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공식 출범한 한국밸류자산운용의 대표 펀드매니저 이채원 전무(사진·42)가 인터뷰를 시작하며 처음 던진 말이다.
설립초기 무차별 마케팅을 기본으로 하는 운용업계 관행과는 달리 수탁고에 연연하지 않겠다고 한다. 대규모 자금유입도 기대하지 않았다.
이같은 배경에는 밸류자산운용이 출범하면서 선언한 기존 운용사들과 차별화 전략이 있다. 만기 10년이상 중장기 주식형펀드 1개만을 운용한다는 것이 그렇고 환매시기도 3년까지는 사실상 불가능하도록 했다.
대체 어떻게 운용할 요량일까.
이 전무는 이렇게 말했다. “우선 잦은 매매는 지양하고 한 번 산 주식은 1년이내 팔지 못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물론 실수를 한 경우, 혹은 예상 목표를 한두 달 내 달성한 경우는 예외죠”
그는 또 향후 펀드운용에 있어 일본의 사와카미펀드를 떠올리면 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펀드운용 철학을 공유하는 운용역과 투자자들이 모여 평생 투자를 책임지는 면에서 측그렇다.
이 전무는 “단일펀드라는 점, 또 평생투자측면에서 투자철학을 공유하는 사람들이 모여 펀드를 운용한다는 점에서 유사합니다. 다만 경기 및 라이프사이클을 고려한 매매행태를 보이는 사와카미펀드 성격과는 다소 차이가 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이 전무는 국내 주식투자 행태에 대해 쓴소리도 했다. 이 전무는 “일주일만 수익률이 안 좋아도 사유서를 써내는 등 난리가 나는 게 국내 펀드매니저의 현실”이라며 “펀드평가시스템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매니저가 본인의 원칙대로 할 수 있게끔 경영진이 펀드에 대해 장기적 관점을 가져줬으면 한다’는 당부도 곁들였다.
이와 관련 주변에선 기대 반 우려 반이다.
국내 주식형펀드의 경우 1년에서 길어야 3년인데 10년을 보고 투자하는 게 당최 가능하기나 할까라는 점 때문이다.
주변의 여론을 모아보면 이렇다. “장기투자로 가야한다는 거시적 측면에선 밸류자산운용의 출범에 박수를 보낸다. 하지만 국내시장 여건에서 밸류자산운용의 성공을 점치기엔 다소 무리가 있다. 가치투자를 지향하는 템플턴자산운용이 국내시장에서 고전하는 것을 보더라도 그렇다. 국내시장엔 3년이상을 한 마음으로 기다려줄 투자자는 개인이나 기관 어디에도 별로 없는 편이다. 다만 초기에 다소 고생을 하면서 국내시장에 장기투자문화가 정착되면 다를 것이다. 이와 비슷한 회사가 생겨나고 하나의 트렌드가 될 경우 향후 밸류자산운용은 성공적인 파이오니어로서의 입지를 갖추게 될 것이다”
이에 대해 이 전무는 “어려운 길을 가는 것은 분명하다. 다만 누군가는 가야하고 우리가 먼저 가는 것일 뿐이다. 지켜봐 달라”고 부탁했다.
단기매매가 득세한 국내 시장여건 속에서 과연 한국밸류자산운용이 인고(忍苦)의 세월을 견뎌내며 장기투자문화 정착의 단초가 될 지 기대되는 대목이다.
홍승훈 기자 hoony@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