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PF규모 많은 곳 영업에 숨통 트여
올해 저축은행의 실적 악화로 부실이 발생할 것을 우려해 감독당국이 강화된 부동산PF대출 대손충당금 적립률 법제화 시기를 내년 말로 유예했다. 이에 따라 부동산PF대출 규모 축소에 안간힘을 쓰고 있던 저축은행들에게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5일 금융계에 따르면 금감원은 최근 ‘저축은행 PF대출 충당금 감독규정’ 개정안 시행시기를 올 6월말에서 내년 12월말로 연기했다.
이는 현재 부동산 충당금 적립을 법제화 할 경우 각종 경영지표가 일순간 악화될 수 있다는 일부 저축은행의 입장이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저축은행은 현재 정상여신의 경우에는 대출의 0.5%만 충당금으로 쌓으면 되지만 개정안은 정상여신으로 분류되더라도 대출 기간이 1년을 넘으면 3%를 쌓아야 한다. 또 시공사 등이 대출 지급보증을 한 경우에도 0.5%만 쌓으면 됐지만 2%를 적립해야 한다. 3개월 이상 6개월 미만 연체를 가리키는 요주의 여신도 지금은 2%만 쌓으면 되지만 상가ㆍ오피스텔 등 아파트 이외의 PF 대출일 경우 10%를 적립해야 한다. 6개월 이상 고정 이하 여신은 기존 20%에서 30%로 충당금 적립 비율이 높아진다.
개정안은 지난해 4월 금감원이 저축은행들에게 지도기준으로 내려진 바 있다. 이에 따라 대부분의 저축은행들이 부동산 PF대출 규모를 대폭 줄이며 충당금을 적정규모로 쌓아온 상황이다. 하지만 일부 저축은행들은 부동산PF대출 규모가 많아 축소가 지연되고 있는 곳이 속출하고 부동산 PF로 인한 부실을 완충하기 위해 대손충당금을 쌓으면서 적자가 속출하자 이같은 우려가 나왔다.
A저축은행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감독당국이 부동산PF대출 부실을 사전에 대비하기 위해 충당금 강화를 지도해왔고 이를 올해 6월 법제화한다는 방침이었다”면서 “하지만 일부 저축은행들이 부동산PF대출 규모를 축소하기 어려운 상황이었고 이에 따른 충당금이 많아져 부실이 나올 것이 감지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이 관계자는 “강화된 기준으로 충당금을 쌓으려고 하니까 영업이익의 대부분을 충당금으로 돌리기 때문에 적자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상반기(2007년 7월~12월 결산) 상장된 저축은행 8곳 가운데 5곳의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5곳 중 3곳은 적자로 돌아섰다.
충당금을 한번에 적립하면 자산건전성 지표인 BIS(국제결제은행)기준 자기자본비율이 급격히 떨어지고, 자산규모가 작은 지방저축은행들은 적자전환이 불가피한 곳이 많았다. 특히 BIS비율이 5% 이하로 떨어지면 경영개선 대상에 선정, 영업이 크게 제한되는 등의 문제가 컸다는 지적이다.
금감원은 이같은 사항을 토대로 부실위험이 경고된 저축은행을 대상으로 시물레이션 한 결과 개정안의 전면시행 대신 단계적 도입으로 방향을 전환했다. 이에 따라 저축은행들은 개정안 기준에 맞춰 쌓아야 하는 충당금 총액의 30%를 올해 말까지 우선 적립하고 내년 6월말, 12월말에 각각 30%, 40%를 추가적립하면 된다.
B저축은행 관계자는 “PF대출 충당금 적립규정이 강화돼 영업이익을 무조건 적립하느냐 정신이 없었지만 이같은 기준이 내년까지 유예가 돼 다소 부담을 덜었다”며 “부실여신 가운데는 시간이 지나면 정상화될 것들이 많기 때문에 최종적으로 쌓아야 하는 적립금은 예상보다 적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2006년 법제화된 저축은행의 부동산PF대출 규모 축소도 유예기간을 거쳐 올해 연말부터 본격 시행된다. 이에 따라 올 연말까지 저축은행들은 전체 여신 비중 가운데 부동산PF대출 규모도 30%로 낮춰야 한다.
고재인 기자 kji@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