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고 강권석 전 행장의 갑작스런 별세로 차기 기업은행장 공모가 진행되는 가운데 진동수 전 재경부 차관이 14일 은행장 응모를 전격 철회하고 면접에 불참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윤 부위원장과 진 전 차관의 양자대결구도가 사실상 깨짐에 따라 윤 부위원장의 선임 가능성이 높아졌다.
하지만 국책은행 공모제가 정부의 `자리 나눠먹기`로 전락했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진 전 차관은 이날 기업은행장 후보추천위원회의 면접에 불참하면서 응모철회 사유서를 통해 "행장추천위원회가 저의 공직 경험과 진정성을 인정해서 후보로 추천하더라도 저의 희망과 기대가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는 엄연한 현실이 저를 무겁게 짓눌렀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윤 부위원장의 내정설 보도와 금감원 차기 부위원장 물색설이 나도는 가운데 굳이 출혈경쟁을 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진다. 또 전직 고위관료로서 차기 은행장이 내정된 상태에서 선임절차가 진행되는 데 따른 노골적인 불만으로 풀이된다.
이에 대해 기업은행 관계자는 "지난 2월 고 강권석 전 행장의 연임때도 외부내정설이 금융권에 파다했지만 결국 강 전 행장이 이를 딛고 연임에 성공하지 않았냐" 며 "이번 진 전 차관의 중도하차는 청와대 입김에 따라 밀렸다는 것보다는 현정권과 거리두기 차원일 가능성이 크다"며 외부내정설에 선을 그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여하튼 모양새가 좋지 않게 된 것은 사실"이라며 "기업은행 입장에서는 어느 누가 신임행장이 되더라도 현재의 공석을 빨리 메워 경영정상화를 이루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현재 금융권에서는 윤 부위원장과 진 전 차관의 양자대결로 굳어진 기업은행장 선임절차에서 청와대와 금융당국이 차기 은행장으로 윤 부위원장의 손을 들어준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금융권에서는 대통령 선거가 코앞에 다가온 상황에서 전현직 고위공무원들이 국책은행장 자리를 놓고 `밥그릇 챙기기`와 노골적인 불만표시를 통한 `거리두기`를 벌이는 것 아닌가 하는 곱지 않은 시선도 보내고 있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전날 현재 진행중인 기업은행장 인선과 관련해 외부내정자가 확정됐다는 언론 보도는 추측에 불과하다고 해명한 바 있다.
천호선 대변인은 13일 오후 정례브리핑에서 "윤 부위원장이 공모한 것은 청와대의 의중이 반영된 것 아니냐"는 기자의 질문에 대해 "인사문제는 기본적으로 결정되기 전까지 어떤 언급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윤 부위원장은 1977년 행정고시로 공직에 입문한 이후 재경부 외화자금과장, 은행제도과장, 금감위 감독정책2국장 등을 역임하고 올해 2월부터 금감위 부위원장직을 수행하고 있다.
고재인 기자 kji@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