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증권업협회(회장 황건호)는 2일 올 1분기 회사채(금융채 및 ABS 제외) 발행실적 집계 결과, 전년 동기 3조6870억원 대비 37.9% 증가한 5조841억원이 발행됐다고 밝혔다.
한국채권평가 채권평가팀 진소라 과장은 “1월과 2월에 신용스프레드가 확대된 것을 보면 신보의 사모사채의 출연료 부과와 향후 조달금리 상승이 예상되면서 5월말이나 6월에 회사채 발행하던 기업들이 두 달이나 앞서 회사채 발행에 나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국내신용평가 기관인 한국기업평가, 한국신용평가, 한국신용정보의 올 1분기 매출이 전년동기 대비 대폭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기업평가는 전체 87억원의 매출을 기록해 지난해 동기 66억원 대비 32%가 증가했다. 이 가운데 신용평가부문의 매출은 48억7000만원으로 전년 동기 38억7400만원에 비해 25.7%의 증가세를 보였다.
한국신용평가와 한국신용정보도 신용평가부문의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신용평가 관계자는 “아직 1분기 실적 집계 중이라서 밝힐 수는 없지만 전년 동기대비 올 1분기 실적은 증가세를 나타냈다”고 말했다.
지난해 신용평가 시장은 전반적인 감소세를 나타냈다. 한국기업평가는 지난해 신용평가부문에서 188억원의 매출을 내 전년도 194억원보다 3%(6억원)가 감소했다. 한국신용정보는 지난해 신용평가부문에서 167억원으로 전년 172억원 대비 2.9%(5억원)가 줄어들었다. 한국신용평가는 지난해 174억원의 신용평가 매출을 올렸으며 전년 178억원 대비 2.2%(4억원) 감소한 바 있다. 이같이 지난해 하락세를 딛고 올 1분기 신용평가 시장이 다시 활기를 띠고 있는 이유는 정부의 사모사채에 대한 출연료 부과 방침이 전해지면서 미리 효과가 나타난 영향과 하반기 금리 인상이 예상되면서 회사채 발행이 증가했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신용평가 업계 관계자는 “올 1분기 실적 향상은 지난해 사모사채의 활성화로 하락세를 면치못했던 공모회사채 시장이 살아난 영향이 크다”고 말했다.
올해 회사채 시장의 상승세는 지난달 한국신용평가 양진수 연구위원이 쓴 ‘회사채 시장에 대한 기대’라는 스페셜리포트를 통해 전망된 바 있다.
양진수 연구위원은 이 보고서를 통해 정부의 사모사채의 출연료부과로 공모회사채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했다. 또 자본시장통합법의 시행을 통해 금융투자회사 설립을 허용함으로써 규제중심에서 시장중심으로 변화가 예고되며 이를 통해 다양한 금융상품 출연이 가능하게 돼 회사채 시장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를 기반으로 정크본드 투자펀드 시장이 본격 시작될 것으로 예상하기도 했다. 특히 최근 금융감독원이 회사채 시장을 다양화하고 신용등급이 낮은 중소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정크본드 투자펀드를 도입한다고 밝힌바 있다. 즉, 펀드 자산의 10% 이상을 투자부적격 등급의 채권과 어음에 투자하는 경우 3년간 과세특례를 받을 수 있는 내용의 정크본드 투자펀드 육성방안이다. 투자처를 찾지 못하는 막대한 자금들이 새로운 투자상품에 대한 수요가 예상되면서 투자부적격 회사채까지 확대돼 시장은 더욱 커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양진수 연구위원은 “회사채 시장의 활성화는 쉽지 않은 여러 관문을 넘어야 한다”면서 “그러나 최근의 몇가지 시장상황을 낙관적으로 조합할 경우 회사채 시장의 기대감은 높아진다”고 말했다.
한편, 회사채 시장의 전망이 밝게 비춰지면서 신용평가 시장의 전망도 밝은 것만은 아니다. 최근 일부 기업들은 국내에서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회사채를 발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신용평가업계 한 관계자는 “올 1분기 회사채 발행의 증가에 힘입어 신용평가물량의 증가가 이뤄졌지만 장기적으로 볼때 전망은 밝지만은 않다”면서 “최근 현대카드 등 해외에서 회사채를 발행하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하반기 신용평가 물량 하락도 예상되고 있다”고 말했다.
고재인 기자 kji@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