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은행측이 전환을 유도하고 있는 ‘FM/CL(창구및 사무전담직)’이라는 직렬은 지난 2004년말 ‘성차별적’ 요소가 인정돼 지방노동청으로부터 시정지시를 받은 바 있다.
은행측은 시정지시를 이행하지 않았고 노동청이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을 정도로 논란을 빚고 있는 제도여서 반발은 더욱 거세다.
17일 금융계에 따르면 하나은행은 지난 3월부터 옛 서울은행 출신 여직원들을 대상으로 직렬전환 수요조사를 한 데 이어 출신별로 유니폼 기준을 달리 제시하는가 하면 직렬전환 설명회 개최를 시도해 노조의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은행측은 지난 15일 서울은행 출신 직원 360명을 대상으로 직렬전환 설명회를 열려다가 노조 측의 저지로 무산됐다. 이어 17일 오후 5시 예정됐던 설명회는 시작 한시간 전께 은행측이 ‘일정기간 유보’입장을 밝혀 물리적 충돌 가능성을 간신히 돌려 세웠다.
은행측이 유보로 돌아선 것은 다른 이유 탓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하나금융그룹은 오는 27일 그룹 모든 소속사 참여 속에 체육대회를 앞두고 있다. 이미 대투증권노조가 체육대회 불참의사를 밝힌 상황에서 이번 직렬전환 추진 논란을 이유로 은행 일각에서 체육대회를 보이콧하자는 강경발언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그룹 전체 큰 행사의 파행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이란 해석이 간간이 흘러 나오고 있다.
그러나 노조는 당초 설명회 자체를 취소할 것을 요구했던 터여서 물리적 충돌의 불씨가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았으며 서울은행 출신 직원들의 집단화된 반발 가능성 역시 마찬가지다.
은행 인사담당 조병제 부행장은 지난 15일 설명회 무산 직후 직원들에게 보낸 메일에서 “직렬전환은 직원들에게 매우 중요한 사안이기에 은행장의 정책설명 자리를 빌어 현재의 검토안을 알리고 폭넓은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것”이라고 취지를 밝혔다.
반면 하나은행 노조 한 관계자는 “전체 직원들을 대상으로 직렬전환에 대해 이해시키는 게 아니라 특정은행 출신들만을 대상으로 한 설명회는 받아들일 수 없다”며 “도대체 기준이 무엇인지 조차 알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에 앞서 노조에 따르면 하나은행은 지난 3월께 서울은행 출신 여직원들만을 대상으로 ‘직렬전환 수요조사’를 했다.
서울은행 출신 여직원들에게 FM/CL 전환을 유도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와 관련 노동계에서는 FM/CL제도의 성차별적인 요소로 인해 검찰에 송치돼 있는 상황에서 이같은 요소를 해소하기는커녕 특정 출신에게만 직렬전환을 추진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나아가 최근엔 하계유니폼 기준이 출신차별 논란에 불을 붙이고 있다. 은행측은 최근 하나 출신 종합직 여직원들은 유니폼을 입지 않는 대신에 옛 서울출신과 FM/CL 직원들만 유니폼을 입도록 지침을 내린 것으로 전해져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영업점의 경우 서울출신과 하나출신 관계없이 여직원들은 하나같이 유니폼을 입었다. 그러나 이 지침에 따르면 같은 직급의 여직원이라도 출신별로 유니폼 착용 유무가 달라진다.
논란이 빚어지자 은행측은 관례를 이유로 “구 하나 직원은 ‘직렬’에 따라 기타직렬은 정장을, FM/CL직렬은 유니폼을 착용하며 구 서울 직원 역시 기존 관례에 따라 남자 행원은 정장을, 여행원은 유니폼 착용을 원칙으로 한다”는 내용의 공문을 띄웠다.
이에 대해 노조는 “합병한 지 4년째이고 각종 제도 및 인사체계가 통합된 게 언젠데 문화통합에 앞장서도 모자랄 판에 출신별로 구별해 유니폼 착용기준을 만드느냐”며 반발했다.
직렬전환 유도 등 최근의 잇따른 은행측의 시도로 서울은행 출신들의 반감은 커지고 있는 것으로 은행 안팎에서 전해지고 있다.
이같은 상황이 중첩되고 있다보니 직렬전환 ‘직원 간담회’ 무산 직후인 17일 은행측이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보도자료를 배포한 것을 두고서도 은행측이 스스로 촉발시킨 노사갈등에 대한 비난여론을 희석시키기 위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실정이다.
원정희 기자 hggad@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