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가계자산의 포트폴리오가 부동산에서 금융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고 금융자산 간의 포트폴리오 조정도 빠르게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이 지난 12일 발표한 ‘국내 가계자산 포트폴리오 조정의 특징’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 따르면 고령화와 저금리, 부동산자산의 수익성 악화로 인해 가계자산 중 금융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점차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계자산에서 부동산과 금융자산이 차지하는 비율은 2004년 83:17에서 2006년에는 76.8:20.4로 금융자산 비율이 상승했다.
보고서는 이러한 금융자산 확대 경향이 앞으로 더욱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우리나라 가계자산 중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율인 76.8%는 일본의 61.7%보다 15.1%p 높고, 미국의 36%보다는 두 배 이상 높기 때문에 지속적인 포트폴리오 조정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라는 것.
하지만 금융자산은 빠르게 늘어나고 있지만 건전성은 취약해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금융자산의 잔액이 1991년 200조원 수준에서 2006년 1472조원으로 7배 이상 증가했지만 금융부채 비율 또한 빠르게 늘어나 1997년에 15%에서 2002년 이후에는 40%를 상회하고 있어 금융자산의 증가가 금융자본보다는 금융부채 확대에 기인한 측면이 많았다는 것이다.
또한 보고서는 2002년 이후 부동산 가격 급등으로 인한 무리한 부동산 대출 역시 가계 금융자산의 건전성을 크게 저해했다는 점도 지적하며 금융부채 축소를 통한 가계 금융자산의 건전성 향상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금융자산 내에서도 예금·적금 등 안전자산에서 펀드 등 투자자산으로의 이동이 활발한 것으로 나타났다. 펀드 수탁고가 지난해 말 기준으로 6년만에 200조원을 넘어섰고 올해 한 해에만 100조원이 증가했다. 또 MMF형, 채권형 등 저위험 저수익 상품의 수탁고는 줄고 주식형과 혼합형 등 고위험 고수익 상품의 구성이 증가하고 있다. 보고서는 국민소득이 1만5000∼2만5000달러로 늘고 고령인구 비율 12%로 증가하던 시점에 안전자산을 줄이고 투자자산을 늘렸던 미국의 사례를 들며 현재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를 맞이했고 고령인구 비율도 12%에 접근하고 있는 우리나라도 금융자산 조정이 본격화될 것임을 시사했다.
또한 퇴직연금, 연금보험 등 노후대비 상품의 빠른 증가세도 금융자산 확대와 포트폴리오 조정의 주요 원인으로 지적됐다. 고령화와 저금리 등의 환경에 따라 금융자산으로 노후를 대비하는 시대가 본격화됐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미국 개인투자자들은 연 10% 안팎의 수익률을 목표로 평균 3년 이상 장기투자를 하지만 한국 개인투자자들의 65%는 6개월 미만의 단기투자를 하고 있다면서 앞으로 투자자들이 인기상품 위주의 획일적인 금융자산 구성에서 탈피해 대체펀드, 보험, 연금 등 자본시장 상품을 적절히 배합하고 적절한 수익률을 목표로 하는 장기적인 투자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보고서는 또한 가계 금융자산의 양적 확대와 함께 자산관리 업무가 금융기관의 주 수익원이 될 것이므로 이에 대한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면서 앞으로 금융기관은 퇴직연금, 은퇴설계 등을 중심으로 하는 자산관리 업무 강화, 가계 금융자산을 흡수할 수 있는 다양한 상품 개발에 나서야 한다는 조언과 함께 정부에 대해서도 장기적립식 금융상품에 대해 세제혜택을 제공해 시장을 활성화시켜야 한다고 주문했다.
주성식 기자 juhodu@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