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업계에 따르면 새로운 산업분야가 나타나지 않고 신생벤처기업의 수도 많이 늘어나지 않는 시장 환경이 되면서 수익을 기대할 만한 기업을 찾기가 어려워지고 있다.
벤처투자정보센터의 벤처캐피털 8월 투자현황 자료를 살펴보면 신규투자 업체는 2001년 1119개에서 2002년 768개, 2003년 630개, 2004년 544개, 2005년 635개, 2006년 8월 현재 457개로 줄었다. 올해 연말까지 예상치를 기대해도 지난해와 비슷한 600여개 업체 수준에 머무를 것으로 보여진다.
또 신규투자에 50% 이상 점유율을 차지하던 IT부문은 30%로 떨어지면서 투자금액은 다양한 곳으로 분산되고 있는 상황이다.
IT투자 점유율은 2001년 646개 업체에 5147억원으로 57.7%의 점유율을 차지했지만 2002년 432개 업체 3384억원 54.7%, 2003년 335개 업체 3336억원 52.9%, 2004년 303개 업체 3423억원 56.6%, 2005년 369개 업체 3542억원 46.7%, 2006년 8월 현재 220개 업체 2020억원 39.8%의 점유율로 점차 떨어지고 있다.
하지만 투자금액은 늘었다. 1개 기업당 투자하는 평균 금액은 2001년 7억~8억원대에서 지난해와 올해 11억원대로 증가했다.
업계 한 전문가는 “90년대 이후 벤처투자 시장을 이끌어온 IT산업의 비중이 점차 떨어지고 있고 전체투자 금액은 과거와 비슷한데 한 기업에 투자하는 금액이 올랐다는 것은 그만큼 투자처를 못 찾고 있다는 증거다”면서 “80~90년대 가전·자동차·화학·철강·건축자재, 90년대 컴퓨터·반도체, 99년 이후 인터넷·이동통신 등으로 이어져 신규로 투자할만한 산업분야는 시기마다 나왔지만 2002년 이후부터 몇 년간 새로운 산업과 기술이 나오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심지어는 어렵게 발굴한 투자처를 더 좋은 조건으로 가로채기 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특정산업분야에 발전 꺼리가 없고 신생 벤처도 거의 없는 상황에서 돈은 많고 괜찮은 투자처를 못 찾은 벤처캐피털 업체들은 다른 업체가 어렵게 발굴해낸 중소기업을 수익이 떨어지더라도 높은 조건으로 가로채 간다”면서 “이 같은 현상은 2003년 코스닥이 살아나려고 몰아내기식 투자를 했던 때와 비슷해 나중에 수익을 제대로 챙기지 못하고 시장을 위축시킬 수 있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이 같은 현상은 무조건적인 투자로 시장을 위축시키는 과거와는 다르게 투자전문성을 가진 벤처캐피털 업체에게는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LG벤처투자 김윤권 이사는 “IT산업은 정점에서 내려오고 있고 새롭게 눈을 뜨는 바이오 산업은 아직 가까이 다가오지 않고 있어 신규 투자처 발굴은 어려워지고 있지만 전문성을 가지고 찾아 다니며 발굴하면 경쟁력은 오히려 커질 것이다”며 “회수 시장이 막히며 어려워진 벤처투자 시장은 좀 더 전문가가 활약할 시대가 됐으며 넓은 시야로 다양하게 투자 접근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재인 기자 kji@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