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주택금융공사(이하 공사)는 3일 캐나다 등 선진국에서 널리 활용하고 있는 주택구입능력지수(Housing Affordability Index·HAI) 개념을 적용, 우리 도시근로자들의 지역별·주택규모별·계층별 주택구입능력을 처음으로 측정했다고 밝혔다.
공사는 이번 분석결과를 토대로 우리나라 실정에 맞는 ‘주택구입능력지수(K-HAI)’를 새로 도입, 앞으로 주택금융시장 관련 정기 통계의 일환으로 분기별 1회씩 측정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공사 이중희 연구지원본부장이 K-HAI 방식을 처음 적용해 ‘주택금융월보’ 7월호에 발표한 ‘주택구입능력의 측정과 분석’ 자료에 따르면 올 3월 현재 지역별 주택구입능력지수는 서울이 151.4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그래픽 참조>
이 같은 수치는 중간 정도의 가구소득이 있는 근로자가 집값의 절반을 대출받아 중간 가격대의 아파트를 살 경우 대출 원리금을 무난히 상환하기 위해서는 소득이 최소한 현재의 1.5배는 돼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3월 현재 주택대출금리가 6.7%인 상황에서 연간소득이 4700만원인 서울의 중간가구가 서울의 중간 주택(3.9억원)을 구입하려면 연소득이 7100만원(연소득의 1.5배)은 돼야 한다는 것으로, 주택구입의 부담이 현실적으로 매우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어 경기(105.1)가 100을 넘었고, 나머지 지역은 대구 68.0, 인천 66.8, 부산 56.9, 대전 52.0 등 모두 100을 밑돌았다.
이번에 적용된 K-HAI는 ‘대출상환가능소득/중간소득 × 100’의 산식으로 도출하며, 값이 100을 넘어 수치가 높을수록 대출상환이 어렵고, 100을 밑돌수록 그렇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장기적 추이로 볼 때 우리나라 도시근로자들의 주택구입능력은 최근 2년 간 집값 및 금리 상승으로 다소 저하되고 있긴 하지만, 지난 22년 간 크게 향상돼왔다. 전국 기준 주택구입능력지수는 1986년 말 237까지 치솟으며 90년대 초반까지 200대를 넘나들었으나 올 3월 현재 75.5로 크게 낮아져 전반적으로는 도시근로자들의 집 장만 부담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아파트 규모별로는 올 3월 현재 60㎡ 이하인 소형 아파트와 85㎡ 이하인 중소형 아파트의 주택구입능력지수가 각각 43.3, 76.6으로 나타나 구입에 별 어려움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135㎡ 이하인 중형, 135㎡ 초과인 대형 아파트의 경우 각각 148.7과 307.5로 높아 대출을 이용해 아파트를 구입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한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대형 아파트의 주택구입능력지수는 소형 아파트의 무려 7.1배에 달했다.
이와 함께 저소득계층인 소득 3∼4분위 가구의 주택구입능력지수를 별도로 조사한 결과, 전국 기준으로는 103.6, 경기 144.2, 서울은 207.7로 나타나 대출상환 부담이 상대적으로 매우 큰 것으로 분석됐다.
이들 저소득계층의 경제적 형편을 고려해 구입대상 아파트를 100분위 중에서 30분위로 하향조정하는 경우 주택구입능력지수는 전국 평균 64.0로 매우 양호해졌으나, 서울과 경기는 각각 149.1과 101.0으로 수도권에서는 여전히 아파트 구입이 어려운 것으로 파악됐다.
한편 중간소득 가구가 올 3월말 기준 주택담보대출금리 6.7%로 집값의 절반을 대출받아 구입할 수 있는 아파트 최고 가격은 전국은 2.3억원, 서울은 2.6억원이었다. 이는 전국의 아파트 중간가격 1.7억원에 비해 높은 수치이나 서울의 아파트 중간가격 3.9억원에는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주택구입능력지수를 이용해 중간소득 가구가 중간가격의 아파트를 구입하기 위해 미리 준비해야 할 자기자금 규모가 얼마나 되는지를 파악해 본 결과, 전국 기준으로는 집값의 33.8%만 준비하면 됐으나 서울에서는 집값의 67%에 달하는 목돈이 있어야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이들 중간소득 가구가 중간가격의 아파트를 사려고 집값의 절반을 대출받는 경우, 전국 기준으로는 가구소득의 18.9%를, 서울에서는 가구소득의 37.8%를 대출금 상환에 지출해야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통상 한 가구의 적정 대출상환 규모가 소득의 25% 이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서울에서 빚을 얻어 아파트를 장만하려면 가계수지에 매우 큰 부담을 감수해야 하는 셈이다.
대출을 이용해서 중간가격 아파트를 구입할 수 있는 소득수준을 분석해 본 결과, 전국 기준으로는 3,100만원이면 가능하지만 서울에서는 가구소득이 최소한 7,100만원은 돼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돈을 빌려 서울의 중간 가격 아파트를 구입하려면 가구소득 규모가 우리나라 상위 20%안에 들어야 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중희 본부장은 “우리나라는 그동안 정부나 학계, 금융기관 등에서 주택구입능력을 나타내는 척도로 연소득대비 집값비율(PIR)만을 주로 사용했으나 주택금융의 중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는 현실을 감안해 주택가격과 소득수준, 대출금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주택구입능력지수를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이번 조사에 따르면 외환위기 당시 PIR은 아파트 가격의 하락만 반영해 크게 증가하지 않았으나, K-HAI는 아파트값 하락뿐 아니라 당시 급등한 대출금리까지 반영해 주택구입 부담이 큰 폭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재인 기자 kji@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