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최근 금융산업노조로부터 임단협 교섭권을 위임받은 조흥은행 노조가 통합문제를 요구안에 포함시킴에 따라 통합은행명 및 은행장, 임금·직급통합 등에서 노사 대립이 첨예해 질 것으로 예상된다.
게다가 최근엔 통합 은행명을 놓고 조흥은행 역대 행장들이 ‘조흥 행명지키기’에 나서기도 했다.
따라서 둘 다는 물론 어느 한쪽이라도 민감하게 여기는 사안에 대한 의견수렴과 설득력 있는 대안 확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 통추위 9~10월 출범 = 신한금융지주 이사회는 지난 26일 9~10월 중으로 통추위를 출범시키기로 결정했다. 통추위는 위원장을 포함해 7명 이내로 하며 신한 조흥은행장이 각각 3명까지 추천할 수 있도록 했다. 위원장은 어느 은행 소속도 아닌 제3자로 하되 공동경영위원회가 선임하도록 했다.
공동경영위는 지주사 사장 및 임원들과 양 은행 행장 부행장들이 구성원이며 필요한 부서장들이 배석하는 형태로 운영돼 온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공동경영위는 통추위 운영과 세부사항 역시도 결정하게 돼 통추위의 탄생에 결정적 권한을 휘드르게 된다.
은행 통합과 함께 향후 조흥은행 카드사업 부문을 분사하고 신한카드와의 합병을 추진하기 위해 ‘카드사업역량강화위원회’도 9~10월중으로 출범한다. 카드사업역량강화위원회는 5명 이내로 구성하고 위원장 선임 및 운영 등 기타 세부사항에 대해서도 공동경영위가 결정한다.
조흥은행 노조는 최근 상급단체인 금융노조로부터 임단협 교섭권을 위임받아 자체적으로 교섭을 할 수 있게 됐다.
이에 따라 이미 노조 요구안을 은행측에 전달했으며 오는 31일 1차 교섭을 요구해 놓은 상황이다.
◇ 통합과제 1차 관문은 임단협? = 노조 요구안에는 통합과 관련된 사안들이 모두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협상 상대자가 통합 과정에서 실질적인 구심점 역할을 하는 신한지주가 아닌 조흥은행 경영진이라는 점에서 어느 누구도 만족할 만한 결과물을 얻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특히 통합은행명, 통합은행장, 양 은행 직원간 직급 및 임금격차 해소 등의 사안에서는 더욱 그렇다.
은행 이름은 노사정합의문에서 ‘통합시 존속법인은 조흥은행으로 하고 통합은행의 명칭은 조흥을 사용하되 통추위에서 결정한다’라고 돼 있어 각자 입장에 따라 달리 해석할 여지가 있다.
그렇다고 두 은행의 이름을 단순히 합쳐 ‘신한조흥’. ‘조흥신한’으로 하는 것도 긴장관계를 높일 가능성이 크다. 아니면 앞 글자만 따서 ‘신조’ ‘조신’으로 하는 방안에는 두 은행 관계자들 모두 수긍하기 힘든 답안으로 전락할 전망이다. 통합은행장 역시 조흥은행 노조는 대등통합을 원칙으로 한다면 조흥은행 출신이 맡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조흥 노조 관계자는 “어차피 신한지주 회장을 비롯한 사장이 모두 신한출신인데 통합은행장 역시도 신한 출신이 맡는 것은 대등통합 원칙에 어긋난다”며 “통합은행장 정도는 조흥출신이 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 대립각 확대 가능성 = 게다가 공동경영위 위상과 권한에 대해서도 일부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합의문에서 통합과 관련된 사항은 대부분 통추위에서 논의하기로 했으나 통추위 자체의 구성과 색채를 공동경영위가 결정한다면 실질적 결정권은 공동경영위가 하는 것이므로 맞지 않다는 논리가 형성됐다. 이미 공동경영위는 통합은행의 본점 위치를 결정했다가 부분적 반발을 산 적이 있다.
아울러 이미 다 드러난 조흥은행 노조와 경영진 혹은 신한지주간의 대립구도에서 그치지 않고 긴장관계 내지는 대립각이 확대될 가능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근 조흥은행 역대 은행장이 ‘조흥은행 행명 지키기’에 나선 것이 한 예다.
역대 은행장인 문상철 임재수 송기태 은행장을 비롯해 퇴직 임직원들은 “108년 역사를 가진 ‘조흥’이라는 브랜드는 그 가치를 충분히 인정받고 있는 만큼 브랜드를 유지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밝혔다.
이들이 직접적 이해 당사자는 아니지만 조흥은행 108년 역사도 함께 끌어안아야 할 새 통합은행 출범을 앞둔 상태에선 전직 행장들의 입장을 아예 못들은 체 하기 어려운 사정인 것도 인정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통합 은행장 출신이 어디냐는 문제나 은행 이름은 현직 조흥 직원들에게 그다지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게 일선 직원들의 목소리다.
다만 앞으로 있을 신한 조흥은행간 직급 및 임금통합은 몸소 느낄 수 있는 문제여서 향후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 나가느냐에 따라 통합의 성패가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것이다.
금융계에선 이미 한국씨티은행의 파괴력이 기대에 못 미치는 것은 인사·조직 통합의 난맥상 때문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또 하나·서울은행도 임금통합에 2년이 넘게 걸린 것을 볼 때 여간 어려운 문제가 아닐 것이란 지적이다.
신한은행 직원들 또한 이 문제에 관한 한 지켜만 보고 있을 상황이 아니다.
신한은행 한 관계자는 “어차피 통합과 관련된 사안은 모두 ‘제로섬게임’ 아니냐”며 “조흥노조가 주장하는게 결국 신한 직원과도 관련이 있는 부문이기 때문에 우리도 적극적으로 입장을 나타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합병 전에 투뱅크 체제를 거친 국내 최초의 사례로, 감성통합에 공을 적잖이 들였던 신한·조흥은행 통합은 결국 각 주체간의 관계가 비판적 생산적 연대로 승화하느냐, 최악의 경우 물고 물리는 대립관계로 얽히느냐에 따라 크게 다른 결과를 낳기 마련이다.
원정희 기자 hggad@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