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업계에 따르면 솔로몬저축은행은 지난 1일 금융감독위원회로부터 KGI증권 인수에 대한 승인을 받은 이후 대형저축은행들이 증권업 진출을 위한 방안을 타진중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토마토·현대스위스 등 대형사들 준비
토마토저축은행이 증권중개회사, 현대스위스저축은행이 자산운용사 설립을 각각 추진하고 있다. 또한 부산저축은행과 한국·진흥·경기저축은행 등은 증권업 진출에 대한 타당성 검토 여부를 확인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먼저 토마토저축은행은 주변 중소기업 5~6곳과 연계해 증권중개회사 설립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토마토저축은행 관계자는 “자본시장통합법에 대비해 증권업에 접근하기 위해 다각도로 검토한 끝에 위탁판매쪽으로 가닥을 잡고 증권중개 회사 설립을 추진중에 있다”고 말했다.
현대스위스저축은행도 이달 초 자본금 100억원 규모의 자산운용사 설립을 위해 금융감독위원회에 인가신청서를 제출했다.
현대스위스저축은행 관계자는 “현대스위스저축은행은 부동산PF전문인력이 업계에서 제일 많을 정도로 이미 자산운용사 설립을 위한 포석을 해온 바 있다”며 “이같은 전문인력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내년 자통법 시행을 앞두고 자산운용사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 부산저축은행과 한국저축은행도 당분간 상황을 봐 가면서 증권업 진출에 대한 타당성 검토에 들어갔다.
부산저축은행 관계자는 “현재 추진되고 있는 사항은 없으며 자산운용사를 설립하기 위해서는 상품, 업무를 이해할 수 있는 전문인력, 시장상황 등 여러 가지를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타당성 검토에 들어간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국저축은행 관계자도 “이미 지난번 증권중개회사 인수에서 쓴 맛을 봤기 때문에 당분간 계획이 없으며 상황을 지켜보고 철저한 검토 과정을 거쳐 추진여부를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 내년 펀드판매 허용·자산운용사 설립요건 완화
한편, 이같이 저축은행들이 증권업에 진출하려는 이유는 내년 상반기부터 저축은행에서도 펀드판매가 가능해질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먼저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에 따른 것.
재정경제부는 13일 자산운용업 활성화를 위해 저축은행, 지역농협, 신용협동조합, 새마을금고 등도 펀드판매를 가능하도록 법규를 개정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현재 등록제인 펀드판매업을 인가제로 전환하는 방안이 적극 검토되고 있다. 적정한 요건을 갖출 경우 소규모 저축은행도 펀드를 판매할 수 있도록 자본시장통합법을 내년 2월 제정해 시행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정부는 자산운용업의 진입규제를 완화한다는 방침도 밝혀 저축은행에서 수익성 확보 측면에서 적극적으로 자산운용사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 중앙회 자산운용사 설립 추진…소형사 ‘환영’, 대형사는 ‘No’
특히, 저축은행중앙회에서 업계 공동으로 자산운용사 설립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6년 처음 논의가 됐지만 지난해 시장 환경이 좋지 않아 사업추진은 지지부진했다.
하지만 올해 이같은 정부의 방침이 나오면서 다시 설립 논의가 불거지고 있다.
최근 중앙회는 자산운용사 설립 추진을 위해 개별 저축은행에게 설립여부를 묻는 설문조사를 실시하기도 했다.
이에 대한 반응은 규모에 따라 다르게 나타났다. 대형저축은행의 경우 자생적인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개별적으로 컨소시엄 등을 구성해 자산운용사 설립을 추진하는 것이 좋다는 방향이고 소형저축은행의 경우 환영하는 뜻을 나타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형저축은행 한 관계자는 “지금까지 이미지 쇄신과 사업 다각화를 위해 많은 비용을 들여 시스템 및 인프라 구축을 해왔기 때문에 중앙회가 설립한 자산운용사를 통한 수익원 확보는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다.
반면 소형저축은행 관계자는 “규모가 작아 단지 영업은 방어전에 그치고 있는 수준이어서 중앙회에서 뭉쳐 사업다각화를 추진한다는 것은 소형사들에게 수익성 강화라는 측면에서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인프라 및 노하우 없는 진출은 신중히
하지만 증권중개회사·자산운용사 설립 등을 통해 증권업에 진출하는 것에 대해 일부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특히, 많은 자본을 들여 중대형 증권사 인수에 참여할 수 있을 만큼 자산을 보유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자산운용사 등을 통해 증권업에 진출한다고 해도 한계가 있다는 것. 또한 자산운용사 역시 시장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전문 인력 등 인프라와 노하우 없이 쉽게 뛰어들어 낭패를 볼 수 있다는 것.
A저축은행 관계자는 “자통법 시행이라고 해서 저축은행들이 영역확대를 위한 몸집키우기에 나서고 있는데 전문성없이 타 금융권에 진출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고재인 기자 kji@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