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위기 이후 큰 규모로 합병을 거친 국민은행과 우리은행에선 다양한 출신의 인물이 골고루 중용돼 있는 것과 대조적이어서 하나은행의 현상황은 단연 눈에 띈다.
하나은행은 은행장을 비롯한 임원 및 집행간부(부행장보 이상)총 23명중 서울은행 출신은 4명정도로 분류할 수 있다.<표 참조>
반면 하나은행의 전신인 한국투자금융(이하 한투) 출신은 김승유 행장을 비롯해 윤교중 수석부행장, 김종열 부행장 등 핵심 요직에 포진해 있으며 모두 8명에 이른다. 여기에다 하나은행 출신 4명을 포함하면 총 12명이 옛 하나은행 출신인 셈이다.
지난 99년 하나은행에 합병된 보람은행 출신은 4명, 외부영입 등 기타는 3명에 그친다.
그나마 자산운용본부 대표를 맡고 있는 이인수 부행장은 서울은행 출신으로 유일하게 등기임원이다. 그러나 자산운용본부는 증권사 인수를 못할 경우에 대비해 만들어 놓은 조직으로 향후 대투증권을 인수하게 되면 존폐 자체가 불분명한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지역본부장 등의 본부장급(25명)을 감안해 본부장급 이상인 48명 중 서울은행 출신은 13명에 불과하며 한투 및 하나은행 출신이 21명에 이른다. 이 때문에 옛 하나 출신에 편중됐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게다가 이들 본부장은 6개월마다 계약을 갱신하기 때문에 옛 하나 이외의 출신들의 비중이 일부 높아졌다 해도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 인식이 가시지 않고 있다.
또한 충청하나은행 출신은 충청사업본부의 박종덕 본부장 단 1명만이 남아있어 간신히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하나은행 내부적으로 성골·진골이니 하며 골품제에 비유하는 풍토도 이같은 현상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비 서울은행 출신인 은행 한 관계자는 “성골, 진골이라는 얘기가 나돌 정도로 은행내 차별은 직원들간에 정설로 돼있다”고 말했다.
반면 외환위기 이후 여러 차례의 합병을 거친 국민, 우리은행의 경우 하나은행과는 다른 모습이다.
국민은행은 지난해 강정원 행장이 취임한 이후 현재 본점 본부장급 이상의 임원을 볼 때 국민 출신 3명, 주택 출신 2명, 장기신용은행 출신 2명, 외부 10명으로 꾸려져 고루 배치됐다는 평을 듣고 있다.
우리은행도 상업, 한일은행 출신이 각각 10명씩 배치됐으며 행장과 감사만이 외부에서 수혈됐다.
현재 하나은행의 임금통합 협상은 경영진의 결렬 선언으로 사실상 중단된 상황이며 노조통합도 별 진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임금통합 협상과정에서 경영진뿐 아니라 직원들간의 갈등도 표출되는 상황에서 특정 은행 출신의 임원 편중현상은 이같은 분열을 더욱 부추긴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하나은행 한 관계자는 “임원 인사는 성과에 따라서 이뤄지며 출신은행은 중요하지 않다”고 비판입장을 일축했다.
합병은행 임원 출신별 분포
원정희 기자 hggad@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