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국내 대형은행 기업금융 담당자들은 기업금융 시장에서 외국계 은행의 영향은 제한적이어서 여전히 국내 은행 간 싸움이 이어질 것이라는 게 한결같은 전망이다.
SC제일은행은 지난 4일 서울에서 기업금융부문 최고경영자그룹 회의를 열어 마이크 리스 SCB 기업금융부문 총괄대표 등 관련분야 고위 인사 200여명이 방문했다.
이 날 마이크 리스 대표는 “SCB는 한국 기업금융 부문에서 상위 3위 은행으로 부상하는 것을 목표로 기존 중국 인도 아프리카 중동에 진출한 한국 고객들에게 제1의 은행으로 자리매김하겠다”고 강조해 기업금융 강화를 시사했다.
이에 앞서 HSBC는 최근 기업금융 강화를 위해 관련 전산 개발에 착수했으며 지난 9월말엔 삼성동에 기업금융센터를 개설해 기업금융서비스를 총괄하는 사실상의 본사역할을 맡겼다.
◇ “외국계 볼륨 확대엔 한계”= 외국계은행들은 자금조달에서 유리해 저금리 공세가 가능하고 해외 네트워크가 많기는 하지만 그것만으로 시장지배력을 행사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국내 기업금융 담당자들은 입을 모았다.
외국계는 신용대출을 해도 문제가 없을 만한 우량기업들만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시장도 극히 제한적이라는 지적이다.
게다가 국내에선 대부분 대출 건별로 이뤄지기 보다는 공장 및 시설담보 등을 통해 주거래은행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담보물을 옮기는 번거로운 절차를 거치면서 까지 외국계로 이동할 가능성은 적다고 분석했다.
국내 대형은행인 A은행 한 관계자는 “결국 외국투자기업, 다국적기업, 혹은 해외 지사망을 상당부분 갖고 있는 업종에 국한돼 외국계에 관심을 보일 것으로 보이며 전체적으로도 스팟성 거래로 제한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울러 국내 은행 담당자들은 외국계 은행들의 기업금융 강화 움직임에 의구심을 보이기도 한다. 한국씨티은행도 출범한지 1년이 다 됐지만 기업금융 시장에서 두각을 보이지 않고 있으며 오히려 디마케팅에 가까운 전략을 보이고 있다. 저금리 공세로 한 때 국내 은행들이 긴장했지만 이 역시도 별다른 효과가 없었다고 국내 은행들은 판단했기 때문이다.
SC제일은행도 기업금융 강화를 천명하고 나섰지만 실제 SC제일은행의 조직도를 보면 소매금융 조직에 비해 기업금융조직은 외소하기 짝이 없다. ‘소매금융총괄본부’가 리스크관리, 전략마케팅 등 크게 7개 본부로 나뉘어져 있는데 반해 ‘기업금융총괄본부’는 9개 부서로 나뉜게 전부다.
일각에선 SCB가 늘 강조했듯이 소매와 기업금융간 불균형 해소차원에서 ‘구색맞추기’ 아니냐는 주장도 있다.
◇ 국내시장 파악에 상당기간 걸려=만일 이들의 영향력이 크다고 해도 실제 시장에 영향을 미치기까지는 상당한 기간이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B은행 한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외국계는 기업금융에 대한 신뢰도가 높지 않아 당분간은 시장조사 등 시장을 파악하는 데 상당한 시간을 할애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금융계 한 관계자도 “외국계은행들은 국내 기업시장에 대한 데이터베이스가 없어 쉽게 진출할 수 없는데다 국내 기업금융은 대부분 담보를 토대로 하는데 반해 외국계들은 담보대출에 익숙하지 않아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옛 제일은행의 경우 기업시장에 대한 진출이 다른 시중은행 보다 늦었던 데다 뉴브리지캐피탈 등을 거치면서 이 부문이 상당히 위축돼 있는 상태여서 한계로 지적된다.
한국씨티은행도 올 10월 가동예정인 전산통합이 예정보다 늦어지면서 기업부문 전산통합 역시도 연기될 가능성이 높아 영업에 제약요인이 된다.
반면 외국계은행 근무 경력이 있는 시중은행 한 임원은 “외국계도 이제 더 이상 대기업만으론 돈이 안된다는 것을 알고 중소기업에서 수익을 내려고 한다”며 “HSBC 등의 외국계는 이미 해외 여러 지역에서의 기업금융 노하우도 있다”고 말했다.
◇ 여전히 토종은행간 경쟁= 대부분의 담당자들은 상당 기간 동안은 여전히 토종은행간 경쟁이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C은행 한 관계자는 “시장판도가 바뀔 정도는 아니며 볼륨도 크지 않아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결국엔 많은 볼륨을 갖고 있는 국내 은행간 경쟁이 이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민은행도 이제 자산확대를 위해 적극적인 공략에 나서 지난 달부터 자산 증대가 가시화 됐다. 국민은행은 기업대출자산을 적어도 2조원 이상 늘릴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다 곧 지주사를 출범시킬 하나은행을 포함한 지주사 계열 은행은 IB사업부나 증권사 등과 연계해 전통적인 대출업무에서 벗어나 M&A, IPO, 파생금융 등으로 영역을 넓혀간다는 전략이다.
원정희 기자 hggad@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