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을 지냈던 앨런 그린스펀이 현 금융시장이 87년과 98년의 거품붕괴 상황과 유사하다고 주장하면서 관심을 끌고 있다.
그린스펀 전 의장은 지난 6일 학술지 브루킹스 페이퍼스가 워싱턴에서 주최한 행사에서 이같이 진단하면서 "인류는 아직 단 한번도 거품에 맞설 방법을 찾아내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87년 당시는 미국의 재정적자와 국제수지 적자가 심화되고 82년 이후 지속된 고주가에 대한 부담감이 커지고 있던 시기였다. 미 정부는 쌍둥이 적자를 해소하기 위해 달러화 약세 유도와 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미국이 긴축정책으로 선회하자 영국 일본 등도 잇따라 정책금리를 인상하면서 세계 경제의 성장둔화에 대한 우려가 대두됐다.
최근 상황도 이와 흡사한 면이 있다. 미국은 최근 재정적자와 국제수지적자가 심화되고 인플레이션 우려가 제기되자 이를 막기 위해 2004년부터 2년 동안 금리를 올렸다. 이로 인해 부동산에 형성됐던 거품이 꺼지기 시작했다.
급기야 저금리 시대에 무분별하게 대출을 받아 주택을 구입했던 서브프라임 모기지 대출자들이 올라간 금리 부담을 감당하지 못하고 쓰러지기 시작하면서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사태로 이어졌다. 투자 대상만 달랐을 뿐 그린스펀 전 의장이 언급한 대로 `인간의 과도한 탐욕`이 빚어낸 결과라는 측면에서는 다를 바 없다.
월가 참여자들이 최근 상황을 두려워하는 이유는 87년과 98년 금융위기 당시 주가 흐름 때문이다. 당시 주식시장은 급등에 따른 가격 부담이 지속적으로 올라갔던 시기였고 최근에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파문이 본격화되기 전까지 주가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었다.
고재인 기자 kji@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