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에만 두 번째 특판상품을 내놓은 은행도 있고 이미 판매를 종료한 데도 있다. 어쨌든 대부분의 은행들은 기존 고객을 지키거나 혹은 제2금융권·타은행 등으로 이동한 고객을 뺏어오기 위한 전략으로 이를 이용하고 있다.
그러나 그 실효성 논란은 차치하고라도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전문가들은 “가격경쟁에 매달릴 게 아니라 진정한 경쟁력을 키우기 위한 자산관리능력 및 선진금융상품 제공이 더 시급하다”는 지적에 입을 모았다.
◇ 금융시장 혼란 우려 = 현재의 특판예금 경쟁 양상에 대해 많은 이들이 심각한 출혈경쟁으로까지 이어 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특판예금 자체가 시장원리에 의한 정상적인 가격이 아니어서 시장교란의 원인이 된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그 예로 금융연구원 지동현 연구위원은 1년만기 정기예금 금리가 현재 국고채 1년 수익률(3.5∼3.6%)보다도 높다는 점을 들었다. 지 연구위원은 “미국의 경우 정기예금금리가 1∼2%정도 낮으며 국내와 같은 경우는 전세계적으로 봐도 드물다”고 말했다. 이는 국내 은행들의 예대마진이 낮은 이유도 된다는 것.
또 금리를 4.5%까지 줄 경우 이 부분의 순이자마진(NIM)은 1%도 채안되는 계산이 나올 수 있다. NIM이 3% 이상은 돼야 여러 경비를 충당하고 수익을 낼 수 있다는게 은행 관계자의 설명이다.
신한은행 고위관계자는 “이미 경쟁의 룰이 무너지기 시작해 이런 싸움이 쉽게 끝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 은행이 치고 나오면 다른 은행도 어쩔 수 없이 따라가게 되는 악순환이 벌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향후 대출금리를 내릴 가능성도 있으며 이 경우 대출시장도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
◇ 씨티와 가격경쟁 출혈불가피= 우량고객을 지키거나 유치하기 위한 전략적인 측면이 크다고는 하지만 4.3%-4.5%까지 금리를 줄 경우 일부 출혈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씨티의 경우 국내은행들과는 자금조달 금리에서 일단 앞서고 있으며 가계신용대출이 발달돼 있어 8-10%신용대출로 운용을 하고 있다. 이에 따라 특판예금을 판매한다고 해도 이자마진에 심각한 타격을 주지는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국내 은행들은 아직도 신용대출보다는 담보대출 비중이 높다. 그 중에서도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기껏해야 5%수준의 금리다. 게다가 이마저도 부동산가격 하락 여파로 여의치 않으며 기업대출 역시도 쉽지 않은 상황이어서 가격경쟁에서 불리하다는 분석이다.
◇ 근본적인 상품·서비스 경쟁력 키워야= A은행 관계자는 “향후 전통적인 은행업무에서 외국계 은행과 경쟁하고 또 이자마진을 높이기 위해선 개인신용대출을 강화하는게 급선무”라고 지적했다. 이를 위해선 개인신용평가를 더욱 선진화시킬 필요가 있다고도 덧붙였다.
얼마전에 4.3%의 금리를 주고 같은 금액의 수익증권에 가입하면 0.2%의 우대금리를 줘 최고 4.5%의 금리를 제공하는 특판예금이 A은행에서 나왔다. 그러나 판매당일 팔만한 수익증권이 없다는 영업점들의 불만이 터져 나오자 부랴부랴 상품을 만들어냈다는 후문이다.
일화에 불과하지만 그만큼 국내 은행들이 예금 이외에 대안이 될만한 수익원이 없다는 문제를 단편적으로 드러낸 것이라 하겠다.가격경쟁이 아닌 은행 본래의 기능으로서 경쟁을 하기 위해선 신용대출이든 수익증권이든 경쟁력있는 대안이 시급하다.
대우증권 구용욱 연구위원은 “어차피 특판예금을 통해 들어온 고객이라면 언제라도 더 높은 금리를 주는 곳으로 빠져나가게 돼 있다”며 “때문에 이들 고객을 주거래 고객화하기 위해선 다양한 금융상품을 제공할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고 꼬집었다.
지 연구위원도 “선진 우량은행들은 예금으로 고객을 유치하긴 하지만 결국 투자상품을 판매해서 이익을 얻고 있다”며 “예로 예금이 100이라면 금융자산관리가 200-300의 비중을 차지하는 반면 국내 은행들은 예금이 100, 자산관리는 20-30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즉 이같은 상품을 개발하고 다변화하는게 은행 성패를 좌우하다는 의미다.
은행별 특판예금 출시 현황
원정희 기자 hggad@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