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9일 발표한 1.4분기 가계신용 동향을 보면 1분기 중 가계대출과 신용카드 등에 의한 판매신용을 합한 가계 신용 잔액은 640조 4천724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말에 비해 9조 7938억 원이 증가한 수치이다.
특히 신용카드 등 가계 신용을 제외한 금융권의 순수 가계 대출은 처음으로 600조원을 넘어섰다. 가계 부채는 1분기 기준으로는 2002년 1분기 이후 6년 만에 가장 높은 증가폭을 기록했다.
가계 신용 잔액 640조 4724억원을 통계청의 추계 가구 수인 1667만 3000여가구로 나눌 경우, 한 가구당 부채 규모는 3841만 원 정도가 된다.
부문별로는 은행보다는 신용협동기구, 국민주택기금 등 비은행 부문 가계 대출 증가가 컸던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농협, 수협 등 신용협동기구 대출은 2조 6000억원, 국민주택기금 대출은 1조 9000억원 이상 증가했는데 은평 뉴타운 개발에 따른 전세자금 대출 증가가 컸던 것으로 드러났다.
외환위기 이후 기업 부문에서는 구조조정 등에 따라 부채가 크게 감소했으나 저금리 속에 주택 가격 급등에다 시중은행들의 가계대출 경쟁 등이 겹치면서 가계 대출은 크게 늘어났다.
이 때문에 가계의 금융부채 상환능력을 보여주는 개인가처분소득 대비 금융부채비율은
지난해 1.48배로 나타나 2006년 말 1.43배보다 확대됐다.
한국은행은 가계 부채의 경우 경제규모 증가 등에 따라 금융자산과 함께 증가한다면서 가계 빚 증가 자체를 부정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가계 부채가 과도한 수준으로 늘어나 원리금을 상환하지 못하는 경우 신용불량자 양산, 가계 파산 등으로 소비가 크게 위축되는 부작용을 낳는다.
더욱이 유가 등 국제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물가가 오르는 상황에서 가계 부채마저 급증해 서민경제에 주름살이 깊게 드리워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물가가 오르는 상황에서 벌어들인 소득을 상당부분 빚 갚는 데 써야하기 때문에 가계의 구매력은 떨어지고 경기가 위축되는 악순환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고재인 기자 kji@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