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에 따르면 벤처캐피털 회사들이 벤처 투자의 특성상 기술투자 등에서 전문성을 가지고 있는 이공계 출신 전문 CEO를 내세우는 경향이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벤처캐피탈협회가 올해 9월 말까지 집계한 창업투자회사 91곳 107명의 대표이사 전공을 살펴본 결과 이공계 대학 출신 전문 CEO가 18.7%(19명)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몇년전까지만 해도 벤처캐피털 대표이사 대부분이 상경계 출신이었던 점을 감안했을 때 놀라운 변화로 분석되고 있다.
벤처캐피털 초창기부터 강세를 보여온 상경계 출신 대표이사의 비율은 57%(61명)로 절반 정도를 차지해 여전히 많은 점유율을 나타내고 있다.
한국벤처캐피탈협회 김형닫기김형기사 모아보기수 이사는 “과거 전무했던 이공계 대표 이사들의 증가는 변화하고 있는 벤처캐피털 업계를 대변하고 있다”면서 “과거 단순히 전문성 없이 감이나 흐름에 따라 주먹구구식으로 투자를 해왔지만 시간이 흐르고 벤처캐피털 업계에 투자 노하우 등이 쌓이면서 이제 전문성이 필요한 시기가 됐다”고 말했다. 또 김 이사는 “이런 현상은 대표이사 뿐만 아니라 심사역까지 확대되고 있어 향후 무조건적인 IT투자에서 벗어나 바이오 등 다양한 기술투자로 확대될 것이며 더욱 전문적이며 안정적인 시장을 만들 것이다”고 말했다.
또 한 VC대표는 “이공계 출신이 늘어나고 있는 것은 기술 분야에서 남들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장점을 가지고 그만큼 열심히 노력한 결과로 볼 수 있다”며 “여전히 상경계열 출신 CEO가 많은 점유율을 보이고 있는 것은 그들도 오랜 기간 전문경영 노하우와 경험을 쌓고 전문성 확보를 위해 그만큼 노력을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공계 출신 CEO의 전공은 무기재료공학, 낙농학, 교육과학, 농화학, 토목공학, 분자생물학, 기계공학과 등이 많았다.
업계 관계자는 “투자심사역 가운데 이공계 출신이 많이 포진하고 있어 전문성 확보 및 향후 이공계 출신 투자 전문 CEO들의 출현이 더욱 많아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벤처캐피털 업계에서 투자 전문성은 이미 많은 이공계 출신 심사역들의 진출로 시장의 기반을 마련하고 있는 상황이다.
중소기업청이 지난해 8월 조사한 창업투자사 심사역 현황에 따르면 510명의 투자심사역 가운데 31.4%(160명)가 이공계 출신인 것으로 확인된 바 있다.
한편, 2명의 대표 체제로 공동대표를 내세우고 있는 15개 벤처캐피털 회사는 26.7%(4명)를 이공계 출신CEO를 내세웠다. 이는 전략적으로 전문경영 노하우와 투자 전문성을 모두 확보하려는 방안으로 업계에서는 향후 이런 공동대표 선임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벤처캐피털 업계의 이공계 출신 대표이사의 점유율은 타업종과 비교해 볼 때 상당히 높은 수를 차지하고 있는 상황이다”면서 “물론 전문 경영인이 필요한 상황이지만 전문성을 가지고 있는 기술투자 전문 CEO도 지속적으로 나와주어야 하기 때문에 앞으로는 공동대표이사 체제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고재인 기자 kji@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