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화 여파로 국내 금융회사들이 해외에서 채권을 발행할 때 적용되는 가산금리가 치솟고 있지만 일부 금융회사들은 외화자금 조달을 위한 외화표시 채권 발행에 안간힘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산업은행이 서브프라임 모기지 상태로 인해 막혀있던 해외 자금조달에 물꼬를 트면서 글로벌 신용경색 지속으로 위축됐던 국내 금융회사들의 해외 자금조달이 잇따를지 귀추가 주목된다.
◆ 일부 금융권 해외서 자금조달 임박
당장 현대캐피탈이 오는 17일경 300억엔(미화 2억7200만 달러) 규모의 사무라이본드를 발행할 예정이다.
현대캐피탈은 2년 만기 고정금리로 사무라이채권 250억엔을 발행하고, 나머지 50억엔은 2년만기 변동금리로 발행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한금융지주 계열의 신한캐피탈도 이르면 이달 하순경 프랑스 은행인 나테식스 방케 포폴라레(Natexis Banques Poulaires)로부터 신디케이트론 방식으로 1억 달러 규모의 외화를 차입한다는 계획이다.〈본지 1월3일자 신한캐피탈 실적 고공행진 ‘눈길’ 기사 참조〉
이번 신디케이트론 차입은 신한캐피탈의 대외 신인도 제고와 해외 투자자들의 높은 호응에 힘입어 3년 만기에 조달금리는 Libor (런던은행간 금리) + 100bp 등으로 비교적 양호하다.
삼성카드, 신한카드 등 카드사 역시 해외 자산유동화증권(ABS) 발행을 통한 외화자금 차입을 적극 추진 중이다. 신용이 아닌 자산을 담보로 외화자금을 조달하기 때문에 가산금리는 상대적으로 싸다.
이밖에 은행권에서는 우리은행이 10억달러 규모의 글로벌본드 발행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고, 수출입은행이나 국민은행, 하나은행 등도 공모를 통해 외화채권 발행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 올해 만기도래 외화자금 사상 최고
이처럼 국내 금융회사들이 외화자금 차입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은 올해 만기 도래해 상환해야 할 자금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실제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올해 은행권의 중장기 외화자금 만기도래액은 약 140억 달러, 은행권이 한국계 기관 총 상환액의 약 56% 정도를 차지하는 점을 감안하면, 올해 한국계 총 만기도래액은 250억 달러로 추정된다.
이 같은 만기도래 규모는 은행권뿐만 아니라 한국계 전체로도 사상최고 수준이어서 향후 조달금리 부담도 가중될 전망이다.
실제 지난 10일 10억 달러 규모의 글로벌본드를 발행한 산업은행도 당초 예상보다 높은 수준에서 발행금리가 책정되면서 향후 해외조달에 나설 금융회사도 추가금리 부담을 갖게 될 것으로 보인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와 관련 시중은행 외화자금 조달 책임자는 “어쨌든 커머셜 베이스에서 산업은행의 가산금리가 높게 책정됨에 따라 시중은행들은 이보다 신용등급이 낮기 때문에 ‘리스크 프리미엄’을 더 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게다가 유럽금융시장의 대표 금리라 할 수 있는 리보(LIBOR)가 9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리보는 1998년 12월 이후 가장 높은 6.71%를 기록했다.
이는 국내 금융회시들이 리보에 가산금리를 더해 외화를 빌려오는 만큼 리보 인상은 신규 외화자금 비용 상승과 기존 외채에 대한 이자상환 부담 증가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문제이다.
김의석 기자 eskim@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