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시 주관적인 판단개입 대손비용 등 영향
업권·상품별 단계적 경보로 사전관리 가능케
금융기관들은 금융위기에 따른 유동성 확보와 자산건전성을 높이기 위해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자산건전성을 안정적인 수준으로 유지하기 위해 일부 대출 등은 대폭 축소하고 있다.
하지만 금융업권별 자산건전성 분류 기준은 제각각 이어서 자산건전성 지표가 위험관리의 사전적 지표로 제 기능을 못하고 있는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국기업평가 유준기 선임연구원은 이같은 내용의 ‘금융업권별 자산건전성 분류 기준 및 개선 과제’란 보고서를 냈다.
이 보고서를 통해 국내 금융기관의 자산건전성의 현황을 살펴봤다.
◇ 기준 상이해 비교만으로 우열 판단 어려워
이 보고서는 금융기관의 경영에 있어서 유동성과 자산건전성 관리가 금융기관의 생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 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1998년 외환위기 이후 정부 주도의 금융권 구조조정 과정에서 여신부실화 정도가 심각한 금융기관들이 퇴출 또는 대규모 공적자금 투입을 통해 구조조정 됐으며, 2003년 카드사태도 자산부실화에 대한 우려가 유동성 문제로 전이되면서 발생한 바 있다.
유 선임연구원은 “자산건전성은 금융기관이 계속기업으로 존속하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로 확인된 바 있으며, 최근 금융위기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그 중요성이 재차 부각되고 있다”고 있다.
금융기관의 자산건전성이 중요한 만큼 이에 대한 관리도 체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금융기관은 금융업권별 감독규정에서 정한 기준에 따라 자산건전성을 분류하고 관련 정보를 주기적으로 공시하는 한편, 자산건전성에 상응한 충당금을 적립해 발생 가능한 손실위험을 관리하고 자산부실화에 대비한 완충능력을 갖추도록 감독 받고 있다.
현행 자산건전성 분류 및 충당금적립 기준은 감독당국이 각 금융업권별 감독규정을 통해 제시하고 있는 최저 기준을 토대로 각 금융기관들이 자체 기준을 자율적으로 설정, 적용하고 있다.
또한, 최저 기준은 외환위기 이후 다양한 자산부실화 경험이 축적된 가운데 금융권을 둘러싼 경영환경 변화에 대한 대응력을 제고하는 방향으로 진화해가는 과정을 거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보고서는 금융업권별 또는 동일 업종 내에 속한 기업의 자산건전성 분류 기준이 상이해 단순히 공시되는 자산건전성 관련 지표의 상대적 수준을 비교하는 것만으로는 자산건전성의 우열 정도를 판단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또한 자산건전성 분류 기준이 중간에 변경된 경우 시계열 추이 분석에 있어서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 연체기간으로 자산건전성 분류 기본
자산건전성 분류는 업권과 관계없이 공통적으로 차주의 채무상환능력, 연체기간 및 부도 등 Event 발생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정상, 요주의, 고정, 회수의문, 추정손실의 5단계로 분류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이 보고서는 은행, 여전사, 저축은행 등 모든 업권에서 거래처의 채무상환능력을 평가해 이를 바탕으로 자산건전성을 분류하는 것을 기본 원칙으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채무상환능력을 판단하는데 있어서 은행 이외의 업권에서 금융거래 내용, 신용상태 및 경영상태 등 현재의 상태를 중심으로 하는 반면, 은행은 경영내용, 재무상태 및 미래현금흐름 등 현재 상태뿐만 아니라 미래 전망도 반영해 채무자의 채무상환능력을 판단하도록 하고 있다.
다만, 실제 적용에 있어서 가계여신의 경우 주로 연체기간을 기준으로 자산건전성 분류를 하고 있으며, 기업여신에 대해서는 채무상환능력 평가를 위한 신용평가 모형 구축을 통해 Forward Looking Criteria에 의해 미래현금흐름을 추정해 미래상환능력을 평가하도록 하고 있다.
한편, 은행의 카드 이외 채권과 은행과 여전사의 카드채권의 경우 3월 이상 연체된 채권 중 회수예상가액을 고정으로 분류하고, 회수예상가액 초과분 중 은행의 카드 이외 채권은 12월 연체를, 은행과 여전사의 카드채권은 6월 연체를 기준으로 회수의문과 추정손실을 구분하고 있다.
반면, 여전사의 가계대출, 여전사의 기타채권 및 저축은행의 모든 채권의 경우 3월 또는 6월 이상 연체 자산 중 회수예상가액을 고정으로, 회수예상가액 초과분 중 손실이 예상되는 금액과 손실이 확실한 금액을 각각 회수의문과 추정손실로 분류하고 있다.
유 선임연구원은 “회수의문과 추정손실 분류시 은행과 카드채권의 경우 연체를 기준으로 삼는 반면, 여전사의 카드 이외 채권 및 상호저축은행의 모든 채권은 손실의 확실성을 기준으로 삼고 있어 다소 주관적인 판단이 개입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 연체기간 산정방식 업권별 차이 상존
또 이 보고서는 자산건전성 분류시 중요한 기준이 되는 연체기간 산정 방식 역시 업권별로 일부 차이를 보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2006년말 이전까지는 은행, 여전사, 저축은행 공통적으로 원금 기준을 사용했지만 은행의 경우 2007년 1월 1일 이후에는 국제적 기준 적합성 제고 등을 위해 보다 엄격한 원리금 기준을 사용하고 있다.
