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의 불투명성 증가는 미연방준비위원회(FRB)에 의한 금리하락 기대감으로 이어지면서 금융 측면에서는 과잉유동성 흡수 우려를 후퇴시키고, 세계적으로 주식과 상품 등 리스크 자산을 떠받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에 일본의 개인투자자들은 브릭스 등 기존 이머징 국가에 머무르지 않고 동유럽이나 중동 및 아프리카, 중남미까지 투자대상을 넓혀가고 있다.
로이터가 단독으로 집계한 일본 국내 투자자 보유 브릭스 투자 펀드 잔고는 지난 6월말 기준 약 3.5조엔 규모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의 2조엔에서 약 1.7배 가량 늘어난 것이다.
이같은 현상은 비단 브릭스 펀드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브릭스를 포함, 해외자산 자체에 투자하는 펀드 잔고가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노무라종합연구소가 최근 발표한 ‘일본 투신자금 유출입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일 현재 해외자산투자 펀드(해외주식형, 해외채권형, 해외하이브리드형 포함)의 잔고는 48조5409억엔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체 자산 67조334억엔의 72.4%에 해당되며 1년 전의 해외자산투자 펀드 잔고 27조7263억엔에 비해 2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해외자산투자 펀드의 비율도 1년 전의 59.8%에서 72.4%로 비약적으로 늘어났다.
또한 7월 20일까지 한 달간(14영업일 기준) 해외자산투자 펀드에 유입된 자금은 8567억엔인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영업일을 기준으로 한 6월 유입액인 7703억엔을 850억엔 상회하는 것이다.
일일평균 유입액도 늘어났다. 7월 20일까지 일일평균 약 600억엔을 넘는 자금이 투자신탁을 통해 해외금융시장으로 유입되고 있는데, 6월 일일평균 유입액 약 550억엔이었다.
일본 개인투자자들의 해외투자가 지속되고 있는 배경에는 여전한 일본의 초저금리 상황과 일본 주식시장의 침체, 연금불신 등이 자리잡고 있어, 그동안 하이일드채권, 해외고배당주식, 브릭스 등으로 투자처를 잇따라 확대해온 일본 투자자들의 움직임은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해외투자 확대 움직임은 8월에도 계속될 것이라는 조짐이 여기저기서 나타나고 있다. 이미 지난 8일 베어링투자신탁투자자문이 설정한 ‘미즈호동유럽주식펀드’를 시작으로 8월에는 상품지수에 연동해 운용하는 ‘손보재팬-DBLC상품6’(손해보험재팬 에셋매니지먼트 설정) 등 신흥제국과 상품에 투자하는 6개의 펀드가 출시를 기다리고 있다.
이중에서도 골드만삭스 에셋매니지먼트가 24일 설정한 다이와증권 전용 펀드 ‘GS 이머징 자산분산펀드’는 신흥제국의 주식과 현지통화 표시 채권으로의 투자는 물론, 상품에도 투자하는 펀드이다. ‘BRICs’나 ‘넥스트11’이라는 조어를 만들어 브릭스를 비롯한 신흥제국의 경제성장 등에 대한 예측을 해온 골드만삭스 그룹이 상품화한 첫 이머징 자산분산펀드인 것이다.
이외에도 T&D에셋매니지먼트가 ‘베트남 아세안 밸런스펀드(V-Plus)’를, 닛꼬에셋매니지먼트가 신흥제국 10개국의 주식에 균등투자하는 ‘이머징 10’을 출시할 예정이다. 슈로더투신투자자문도 중동 및 북아프리카 지역에 투자하는 ‘슈로더MENA펀드’ 설정을 앞두고 있다.
외환시장에서는 엔화 약세 기조가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 6월말 기준 ‘1달러=114.24엔’이었던 엔화는 올 6월말에 122.26엔으로, 파운드 대비 환율도 206.70엔에서 242.88엔, 뉴질랜드 달러에 대해서는 67.90엔에서 92.82엔으로 환율이 약세를 면치 못했다. 6월말에 비해 7월 들어서는 엔화 환율이 다소나마 외환시장에서 강세가 진행되고 있지만, 일본 투자자들의 글로벌한 분산투자의 흐름은 당분간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주성식 기자 juhodu@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