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은에 따르면 지난해 개인의 금융부채가 500조원을 넘어서는 동시에 자산도 1000조원을 넘어섰다. 그러나 자산증가율보다 부채증가율이 더 높은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게다가 30일 통계청에 따르면 주당 근로시간이 17시간 이하인 불완전 취업자수가 100만명을 돌파, 최대수준을 나타냈다.
고용 없는 성장기조에서 벗어날 조짐 마저 없어 향후 개인들의 빚 상환 능력이 개선되기를 기대하는 게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한은이 발표한 ‘2004년중 자금순환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개인부문 금융자산은 1044조원으로 전년보다 5.1% 늘었으나 부채규모는 507조8000억원으로 전년도보다 5.3% 늘었다.
지난 2000년 이후 4년간의 증가율을 봐도 부채는 73%로 크게 늘었지만 자산은 34.7% 늘어나는데 그쳤다. 지난 2001년 부채 증가율은 20.1%, 2002년 30.1%, 2003년 5.2% 늘었으나 자산의 경우 2001년 11.1%, 2002년 10.4%, 2003년 4.4%로 못미치는 수준이다.
특히 개인들의 부채상환능력을 나타내는 금융부채 잔액대비 금융자산 잔액의 비율은 2004년 2.06배로 지난 2003년과 같은 수준으로 개선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2000년대 들어 최저 수준이다.
지난 2000년 2.64배에서 2001년 2.44배, 2002년 2.07배, 2003년 2.06배로 부채상환능력은 점차 악화되고 있다.
이는 지난해 말 미국의 3.44배, 일본 4.09배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으로 가계 재무구조의 취약성을 나타낸다.
게다가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주당 근로시간이 17시간 이하인 불완전 취업자 수가 지난 1월 102만5000명으로 100만명을 돌파한데다 2월엔 105만7000명으로 늘었다.
이는 지난해 같은달의 80만4000명보다 무려 24만3000명이 늘어난 규모다.
불완전 취업자수의 증가는 소득의 불안정성이 높아지는 것을 뜻한다.
거시지표 전망기관 가운데 실업률이 감소할 것으로 보는 곳도 드물기 때문에 개인들이 금융자산을 불리거나 빚을 크게 줄이는 데도 별 도움이 되지 못한다.
시중은행 개인고객 담당 한 임원은 “올해도 역시 양극화가 심해짐에 따라 전체적인 소득수준이나 금융자산이 많아지더라도 이는 극소수에 한정된 얘기”라며 “대부분의 사람들의 재무구조는 좋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삼성경제연구원 김경원 상무는 “가계 부채증가율이 떨어지기는 했지만 마이너스로 돌아서지 못하고 여전히 계속 늘고 있다”며 “이는 수익과 지출이 엇비슷한 사람들이 빚을 내고 있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또 “경기가 좋아져야 빚 상환능력이 좋아지고 빚 상환능력이 좋아져야 소비와 경기도 좋아질 텐데 현재는 어느 쪽부터 풀어야할지 가늠이 안되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현대증권 이상재 애널리스트는 “경상GDP대비 개인 금융부채 비율이 지난해 64%를 기록해 지난 2003년 2분기 중 최고치였던 65.4%보다 낮아졌으며 금융부채 대비 금융자산비율도 여전히 낮은 수준이나 더 이상 악화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나아가 그는 올해 중 소비경기가 가계 재무구조 악화의 부담에서 벗어나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내다봤다.
원정희 기자 hggad@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