유 선임연구원은 “연체기간 산정 방식에 따라 동일한 차주에 대해 업권에 따라 상이한 자산건전성 분류 결과가 적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기업에 대한 대출의 경우 연체기간 산정 방식뿐만 아니라 연체기간에 따른 자산건전성 분류 기준까지 은행이 여전사보다 보수적이어서 자산건전성 분류 결과의 차이가 더욱 커진다고 설명했다.
은행의 채권은 유형과 관계없이 1월 이상 연체가 요주의로 분류되는데 비해, 여전사의 기업대출(카드채권 및 개인대출 이외 채권)은 3월 이상 연체가 요주의로 분류된다. 따라서, 기업이 은행과 여전사로부터 대출을 받은 후 이자를 1회 납부하지 않은 경우 은행은 이자미납일로부터 1월 경과시 요주의로 분류하는데 비해, 여전사는 이자미납일로부터 3월+14일 경과시 요주의로 분류한다. 결국 이자미납일로부터 3월에서 3월+13일까지 동일 채권을 은행은 고정으로 분류하고 여전사는 정상으로 분류하게 된다.
◇ 감독당국 충당금 적립기준 탄력적 운용
대손충당금의 최소적립률은 업권별, 채권유형별, 차주성격별로 구분해 정하고 있다.
이 보고서는 비교적 열위한 자산건전성 분류 구간의 경우 고정 20~30%, 회수의문 50~75%, 추정손실 100%로 업권별로 대손충당금의 최소적립률이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 반면, 정상 0.5~3%, 요주의 1~15%로 상대적으로 양호한 자산건전성 분류 구간에서 업권별, 채권 유형별로 비교적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유 선임연구원은 “과거에는 정상 0.5~1%, 요주의 2% 내외로 업권별로 대손충당금 최소적립률이 유사한 수준이었지만, 신용카드 채권, 여전사 가계여신 및 저축은행 PF에 대한 정상, 요주의에 대한 충당금 적립 강화 등에 따라 현재와 같이 업권별, 채권 유형별로 큰 차이가 나타나게 됐다”고 말했다.
또 유 선임연구원은 “감독당국은 대손충당금 최저 적립 기준을 탄력적으로 운용해 특정 업권이나 업종의 신용위험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 손실흡수능력을 제고하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손충당금 최저 적립 기준의 최근 주요 변화를 살펴보면, 여전사의 경우 신용카드채권에 대한 충당금 적립 기준 강화 및 미사용 약정에 대한 충당금 적립 규정 신설을 통해 은행의 신용카드채권과 일관된 기준이 적용되도록 했다.
또한 은행의 기업여신, 여전사의 가계여신, 저축은행의 PF대출에 대한 충당금 적립 기준 조정을 통해 신용위험 확대 가능성에 대비하도록 하고 있다.
◇ 분류결과뿐만 아니라 보완적 지표 추가활용 필요
이 보고서는 자산건전성 분류 과정에 다소 주관적인 판단이 개입되어 대손비용 등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유 선임연구원은 “감독당국이 제시하는 대손충당금 최소 적립 기준에 따라 자산건전성 분류별로 대손충당금을 적립하기 때문에 자산건전성 분류 결과가 대손비용 결정에 직접적인 역할을 한다”며 “특히, 여전사의 카드 이외 채권 및 상호저축은행의 모든 채권은 회수의문과 추정손실 분류시 손실의 확실성을 기준으로 삼고 있으며, 다양한 Event를 요주의와 고정 분류의 예시로 열거하고 있어 실제 적용에 있어 다소 주관적인 판단이 개입될 여지가 존재하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업권간 자산건전성 비교시 자산건전성 분류 결과만을 이용하기 보다는 연체율 등 보완지표를 추가로 가공,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유 선임연구원은 “연체율 역시 연체기간 산정 방식이 업권별로 다르다는 점과 실질적으로 연체채권인 대환자산이 연체율 산정에서 제외될 수 있다는 점에서 한계를 내포하고 있긴 하나, 대환자산을 연체채권으로 재분류하는 등의 조정을 통해 일정 수준 업권간 비교 가능성을 제고시킬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 자산건전성 지표 산정 주 요인 공시 필요
이 보고서는 자산건전성 분류 및 공시가 의미를 갖기 위해서는 자산건전성 저하 가능성에 대해 위험신호를 제공하고 이에 대해 관리를 가능하게 하는 사전 경보 기능 측면이 보다 강조되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자산건전성 지표가 위험관리를 위한 사전적 정보로 활용되기 위해서는 금융업권별로 상이한 자산건전성 분류 기준을 적용하기 보다는 대출상품의 상환 관련 특성의 유사성을 기준으로 모든 금융업권에 대해 일관성 있는 자산건전성 분류 기준을 적용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금융업권별 충당금 적립 여력이 상이한 만큼 동일 유형의 자산건전성 분류 자산에 대해 업권별로 다른 충당금적립률을 적용하고 점진적으로 그 차이를 완화해 가는 방안을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한편, 연체율 또는 자산건전성 지표를 비교 분석하는데 있어서 실질적인 측면에서의 위험 정도와 변화 추이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해당 지표 산정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사항에 대한 공시가 수반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고재인 기자 kji@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