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 자회사의 신뢰도가 높고 금융그룹 차원에서의 시너지 효과를 높이기 위한 전략에서 온 결과로도 볼 수 있지만 고객 입장에선 선택의 폭이 제한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최근 일부 은행들에선 운용사를 다변화하고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기 위해 점차 분산하려는 움직임도 감지되고 있다.
2일 금융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은행에서 팔고 있는 수익증권 상품 중 해당 은행 혹은 지주사의 자산운용 자회사 상품이 많게는 90~100%로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신한지주의 자회사인 신한BNP파리바는 BNP파리바와의 합작회사로 계약 당시 ‘배타적 조항’을 뒀다. 신한은행은 이 조항으로 해외 뮤추얼펀드를 제외하고는 신한BNP파리바 상품만 팔 수 있다. 지난해 9월부터는 일부 조건 리뉴얼을 통해 자회사로 편입된 조흥투신의 상품도 취급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따라 지난 2003년말 전체 수익증권 판매실적 1조4251억원 중 100%가 신한BNP파리바 상품이었으나 지난해 6월 해외상품을 적극적으로 판매해 74.8%로 감소, 12월말에는 전체 3조731억원 중 83.2%로 나타났다. 조흥투신 상품은 7.3%다.
배타적 조항이 있으면 해당 자회사가 상황에 따라 적절하게 상품을 제공하지 못할 경우 다양한 고객의 니즈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그러나 신한지주 고위관계자는 “계약 조건 리뉴얼을 통해 조흥투신 상품도 팔 수 있게 됐으며 상품이 적기에 제공되지 않는 문제가 없도록 상품담당 실무위원회를 구성해 적극적인 상품개발을 하도록 해 과거보다 상품판매에서의 불리한 점이 많이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국민은행은 2003년말 KB자산운용 상품의 판매 비중이 57%에서 2004년 6월말 63.5%였으나 지난해 12월말엔 전체(15조6564억원) 중 69%를 차지했다.
조흥은행도 2003년말 조흥투신 상품이 전체 수익증권 판매분 중 80.3%를 차지했으나 지난해 6월말엔 91.4%로 늘었으며 12월말엔 90.6%로 소폭 줄었다.
반면 우리, 하나, 외환은행은 자산운용 자회사의 상품 비중이 점차 줄었다.
우리은행은 2003년말 전체 5047억원 중 26.2%가 우리투신운용 상품이었지만 이후 지난해 6월말 전체 6877억원 중 5.4%(373억원), 12월말 2조3166억원 중 1.4% (333억원)로 비중이 매우 적었다.
하나은행은 2003년말 1조3617억원의 수익증권을 팔았으며 이중 86.5%가 하나알리안츠투신운용 상품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6월말에는 86%, 12월말에는 76.5%로 점차 줄었다.
외환은행도 지난 2003년말 전체 수익증권 판매 실적 중 74.7%가 외환코메르츠투신운용 상품이었지만 이후 지난해 6월말 58.8%로, 지난해 말엔 50.1%로 감소 추세를 보였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자회사 상품판매의 50%이상이 MMF”라며 “점차 삼성, 미래에셋, 외국계 자산운용사 등 운용사를 다변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 은행은 ‘Top priority(최우선순위)’라는 이름으로 똑같은 조건에서라면 해당 상품을 최우선으로 해야 한다는 조항이 있기도 하다.
금융계 한 관계자는 “특정 운용사에서 아무리 다양한 상품을 갖췄다해도 운용사마다 상품 특색이 다른 상황에서 운용사를 다변화하는게 고객 입장에서 선택의 폭이 커지는게 아니냐”고 말했다.
또 다른 은행 한 관계자는 “일부 자산운용 자회사는 규모도 크고 은행의 운용사에 대한 신뢰도도 높아 비중이 높은 측면은 있지만 고객 입장에서는 각 운용사의 양질의 대표상품을 모두 구비해 놓고 선택 기회를 부여하는게 정석아니겠냐”고도 말했다.
은행 입장에서도 리스크 관리 측면에서 분산되는 게 적절하다는 지적의 소리도 높다.
은행별 수익증권 판매 자회사 상품 비중
(단위 : 억원, %)
(자료 : 각은행)
원정희 기자 hggad@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