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푸어스(S&P), 피치, 무디는 외화 유동성 위기 영향으로 국내 은행들을 부정적으로 평가한 바 있다. 이후 우리나라 정부가 시중은행을 지원하는 지급보증 방안을 내놓으면서 이같은 평가는 다시 원위치 됐다.
◇ 은행의 자금조달 문제 심각한 수준은 아니다
22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국제 신용평가사들의 외화 유동성 위기 경고 조치로 인해 정부가 움직이게 됐고 이에 따라 다시 시장이 안정화 됐다는 평가다. 이에 국내 신용평가사의 이같은 기능이 미흡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처음 은행들이 외화 유동성 위기를 맞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는 손을 놓고 있었지만 국제신용평가사의 경고로 정부를 움직이게 할 수 있었다”면서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신용평가사들이 제 역할을 못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내 신용평가사들은 신용평가사들의 등급 조정에 대해서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실질적으로 더 큰 미국발 금융위기 조차도 사전에 감지해내지 못한 국제 신용평가사들이 자칫 잘못된 등급조정으로 시장 불안을 더욱 야기시킬 수 있다는 것.
A신용평가사 관계자는 “시장의 불확실성을 제거하기 위해서 정확한 진단 없이 등급 조정이나 코멘트 하는 것은 시장 불안을 더욱 확대할 수 있다”며 “또한 지금 상황은 외화 유동성 위기에서 초래된 은행의 자금조달 문제이며 아직까지 등급조정을 할 시기는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 국제·국내 평가 방법론 달라, 신호 잘 이해해야
또한 국제 신용평가사와 국내 신용평가사간의 신용등급 평가 방법론에는 차이가 있다는 점도 간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반적으로 은행을 평가할 경우 국제 신용평가사들은 은행 자체 재무건전성 등과 함께 국가의 부도 가능성과 정부의 지원 가능성 등을 포함한다는 것. 하지만 국내 신용평가사의 경우 은행의 재무건전성으로만 평가를 하기 때문에 현재 상황과 같이 경영환경이 악화되지 않은 이상 등급조정이 이뤄질 수 없다는 입장이다.
B신용평가사 관계자는 “국내 신용평가사는 평가 방법론에서 국가 부도 가능성을 전제하지 않고 평가를 한다”며 “따라서 평가 방법의 차이와 국제 신용평가사와 국내 신용평가사의 실질적인 경고음을 잘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 리스크 팩트 리포팅 검토
특히, 은행의 유동성 경색을 잘 이해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은행의 유동성 경색은 그동안 예수금의 비중이 떨어지고 시장성 조달비용이 올라간 것에서 찾을 수 있다는 것. 또한 국제 금융시장 뿐만 아니라 국내 원화 유동성 경색이 심화되면서 은행의 유동성 경색은 더욱 심각하게 지적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C신용평가사 관계자는 “유동성 리스크도 큰 리스크 부분에 하나지만 등급자체를 당장 변화시킬 만큼은 아니”라며 “특히, 현재 은행에 대해서 우려할 정도로 상당히 심각한 상황은 아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이 관계자는 “실질적으로 은행수지로 반영되는 것은 내년 연말정도 이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모니터링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금융시장에서 신용평가사의 대응에 대해서 미흡하다는 지적에 신용평가사들도 적극적으로 사전예고 조치를 할 수 있는 대응을 고려하고 있는 상황이다.
A신용평가사 관계자는 “시장의 불확실성을 완화시켜줄 수 있는 역할이 부족했던 것이 아니냐는 지적에 최소한 리스크 팩트에 대해서는 코멘트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이 부분을 강화해 시장 불안이 확산되기 전에 추세분석 등을 통해 사전경고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고재인 기자 kji@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