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노사관계 로드맵에 따라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와 복수노조 허용은 향후 노조 전임자를 줄여야 하는 형편에 몰릴 수도 있으며 복수노조 허용에 따라 자칫 교섭권을 제약받을 수 있어 노사 모두 양보할 수 없는 사안으로 꼽고 있다.
아울러 고용안정이라는 큰 줄기에서 진행되는 특수영업팀과 같은 특수부서 신설 금지나 전직지원센터(가칭) 설립 요구 등 어느 것 하나 쉽게 풀릴 것으로 보여지지 않고 있다.
게다가 비정규직법은 향후 국회의 법안처리와 맞물려 일단 금융노조, 은행연합회 모두 상황을 지켜보자는 분위기이지만 향후 가장 민감한 사안으로 떠오를 것이라는 게 노사 모두의 예상이다.
현재 금융노조는 임단협 안을 은행연합회에 전달했으며 오는 8월18일 1차 교섭을 앞두고 있다.
◇ 상시구조조정 막고 고용안정 요구 = 금융노조는 또 고용안정이라는 큰 틀에서 △특수부서 신설 금지 △정년연장 및 임금피크제 개선 △전직지원센터(가칭) 설립을 요구하고 비정규직법 역시 고용안정 차원에서 접근할 계획이다.
잇따라 상시구조조정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는 후선발령이나 이미 외환, 조흥은행 등에서 활용했던 ‘특수영업팀’ 신설 등을 못하도록 ‘특수부서신설 금지’조항을 제시했다.
후선발령에 대해서는 지난해 초 국민은행이 대규모 명퇴를 실시하면서 후선발령한 것과 관련한 소송에서 1심 법원이 집단 반발했던 106명의 손을 들어준 상태여서 논란의 불길이 거세질 전망이다.
여기에 각 은행 사측은 인사 경영권은 사측에 속한다며 강경하게 맞섰던 지난해 임단협과 같은 기조로 대응할 것으로 예상돼 파열음을 예고했다.
아울러 금융노조는 노사 공동의 ‘전직지원센터’ 설립도 요구했다.
최근 노사정위원회는 금융부문의 전직지원과 교육에 대해 논의했으나 합의를 이끌어내지는 못했고 다만 공익위원의 권고안으로 만족해야 했다.
노조측에선 점차 금융 인력들의 고용불안이 커지고 퇴직연령도 낮아지면서 이같은 제도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은행권 한 담당자는 “과거에 금융연수원을 통한 전직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했고 은행연합회서도 센터를 운영했지만 별다른 성과가 없었다”며 “최소 몇백억 수준의 비용이 들텐데 효과가 검증되지 않은 것에 누가 투자를 하겠냐”고 반문했다.
이어 실제 은행 퇴직자들이 교육을 받고 나서 안착할 수 있는 고용시장이 제2금융권 등에 형성돼 있지 않다는 점 등도 반대의 이유로 꼽았다.
이밖에 임금피크제 도입은 사회안전망 보완책이라는 순기능 대신에 실제 정년을 55세로 단축시키는 역기능만 부각되자 금융기관 정년을 현재 58세에서 60세로 연장하자는 요구안도 포함됐다.
◇ 비정규직 법안 처리에 촉각= 은행권의 경우 비정규직 직원이 무려 30%에 육박하는 수준이어서 향후 비정규직법에 따라 2년 이상 계약 후 이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데 큰 부담을 느끼고 있다. 임금 뿐 아니라 은행의 각종 복지혜택 즉, 임차사택이나 의료혜택 등을 정규직과 동일하게 하는 경우 막대한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은행측에선 2년 이내에 계약을 끝내고 순환시키는 방식도 검토하겠지만 이는 숙련도 전문성을 요하는 금융의 특성을 고려할 때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금융계는 판단했다.
대신 이들을 별도의 단독직군으로 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노조측에선 이 방안이 또다른 차별을 야기할 수 있다고 판단, 인위적 직제구분 금지 등을 요구할 방침이다.
비정규직법은 올 정기국회에서 논의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은행과 노조 모두 서둘지 않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의 또 다른 한 담당자는 “비정규직 법안에서 큰 원칙들이 일단 정해져야 임단협에서 논의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노조 측에서는 이익의 5%를 현금 및 주식 등으로 직원에게 배분해주는 이익배분제 시행도 임단협 안에 포함시켰지만 은행측은 개별 기관의 문제로 공동 임단협에서 협의할 사안이 아닌 것으로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 자칫 전임자 수 줄이거나 조합비 올려야 = 노사관계 로드맵에 따르면 내년부터는 사측(은행)이 노조 전임자 임금을 지급할 수 없게 된다. 이 경우 노조는 전임자 수를 줄이거나 직원들로부터 조합비를 더 거둬야 하지만 조합비를 더 거둘 경우 직원들의 반발을 불러올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전임자 수를 줄인다면 향후 노조 활동에 제약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 우려되고 있는 상황이다. 노조 측에서는 노사 자율로 맡기거나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사측은 로드맵의 원칙에 동의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 복수노조 허용에 따라 복수노조는 반드시 교섭창구를 단일화해야 한다고 제시하고 있지만 금융노조는 복수라는 이유로 교섭창구 단일화를 강제하거나 이를 이유로 교섭권이 제약되지 않도록 명문화를 요구하고 있다.
은행측에선 최근에 우리은행에서 관리직 노조가 생겼고 향후 농협중앙회 등 대형 은행들에서도 이같은 움직임을 전혀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어서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결국 은행 입장에선 창구단일화를 방패막이로 활용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원정희 기자 hggad@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