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저축은행 업계에 따르면 저축은행들이 중장기 거점과 잠재적 수요를 확보하기 위해 신규 지점을 강북권과 강서권역에 신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동안 저축은행들이 수익적인 측면을 고려해 자금흐름이 많은 곳을 찾아다녔지만 이제 잠재적인 수요를 확보하기 위해 장기적인 안목으로 거점을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업계에서는 평가하고 있다.
A저축은행 관계자는 “저축은행들이 과거에는 단순히 당장의 수익만을 쫓아 대거 강남에 몰려 지점을 확대하려고 했지만 이제는 탈 강남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면서 “특히, 지역개발 수요에 맞춰 거점 확대를 노리는 저축은행이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 솔로몬, 미래, 진흥, 서대문·상계동·화곡동 등에 진출
최근 진흥저축은행과 미래저축은행은 장기적인 안목으로 신규 지점 개설에 나서고 있다.
미래저축은행은 지난 1일 서대문에 지점과 상계동에 출장소 신규 개설 인가를 받았다. 또한 진흥저축은행은 7월에 강서구 화곡동에 신규지점을 개설했으며 솔로몬저축은행은 6월에 여신전문출장소를 상계동에 신설했다.
미래저축은행은 서울지역 거점 확대에 본격적으로 나서면서 강북권역을 적극 공략하고 있다.
미래저축은행 관계자는 “서울에서 여수신을 확대하기 위해 거점을 확대하고 있다”면서 “강남이 수익성이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강북이 경기도권보다 수익성이 낮다고 보지 않기 때문에 강북권역에 진출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진흥저축은행도 최근 지점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관계사인 한국·경기 저축은행의 모든 지점을 합치면 최근 업계 최고 수준인 29개까지 확대했다. 특히 진흥저축은행은 최근 여의도, 강남 교대, 강서 화곡동 등 3곳에 신규 지점을 개설했다.
진흥저축은행 관계자는 “당장을 생각하면 강남권역으로 진출하는 것이 정답이지만 장기적인 안목으로 지점 개설을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한국·경기·진흥 저축은행은 수도권 전역으로 거점을 확대해 서민들이 쉽게 찾을 수 있는 서민금융으로서 입지를 강화한다는 방침이다”고 말했다.솔로몬저축은행은 최근 상계동뿐만 아니라 영등포동 지역에도 여신전문출장소를 개설하는 등 탈 강남으로 거점 확대에 나서고 있다.
솔로몬저축은행 관계자는 “서민금융기관으로서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기에는 전체적으로 쉽지가 않지만 소외받았던 지역에 금융서비스 확대차원으로 거점 확대를 하고 있다”면서 “그렇다고 수익성을 고려하지 않고는 접근하기는 힘들기 때문에 여러 가지 여건을 보고 신설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 재개발 수요보고 비인기지역 확대
서울권역에 저축은행들이 이같이 탈 강남을 선언하면서 비인기지역으로 진출하는 것은 전략적인 측면도 있는 것으로 업계에서는 분석하고 있다. 특히, 강북권 재개발 수요를 보고 여·수신 확대를 기대하고 있다는 것.
B저축은행 관계자는 “현재 상계동 지역의 경우 상계동 뉴타운 개발이 한창이어서 그에 따라 여신의 확대가 기대된다”면서 “저축은행들이 전략적으로 확대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솔로몬저축은행은 업계에서 강북권역 영업이 고전할 것으로 우려된 지난해 과감히 상계동 지점에 거점을 확대해 상당한 수치의 여수신 실적을 올리며 급성장시켰다. 실제로 상계동 지점의 수신고를 보면 지난해 9월말 279억원에서 올 9월말 2324억원으로 10배 가깝게 늘어났다. 여신 또한 우수 지점으로 손꼽힐 정도로 실적을 거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서울은 경기도권…경기도는 강남권으로
한편, 저축은행들은 서울의 강북 및 강서지역 뿐만 아니라 경기도권역으로까지 수도권 전반으로, 경기도는 서울의 강남권에 인접해 있는 경기도 지역에 거점을 확대하고 있다.
진흥·한국저축은행의 관계사인 경기저축은행은 올 초 수원, 부천, 구리의 출장소를 지점으로 승격시켰으며 지난 8월 성남에 지점을 신설했다. 솔로몬저축은행도 경기도 파주에 위치한 한진저축은행을 인수해 경기도권 영업 강화에 나서고 있다.
반면 기존 경기도권 저축은행의 경우 서울 강남권으로 분류되는 분당으로 거점을 확대하고 있다. 늘푸른저축은행과 남양저축은행은 지난 3월 분당구에 신규지점을 개설했다.
◆ 지점설치 제한 크게 완화 필요
업계에서는 강남에 대거 몰려있던 저축은행들이 타 지역으로 거점을 확대하는 것이 서민금융으로서 바람직하다고 평가하고 있다.
하지만 이같은 지점 확대가 쉽지가 않은 상황이다. 현재 지점을 1곳 설치하기 위해서는 서울특별시의 경우 기준 자본금이 120억원이, 광역시는 80억원, 일반시도는 40억원 있어야 하며, BIS자기자본비율 8%이상, 고정이하 여신비율 8% 이하의 우량 저축은행이어야 한다.
특히, 기준 자본금은 2002년 특별시 60억원, 광역시 40억원, 일반 시도 20억원에서 지속적으로 기준이 커졌다. 시중은행의 경우 이같은 제약이 없어 지점 확대가 상대적으로 쉽지만 저축은행의 경우 수익적인 측면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해 지점을 확대해야하는 상황이다.
C저축은행 관계자는 “서울의 저축은행들이 강남권을 벗어나 잠재적 수요를 창출하기 위해 금융서비스가 소외된 곳으로 확대를 한다고는 하지만 지점 설치 규제로 인해 한계가 있다”면서 “현재 지점 한곳을 개설하기 위해서는 서울의 경우 120억원의 기준 자본금이 필요하고 자산건전성 규제도 엄격하다”고 말했다.
고재인 기자 kji@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