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화스와프, 美와 규모 확대…中·日과 추진
금융위기의 초동 진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시장의 불안 심리는 증폭되고 있다. 금융기관은 자금확보에 비상이 걸렸고 자금의 회전이 어려워져 가계와 기업 부문의 본격적인 금융위기의 전이가 시작될 것이라는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이에 대해 시장의 불안 심리를 우선 불식 시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금융과 실물 부문에서 과감한 선제적 조치를 단행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삼성경제연구소 정호성 수석연구원은 ‘한국의 금융위기 가능성 진단’이라는 보고서를 내고 이같은 내용을 설명했다.
본지는 이 보고서를 통해 국내 금융시장의 위기 가능성을 살펴봤다.
◇ MPI지수 상승으로 위험권 진입
이 보고서는 최근 들어 외환보유고 대비 단기외채가 가파른 증가세를 보임에 따라 외환시장의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2008년 2분기 기준 단기외채가 1756억 달러로 최근 2년간 83.9% 증가했다.
반면 동기간 외환보유고 증가율은 15.0%에 그쳐 외환위기 압력 증가의 요인으로 작용했다. 2008년 2분기 외환보유고 대비 단기외채 비율이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최고치인 68.2%를 기록했다.
또한 환율과 주가를 비롯한 금융변수들의 변동 폭도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원달러 환율은 11월 24일 현재 1509원으로 9월 1일 1087원에서 38.9% 상승했다.
10월 30일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로 환율 폭등세는 진정되는 듯했으나, 11월 7일 환율이 1320원을 기록하며 체결 이전 수준으로 재상승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는 최고 1501p에서 최저 938p까지 60% 이상 하락했다.
정 수석연구원은 “외환시장이 혼란을 거듭하면서 외환위기압력지수(MPI;Market Pressure Index)가 급격히 상승했다”고 말했다.
MPI는 외환시장 위기의 강도를 보여주는 지표로서 환율 변동률과 외환 보유고 변동률을 정규화한 후 합산한 지수이다.
정 수석연구원은 “이 지수에 따르면 한국은 이미 임계치인 0.83을 상회하고 있어 위험권에 진입한 상태”라며 “MPI의 증가는 최근 1년간 외환보유고 증가율에 비해 환율의 절하 폭이 커진데 기인한다”고 말했다.
10월 현재 전년 동월비 환율과 외환보유고 상승률은 각각 45%, -18.4%로 나타났다.
◇ 환율급등·주가급락 등 외환위기와 유사
한편, 이 보고서는 수출이 한국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하며 외환위기 압력을 낮추고 있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2008년 8월과 9월의 전년 동월비 수출액 증가율은 각각 18.2%, 27.7%로 양호한 수준을 유지했다. 10월 수출액 증가율은 8.5%로 약간 둔화됐지만 수입 감소로 무역수지는 지난 6월 이후 4개월 만에 흑자로 전환됐다. 전반적인 수출 환경을 나타내는 교역조건지수는 지난 2008년 4월 이후 6개월 연속 하락해 악화되는 추세이다. 2007년 1월 89.2%에서 2008년 9월 77.5%까지 하락세가 지속됐다.
하지만 금융시장 혼란으로 외환위기가 재발할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이 일부에서 대두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 수석연구원은 “표면적으로 나타나는 금융현상들이 1997년 외환위기 당시와 유사한 현상을 보이면서 외환위기 재발에 대한 위기감이 대두됐다”며 “환율 급등, 주가급락, 외국인투자자금 유출과 외환보유액 감소 등 금융지표들의 움직임이 외환위기 당시와 유사하다”고 말했다.
또한 위기설로 인해 달러화에 대한 가수요가 발생하면서 환율 상승 압력이 더욱 높아지고 주가 하락이 가속되는 악순환이 지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 수석연구원은 “원화가치 하락을 예상한 기업과 개인이 달러 보유를 늘린 것도 일부 달러 부족현상을 부채질하고 있다”고 말했다.
◇ 외환위기 재발 가능성은 낮아
이 보고서는 CFSI를 통해 국내 금융시장의 위험가능성을 평가했다.
