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되는 신용대출…지역밀착형 금융기관 필요성 증대
1963년 설립된 새마을금고는 44년 동안 지역사회와 밀착된 사업의 추진을 통해 지역·서민금융기관으로 끊임없는 성장을 지속해오고 있다. 하지만 최근 금융기관의 대형화와 전문화 등 급변하는 금융환경 변화에 새마을금고는 정체성을 잃어가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일부에서는 새마을금고가 지역사회와 협력관계가 어느 때보다도 중요한 시기라는 지적이 나오면서 지역에 경영기반을 두고 지역사회개발 및 지역경제의 구심체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 또한 새마음금고는 지역사회개발, 지역경제 활성화, 지역주민의 복지향상을 위한 프로그램의 적극적인 참여와 능동적인 운영을 요구받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창립 44주년을 맞은 새마을금고연합회(회장 김헌백)는 지난 5일 ‘21세기 협동조합조직의 역할제고 방안’을 주제로 새마을금고 학술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날 김헌백 새마을금고연합회장은 “현재 대형금융기관 중심의 금융산업정책으로 협동조합은 점점 그 입지가 좁아지고 있으며, 이러한 환경 속에서 협동조합이 일반은행과 금융서비스 경쟁에서 우위를 선점하기는 어렵다”면서 “현재 우리에게는 변화가 요구되고 있으며 그 변화의 핵심은 일반은행과 차별화되는 협동조합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것으로 우리는 이제 이러한 요구에 대해 깊이 있는 토론을 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또 김 회장은 “새마을금고를 비롯한 협동조합은 지역밀착 금융기관으로서 지역사회개발과 지역경제발전에 적극적인 역할을 추진해 나가고자 한다”면서 “일반은행이 지역사회에서 하지 못하는 일을 새마을금고가 담당함으로써 지역주민과 함께하는 경쟁력 있는 지역 금융기관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21세기 협동조합조직의 역할제고 방안’을 주제로 열린 새마을금고 학술 세미나를 지면을 통해 풀어봤다. 이번 세미나에서 서울여대 이종욱 교수가 ‘지역경제 성장과 지역밀착형 금융기관의 역할 제고’의 논문을 발표했다.
◆ 외환위기 이후 금융정책에 의해 지역금융 퇴색
우리나라에서 지역금융은 지방은행, 신용협동조합기구로 분류되는 새마을금고, 신협, 상호금융이 발전돼 왔다. 지역금융이란 지역주민, 지역기업 및 지역공공단체의 금융수요에 부응해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행위로 우리나라에서 지역금융은 한 지역의 주민, 소상공인, 중소기업 및 지역 공공단체를 대상으로 하게 된다.
새마을금고법 제1조와 제3조는 지역금융과 전국금융은 그 역할이 서로 다르고 서로 보완적 관계에 있으며, 새마을금고의 육성을 위한 국가의 협력 의무도 명시하고 있다. 따라서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대출활성화를 도모하기 위해서는 은행보다 신용협동기구인 새마을금고, 신협 등이 지방자치단체가 운용의 주체인 지역신보의 기능과 긴밀하게 연계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외환위기 이후 금융구조조정 과정에서 금융정책당국이 이를 간과함으로써 현재 우리나라 금융시장에서는 지역금융과 전국금융의 조화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 없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지역금융과 대비될 수 있는 개념이 전국금융이라 할 수 있다.
은행은 전국금융과 지역금융의 기능을 공유하고 있지만, 전국금융으로 활동하는 은행은 지역금융 활성화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없다. 전국금융은 이익이 창출되는 지역에서만 지점 설치 및 금융서비스 확대를 적극적으로 추진한다. 이로 인해 전국금융은 오히려 금융의 지역 불균형을 심화시킨다.
◆ 바젤Ⅱ와 지역밀착형 금융기관 필요성 증대
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실제자료를 이용해 분석해본 결과 바젤Ⅱ가 시행될 경우 지역밀착형 금융기관의 필요성이 커질 것으로 전망됐다.
2005년 한국금융학회에서 발표된 ‘바젤II 자산상관계수 계산공식의 현실성 검토’ 논문에 따르면 바젤Ⅱ의 위험가중자산은 바젤Ⅰ에 비해 40% 이상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나, 바젤Ⅱ 도입에 따라 중소기업에 대한 은행권의 대출태도가 과거보다 더 신중해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또 이 논문에서는 신용등급 이상의 대출에 대해서는 위험가중자산이 바젤Ⅰ 보다 낮아지지만, 그 미만에서는 신용등급이 낮을수록 현저히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나 바젤Ⅱ 도입에 따른 중소기업 대출환경 악화는 신용등급이 낮은 중소기업에서 두드러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밖에 예상외손실 신용위험 프리미엄은 신용등급이 낮을수록 급격히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나 바젤Ⅱ가 도입되면 고신용등급 기업과 저신용등급 기업간의 대출금리 차별화가 심화될 전망이다. 마지막으로 미사용한도 효과는 총효과의 절반 가까이 차지하고 있어 미사용약정 한도액 처리에 대한 감독당국과 은행권의 신중한 고려가 요구된다는 연구결과를 내놓았다.
