르면 목표 부도율을 3%정도로 잡고 불량정보만 사용할 경우 대출 승인율이 39.8%밖에 되지 않았지만 우량정보와 불량정보 모두 활용할 경우 대출승인율은 74.8%로 높아졌다.
A신용정보사 관계자는 “창구에서 대출승인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엑스페리안 자료에서도 분석된 것처럼 우량정보와 불량정보를 모두 활용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기반을 마련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업계에서는 입법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금융기관의 창구에서 신용조회만으로 거래를 거절할 수 없도록 하는 규제가 실질적이라고 강조했다.
업계 한 전문가는 “금융위기로 인해 자금이 필요한 고객들이 단순히 신용조회 횟수가 많다는 이유로 거래가 거절되는 경우가 있는데 신용조회기록을 신용등급 산정에서 제외한다고 해도 이같은 본래 목적은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며 “개정안의 입법의도를 제대로 살리기 위해서는 금융기관의 창구에서 신용조회 정보만으로 금융거래를 거절할 수 없도록 하는 규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고재인 기자 kji@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