CFSI(종합금융안정지수)는 외환시장 및 금융시장의 건전성 및 위험도와 관련이 깊은 금융변수에 거시경제 지표 및 국가 신용등급을 가미해 하나의 지수로 합성한다. 후보변수에 대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이들에 대한 적합성 검증을 거쳐 25개 지표를 최종적으로 선정한다.
최종 종합지수는 각 그룹별로 주성분 분석을 통해 제1, 2 요인만을 추출한 후 변동에 미치는 영향의 정도에 따라 가중치를 부여한다. 수치가 작을수록 금융시스템이 안정적이며 클수록 불안하다는 것을 나타낸다.
CFSI 지수를 통해 평가한 결과 2008년 하반기부터 외환시장의 위기 압력이 어느 정도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정 수석연구원은 “2008년 8월 종합금융안정지수는 0.53으로 2001년의 세계 경기 둔화 및 9.11테러(0.23), 2003년의 카드사태(0.21) 당시의 위기수준을 상회한다”며 “현재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로 외환시장이 급박하게 몰리고 있음을 반영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외환위기 재발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평가했다.
종합금융안정지수는 1997년 12월 외환위기 당시의 약 3분의 1 수준으로 외환위기를 우려할 만한 단계는 아니라고 분석했다.
2008년 8월의 지수는 0.53으로 1997년 12월의 최고점(1.74)의 30% 수준이며 1996년 이전과 비슷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9월과 10월에는 각각 0.47, 0.35로 하향 안정화됐다는 평가다.
정 수석연구원은 “다만 현 상태가 상당기간 지속될 경우 과거처럼 상황이 갑작스럽게 악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같은 지수는 외환위기 직전 약 1년간 0.5 이상의 고수준을 유지하다가 급등한 바 있다.
◇ 현재 불안심리 해소가 관건
이 보고서는 외환위기 가능성은 낮지만 선제적인 정책 대응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외환위기가 재발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대두되고 있으나 현재로서는 그 가능성이 거의 없는 것으로 평가했다.
정 수석연구원은 “환율 급등, 주가 급락 등 표면적으로 나타나는 금융현상과는 달리 펀더멘털이 1997년 외환위기 당시보다 양호하다”면서 “펀더멘탈을 고려한 종합금융안정지수가 외환위기 당시의 3분의 1수준으로 나타나 현 시점에서 외환위기 가능성은 매우 낮은 것으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10월말 기준으로 외환보유액이 2100억 달러를 넘는 등 양적으로 확대되었을 뿐만 아니라 한·미간 300억 달러 규모의 통화스와프 체결 등을 통해 외환보유 가용규모가 크게 확대됐다.
하지만 현재 시장에 상존하고 있는 불안 심리를 해소하는 것이 관건이라는 분석이다.
시장이 자기예언적 실현에 빠지는 것을 경계할 필요가 있다는 것. 불안 심리로 가계와 기업이 긴축하고 돈을 안 쓰면 경제가 더 안돌아가 모두가 피해를 보는 악순환이 발생한다는 지적이다.
또한 신용경색의 여파로 기업이 현금 확보에만 매달릴 경우 절약의 역설에 빠져 더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시장 참여자들이 불필요한 불안감을 갖지 않도록 정부는 일관성 있는 정책 집행과 아울러 구체적인 청사진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위기상황이 발생하기 전에 정부는 가능한 모든 정책 수단을 동원해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수석연구원은 “시장의 불안 심리를 잠재우려면 정부는 금융과 실물 부문에서 과감하고 선제적인 조치를 단행해야 한다”며 “경상수지 및 자본수지 관리를 통한 환율 안정과 민간부문의 단기외채의 장기 전환 등을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정 수석연구원은 “특히, 환율 상승이 종합금융안정지수를 높인 주요 원인인 만큼 환율 하락을 위해 보다 충분한 외환 보유고 확충 노력과 적절한 시장개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서는 기존의 한·미간 통화스와프 규모를 확대하고 한·중·일 통화스와프를 적극 추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 최근 환율과 주가 변동 최고치 >
(자료 : 한국은행, ECOS DB)
고재인 기자 kji@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