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뮤지컬은 시장과 제작 규모의 성장, 더 이상 들여올 수입 작품이 없는 상황과 로열티 비율 급증, 일본 대형 제작사의 국내 시장 진입, 아직까지 투자사들의 진입이 거의 없는 상황으로 투자자의 입맛을 당기고 있다.
공연업계에 따르면 시장은 매년 15~20%씩 성장하고 있다. 입장권 판매를 대행하는 인터파크가 집계한 시장규모는 2003년 1554억원, 2004년 2064억원, 2005년 2411억원, 2006년 2893억원(추정)으로 나타났다.
특히 뮤지컬은 2001년 500억원에서 올해 1150억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따라서 업계에서는 뮤지컬이 공연시장에서 40% 이상 점유율을 차지하면서 성장세를 이끌어 가는 주역으로 분석됐다.
인터파크 관계자는 “공연시장은 최근 몇 년간 꾸준히 20% 내외의 성장을 해오고 있고 특히 올해는 노트르담 드 파리, 미스사이공과 같은 대형 공연으로 지난해에 이어 20%정도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특히 인터파크 공연판매분에서 뮤지컬 점유율은 40% 정도 차지하고 있고 전체 시장에서도 30~40%정도 되는 것으로 추정돼 공연시장의 성장세를 주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 입장료 6만원에서 12만원으로 껑충
뮤지컬 시장의 규모를 키운 것은 로열티를 주고 들여온 수입 뮤지컬. 2001년 당시에는 상상도 할 수 없는 100억원 규모의 제작비를 투입한 오페라의 유령이 장기 공연으로 성공을 거두면서 대형 뮤지컬 시장의 포문을 열었다. 이후 CATS, 레미제라블, 맘마미아, 프로듀서스, 노트르담 드 파리, 그리스, 지킬앤하이드, 알타보이즈, 헤드윅 등 대형에서 중형 뮤지컬에 이르기까지 수십억원 규모의 뮤지컬들이 줄을 이었다. 이에 따라 3~4년 전 최고 6만원 하던 입장료는 10만~12만원 수준으로 올랐다.
업계 관계자는 “뮤지컬 시장은 수십억원 규모의 대형 수입 뮤지컬들이 대거 들어오면서 입장료가 평균 10만~12만원 정도로 상승해 규모가 커졌다”고 말했다.
◆ 들여올 수입작품 없고 로열티는 급증, 일본제작사까지 진입
2001년 오페라의 유령을 시작으로 라이선스를 가진 중대형 수입 뮤지컬들이 대거 들어온 후 국내 시장에서 웬만한 뮤지컬은 다 볼 수 있었다. 현재는 더 이상 들여온 작품들이 없는 상황으로 제작사들은 미국 브로드웨이뿐만 아니라 마이너리그 수준의 Off-브로드웨이까지 작품을 보러 다닐 정도가 됐다.
한편, 최근 들여오는 수입 작품들의 로열티가 급증하고 있다.
올해 초연되는 미스사이공은 매출의 25%, 노트르담 드 파리의 경우 21%가 로열티로 지급된다. 과거 8~10% 수준이었던 것과 비교해 볼 때 제작사들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또 우리나라보다 수십배 이상 큰 규모의 뮤지컬 시장을 가지고 있는 일본의 제작사도 국내 시장에 진입을 시도하고 있다. 일본 공연시장에서 독점적인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는 제작사 시키(四季)가 라이온 킹을 들고 국내 시장에 진입한다.
국내 제작사 관계자는 “로열티를 주고 수입 작품을 들여오는데는 한계에 다다르고 있고 몇십배 이상 큰 일본 시장에서 독점하다시피한 일본 제작사가 국내 시장에 진입하고 있어 제작사들은 더욱 생존을 위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 큰 규모로 수익나는 창작 뮤지컬 나온다
국내 제작사들은 국내 뮤지컬 시장의 변화에 따라 생존 방안으로 중대형 창작 뮤지컬을 준비하고 있다.
과거의 경우 창작 뮤지컬은 라이선스 뮤지컬과 경쟁이 되지 않았다. 제작 인력, 무대, 조명, 음향 등의 수준이 너무 떨어졌고 위험부담이 있기 때문에 소규모로만 제작돼 성공한 사례가 거의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 5년간 라이선스 뮤지컬을 국내에 들여와 제작하면서 세계적인 수준의 제작 기술과 연출력을 쌓아 기반을 마련하고 있는 상태. 또 일부 몇 개의 창작 뮤지컬이 수익을 내면서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10년 동안 장기 공연 된 명성황후, 7년된 사랑은 비를 타고 등이 2~3년 전부터 수익을 내기 시작했다. 또 CJ엔터테인먼트도 올해 본격적으로 창작 뮤지컬 제작에 나섰다. 올해 4월부터 두 달 동안 공연된 거울공주평강이야기와 6월부터 공연 중인 김종욱 찾기 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 라이선스 뮤지컬을 들여와 제작하면서 공연 인력의 퀄리티가 세계적으로 성장했고 2~3년 전부터 명성황후나 사랑은 비를 타고 등의 작품이 수익을 내면서 제작사들이 내년부터 수익이 나는 중대형 창작 뮤지컬 제작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창작 뮤지컬은 아직 잘 알려지지 않아 시장에 진입한 창투사들이 거의 없는 상황. 따라서 한국 영화의 부흥기를 맞기 전의 초기 시장처럼 충분한 메리트와 기회를 가지고 있다.
이미 엠벤처투자는 내년 1월 경에 시작되는 중형급 뮤지컬 ‘하루’에 8억원 규모로 투자를 하고 있다. 내년 하루를 시작으로 중대형 창작 뮤지컬이 계속해서 쏟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많은 창투사들이 진입이 예상되고 있다.
◆ 창작 투자는 제작사·규모·작품 등 고려
한편, 업계 전문가는 중대형 창작 뮤지컬 투자에 있어 제작사, 제작 규모, 대중적인 작품성 등을 잘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국내 제작사는 수십 곳이 되지만 중대형 뮤지컬을 제작할 수 있고 성공시킨 주요 업체는 설앤컴퍼니, 에이콤, 신씨뮤지컬컴퍼니, CJ엔터테인먼트, 오디뮤지컬컴퍼니, 엠뮤지컬, 뮤지컬헤븐, 쇼노트 등 10곳 안팎으로 꼽힌다. 또 제작 규모는 평균 8억~10억원 이상 수준으로 만들어져야 중형급 이상의 창작 뮤지컬 스케일이 나올 수 있다. 이 밖에 뮤지컬에 출연하는 영향력 있는 배우의 섭외와 실력있는 연출 및 기술 인력의 확보가 관건이다.
엠벤처투자 김지웅 부장은 “공연 시장은 영화보다 더 좁고 진입하기 힘들기 때문에 제작 규모와 제작사, 작품, 제작 인력 등을 심도 있게 잘 살펴야 투자에 성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고재인 기자 kji@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