이와 같이 전국은행의 BIS 자기자본비율 8%이상의 엄격한 적용과 바젤Ⅱ의 도입으로 인해 지방은행도 지역금융의 활성화에 기여하는데 한계가 있게 됐다. 따라서 지방은행에서도 신용평가 등급에 미달하는 사람들의 금융접근은 더 어렵게 된다.
◆ 상호금융 감독, 경쟁시스템 도입하면 본래 기능 돌아와
지역밀착형 금융기관의 지역경제 기여도는 지방은행, 전국은행의 기여도 보다 훨씬 더 높다. 그러나 정책당국은 지역밀착형 금융기관의 역할을 인정해주기보다는 부실하고 소규모 금융기관으로 폄하하는 인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상호금융의 규제와 감독에서는 감독기관의 단일화 보다 감독기관 사이에서 원만한 정보교환과 감독의 성과가 비교될 수 있는 감독기관간 경쟁 시스템 도입이 더 타당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종욱 교수는 “감독권 독점과 정부 내 강력한 권한을 가진 부서에서 발생될 수 있는 규제유예를 견제하는데도 기여할 것”이라면서 “이를테면, 미국의 FFIEC와 같이 우리나라에서도 다양한 상호금융에 대해 감독기관간의 검사협의회를 구성하면 감독기관의 단일화 주장보다 각 상호금융 본연의 기능을 수용하면서 문제는 자연스럽게 해결 될 수 있다”고 말했다.
◆ 서민은행 커지면서 생긴 공백 지역금융기관이 대체
전국은행과 지역은행은 서로 경쟁적 영역이 많아 지역은행은 일정 수준의 지역경제 규모에서만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외환위기 이후 많은 지역은행이 퇴출된 것도 바로 지역경제의 규모가 작아 지역은행의 수익기반이 약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금융기관의 계층적 구조를 보면, 전국금융은 신용협동기구의 인큐베이션 기능을 통해 육성된 ‘우량 고객 솎아 가기 cherry-picker’를 하게 된다. 사례로 서민은행이었던 국민은행이 선도은행이 되면서 생긴 서민금융의 공백을 지역금융기관이 채워야 했다. 국민은행이 선도은행으로 나서면서 두가지 후유증이 발생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하나는 서민에게 편의를 제공하는 은행이 없어졌다는 것이며, 또 하나는 기업금융, 국제금융 등에서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취약한 은행이 우리나라의 선도은행이 되면서 기업금융에 공백이 생기고 있다는 것이다.
국민은행이 떠난 서민금융기관의 자리에 지역금융기관이 들어서는 것이 적절한 해결방식이고, 그 역할을 할 수 있는 곳이 바로 신용협동조합기구이다.
이종욱 교수는 “소기업, 소상공인 등에 필요한 기업금융도 지역금융기관의 역할 확대로 해결돼야 한다”면서 “이와 같은 방식으로 지역금융의 문제를 해결하려면, 지역금융기관, 중앙정부, 지역금융기관 수요자인 지방정부, 지역주민, 지역기업들이 밀접하게 상호 협조해야 한다”고 말했다.
◆ 신용협동조합 경영자 지역주민 잘 알아… 미래상황 예측 높아
한지역의 소기업, 소상공인, 주민이 장기적인 관계금융을 형성하는데 가장 적합한 기관이 신용협동조합기구이다.
신용협동조합기구는 지역 주민이 참여해 운용하는 주민공동체 금융기관이므로 경영자나 직원이 그 지역 주민들을 잘 알고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오래 산 주민에 대해서는 어린 시절부터 그 사람과 집안에 대해 자세히 알고 있다.
금융기관의 표준화된 신용평가표에서는 전혀 반영될 수 없는 많은 사실을 삶의 공동체 생활에서 얻게 되는 것이다. 이는 각 지역의 신뢰반경을 확대시켜 사회자본 축적에 기여할 수 있다. 신용평가표의 수량화된 객관적 지표는 미래 상황을 예측하는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신용협동조합기구는 지역에서 신용이 취약한 또는 좋은 중소기업, 소상공인, 주민 그리고 지역공공단체를 대상으로 영업을 하게 되는데 이같은 영업을 통해 우량 기업 및 서민을 육성하는 인큐베이션 기능을 하게 된다. 또한 신용협동기구를 이용해 중대형기업으로 성장하면 지역은행 및 전국은행으로 자연스럽게 이동할 수 있게 되는 연결고리 역할도 하고 있다.
이와 같은 측면에서 신용협동조합기구와 같은 지역금융기관은 지역은행 및 전국은행과 보완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
이종욱 교수는 “신용협동기구의 고객은 담보나 기타 신용정보보다 관계지향 금융거래를 통해 정보의 비대칭성을 줄일 수 있게 되므로 장기적 관계의 금융거래가 확립될 때까지 상당한 시간도 소요되고 부실대출의 위험도 전국금융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다”면서 “이러한 위험을 분산시킬 수 있는 방안이 지역신용보증재단의 활성화”라고 말했다.
고재인 기자 kji@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