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평가사는 기업이 회사채 발행시 신용등급을 평가해 수익을 얻는다. 신용평가사들의 신용등급 평가는 안정적인 금융시장을 만드는 척도를 제공하고 있어 국내 금융시장에서 없어서는 안될 중요한 부문으로 인식되고 있다.
하지만 상반기에 이어 하반기에도 회사채 발행이 지속적으로 감소세를 보이며 신용평가 시장이 흔들리고 있다. 이에 따라 신평사들은 대체시장을 통해 활로를 찾으려 고심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방안은 내놓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 회사채 발행시장 35.4% 감소
최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7월 직접금융 자금조달 실적을 살펴보면 올 1월부터 7월까지 전체 회사채 발행은 22조4954억원으로 지난해 동기(30조4,698억원) 대비 35.4%(7조9744억원) 감소했다. 일반회사채, 금융채, ABS 모두 전년 동기대비 36.8%, 4.2%, 23.8% 감소하는 등 올해 회사채 시장은 전반적으로 부진한 상황이다. 또 한국은행이 발표한 8월 금융동향에서도 일반회사채가 1월부터 8월까지 2조1000억원이 순상환됨으로써 전년 동기 1조2000억원 순발행을 볼 때, 회사채 시장은 점차 감소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회사채를 발행하는 기업들이 꾸준히 감소하고 있는 상황이고 부채가 줄어든 기업들이 투자를 할 만한 곳을 찾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 기업, 금리 낮은 사모사채 선호
실제로 회사채 감소는 신용평가 시장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올 상반기 신용평가 시장(신용평가 3사)의 매출(296억2500만원)은 지난해(312억5900만원)보다 5.2%(16억3400만원)가 줄어들었다.
업계 관계자는 “이런 상황이 지속될 경우 신용평가 건수가 줄면서 수익원이 점차 줄어들 것이다”며 “신용평가 업체들에게는 상당한 수익악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은행의 자료에 따르면 회사채가 줄어든 반면 은행권 사모사채는 1월부터 8월까지 11조2000억원으로 지난해 동기(1조9000억원) 대비 5배 이상 증가하고 있다. 따라서 신용평가업계는 은행권 사모사채의 증가가 회사채 시장 위축의 주요 요인으로 분석하고 있다.
한국기업평가 평가정책본부 황인덕 실장은 “회사채 감소는 경기침체로 기업들이 새로운 투자를 꺼리고 있는 등 여러 가지 요소가 있지만 상대적으로 비용이 적게 들고 금리가 저렴한 사모사채의 발행이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들이 회사채를 발행하기 위해서는 신용등급을 받은 평가서, 보증기금에 내는 출연금, IR하는데 소요되는 시간과 비용 등이 부담으로 작용하는 반면, 사모사채는 은행에서 유가증권으로 분류되지만 대출과도 같아 회사채와 비교해 제반 비용이 들어가지 않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저렴한 금리에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업계에서는 회사채의 활성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 사모사채 확대에 따른 문제점
신용평가업계는 사모사채 시장의 확대는 단지 업계의 수익성 악화뿐만 아니라 국내 금융시장 전체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위험성을 제기하고 있다.
사모사채 시장의 확대는 ▲기업의 투명성 제고와 시장의 신용정보 충실화에 역행 ▲중도상환의 위험을 부담해야 하는 기업의 채무구조의 취약 ▲은행 내규상 유가증권으로 취급으로 여신한도와 각종 기금 출연 대상에서 제외로 규제차익을 노린 편법 운용 ▲ 은행등 제1금융권의 간접금융 규모가 커지며 기업의 자금조달 쏠림현상 심화로 시장의 균형발전 저해 ▲은행의 지나친 확대 경영으로 리스크 관리 측면상의 문제 노출 등의 문제점들이 지적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도 회사채 시장의 활성화를 위한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위 증권감독과 이헌석 사무관은 “회사채 침체에 대해서 인지를 하고 있다”며 “회사채 시장을 살릴 방법에 대해 발행, 유통시장, 인프라 측면에서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 선진국 수준으로 평가영역 확대 검토
신용평가사들은 시장의 축소와 경쟁심화에 대한 우려로 다양한 대응책을 모색하고 있다. 단지 회사채로 인한 시장 축소뿐만 아니라 신용평가사 설립 규제 완화로 내년부터 외국계 회사들의 진입이 예상되는 가운데 기존 신용평가 3사 과점 체제는 무너질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신평사들은 회사채, CP, ABS 뿐만 아니라 선진국에서 활성화된 지방채, 우선주, 론, 펀드에 대한 신용평가 영역까지 확대할 계획을 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한국신용정보는 최근 투자자들에게 펀드를 제대로 평가할 수 있는 기준을 제시해주는 펀드 리스크 평가라는 새로운 영역의 확대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한신정 경영지원본부 조용수 실장은 “국내에서도 향후 평가대상의 확대가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을 바탕으로 수년 전부터 지방채, 론, 펀드, 우선주에 대한 평가방법론을 연구, 개발해 왔으며 동시에 이같은 평가대상에 대한 평가필요성을 끊임없이 제기함으로써 평가영역 확대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재인 기자 kji@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