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가 은행장들이 직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편지로 엮어 인터넷 사내게시판이나 이메일 등을 통해 직원들에게 전하는 사례가 늘었다.
편지를 자주 애용하는 은행장은 우리, 조흥, 한국씨티, 수출입, 대구은행장을 꼽는다.
대부분의 은행은 사안이 있을 때마다 편지를 띄우는 형태인데 반해 대구은행은 올해 이화언 행장이 취임한 후 아예 제도로 굳히기도 했다.
대구은행은 ‘CEO LETTER’라는 이름으로 주간 단위로 편지를 띄워 평소 경영철학, 직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 등 다양한 내용을 전하고 있다.
우리은행 황영기닫기황영기광고보고 기사보기 행장은 가장 최근 유전사업과 관련 검찰에 다녀온 직후 직원들의 신뢰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편지로 전해 호응을 얻은 바 있다.
또 지난 4월 장애인의 날을 맞이해서는 고객 중 일부 장애인 고객이 은행에 항의하는 사례가 있어 직원들로 하여금 장애인의 고충을 함께 나누자는 내용의 글도 전했다.
조흥은행 최동수 행장 역시 지난해 흑자전환 했을 때, 올해 명예퇴직 실시 직후 등 사안이 있을 때마다 편지로 직원들을 격려하기도, 직원들의 이해를 구하기도 한다.
해외 출장이 잦은 수출입은행 신동규 행장은 해외 출장때마다 ‘출국인사’겸 해서 출장 배경이나 목적 등에 대해 일일이 설명하고 간단한 경영이슈 등을 전하기도 해 행장의 거취나 경영이슈에 자칫 어두워지기 쉬운 직원들도 자연스레 관심을 갖게 된다고.
CEO 입장에선 수많은 직원들을 직접 만나지 못한다는 한계에서 벗어나 편지로 경영진의 마음을 전달하는 등으로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수단으로 인정받고 있다. 게다가 직원들의 사기를 진작시키는데도 도움이 된다고.
그러나 CEO 편지를 대하는 직원들의 반응은 그야말로 그때 그때 다르다. 직원들 입장에선 평소 접근하기 어려운 CEO가 먼저 접근해 오는 모습에 감동을 받기도 하고 중대한 사안에 대해선 편지라는 형식으로나마 경영진의 생각을 읽을 수 있어 직원들로부터 비교적 호응을 얻고 있다.
조흥은행 한 직원은 “단순히 눈가리고 아웅하는 식이 아닌 나름대로 고뇌해서 쓴 편지라는 것을 느끼면 사안에 대해 안심을 하기도 하고 의중을 알 수 있어서 직원들로서는 관심이 많다”고 말했다.
반면 최근 한국씨티은행의 사례처럼 인사문제와 관련 직원들의 반발이 큰 상황에서 하영구 행장의 편지는 오히려 역효과를 내기도 했다고.
핵심 사안에 대한 언급보다는 당장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듯한 임기응변식 편지는 직원들에게조차 외면당할 수 있다는 게 편지를 접하는 직원들의 목소리다.
원정희 기자 hggad@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