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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증권업 (6)치열한 노사갈등

홍승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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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04-09-19 17:09

협상 채널이 관건…우선 대화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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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산업의 발전을 위해 노사 양측의 갈등을 푸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한 것으로 진단된다.

노사 분쟁으로 인해 일관성 있는 경영의 한계에 직면한 사측, 고용불안으로 하루하루 떨고 있는 노측, 양측의 갈등으로 인한 쌓여가는 불신, 결과적으로 이 모든 것을 모두 떠안을 수밖에 없는 고객 피해 등 일반 금액으로 나타낼 수 없는 증권산업의 손실이 막대하다.

2002년 1월 6일 일은증권은 파업출정식을 갖고 합병반대와 구조조정 저지를 위해 17일간 파업에 돌입했다. 2003년 7월 14일 KGI증권은 지점폐쇄에 맞서 전면 파업에 돌입, 장장 49일간 파업을 지속했다. 다만 2년여 전 굿모닝증권과 신한증권의 합병을 앞두고 긴장감이 고조되던 굿모닝신한증권 노사 양측은 파업 하루 전 극적으로 타결, 다행히도 파업 없는 합병을 할 수 있었다.

이는 갈 때까지 간 최근 2년간 업계의 파업 사례로 이 외에 수없는 쟁의와 집회 등 노사 양측의 갈등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증권사 한 대표는 “증권사는 일단 파업을 하면 고객 계좌가 썰물처럼 금새 빠져나간다”며 “이는 경쟁구도가 어느 산업보다 심하기 때문이며 따라서 증권업계에서 파업을 하면 그 회사는 망한다”고 지적했다.

더욱이 파업이 끝난 뒤 상대방에게 행한 고소와 고발로 인한 힘겨운 뒷감당, 쌓이는 불신, 고객에 끼친 불편 등 갈등의 결과는 파업 이상의 상처를 남기고 만다.

이 같은 상황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최근 노사 양측은 서로에게 행한 맞고소와 고발로 경찰과 법원을 오가고 있으며 정작 풀어야 할 임단협 등 현안은 서랍 속에 묻혀 있다. 더욱이 업계 M&A를 통한 지각변동이 조만간 예고되는 상황이어서 노사 양측의 갈등은 쉽게 봉합될 것 같지가 않다.


◆ 문제는 협상 채널의 차이 = 무엇보다 노사 양측의 최대 현안은 협상 채널의 차이에서 비롯된다. 사측은 모든 협상을 경총에 위임한 상태에서 산별노조인 증권노조와의 협상을 거부하고 있다. 이는 무엇보다 3만 증권노동자 중 5000명 남짓한 증권노조의 대표성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A증권사 인사담당자는 “수익기반 자체가 약화되는 상황에서 환경변화에 따라 구조조정을 하는 것은 필수”라며 “회사별 상황이 각기 다른 입장에서 산별노조인 증권노조가 나서 단 한 명의 구조조정도 안된다고 주장하는 것은 억지이며 증권업 자체를 퇴보시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다른 인사담당자는 “업계가 어려울 땐 모두가 지혜를 모아 합리적으로 대처해야 하는데 적자경영에도 불구하고 임금인상을 요구하고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 무리한 요구를 하는 노조의 요구에는 무리가 있다”며 “현실적으로 해결 가능한 것부터 차근차근 풀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사측이 바라보는 증권노조의 한계는 대표성에 있다. 즉 10여개 지부, 5000여명의 조합원을 포함한 증권노조가 어떻게 3만명 이상의 증권업 노동자를 대변할 수 있느냐는 것.

이에 사측은 경총에 모든 권한을 위임한 상태이며 노조가 주장하는 증권업협회로의 협상 창구 일원화를 반대하는 입장이다.

증권업협회 관계자는 “협회는 35개 정회원사와 21개 특별 회원사 등 총 56개 회원사를 대표한다”며 “단지 일부에 불과한 10여개 지부를 대표해 임단협 등을 처리할 명분이 없다”고 밝혔다.



使, 증권업 특성상 탄력적 인력운용 불가피

勞, 증권발전 위한 勞·使·政 논의장 만들자



◆ 노측, 대화의 틀거리부터 = 이에 대한 증권노조의 입장은 형식적인 숫자에 연연해 하지말고 내용에 충실하자는 것.

증권노조 이정원 위원장은 “증권사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및 산별노조로의 전환이 지금껏 미진한 것은 사측의 부당노동행위에 가까운 행태 때문”이라며 “특히 증권노조의 요구가 형식적으론 증권 종사자의 일부의 주장이지만 내용적인 면에서 일반 증권 종사자의 한결같은 바람이란 것을 알아야 한다”고 반박했다.

그는 또 “증권산업의 문제를 제기할 경우 간담회 수준으로 끝나는 기업별노조의 한계를 벗어나 노사간 교섭의제로 논의하고 제도를 개선하자는 것이 산별노조의 목적”이라고 덧붙였다.

협회 통계에 따르면 증권시장은 장 상황에 따라 2만2000명(1997년)에서 3만8000명(2000년)까지 오르내리고 있다. 이에 증권업 종사자들이 심한 고용불안을 느끼는 실정이다.

이에 대해 사측은 “증권산업의 특성상 인력 변동이 극심할 수밖에 없고 성과에 따른 보상체계가 용인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반면 노조측은 “우리나라는 고객보단 회사의 이익을 위한 영업전략 때문에 전세계 주식매매 회전율 1위라는 오명을 갖고 있고 올해 들어 쓰러진 증권노동자가 10여명”이라며 “이 같은 상황은 고객을 계속 떠나게 만들어 업계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즉 지나친 성과보상체계와 극단적으로 유연화된 고용구조를 바꿔야만 발전의 근간을 만들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에 이 위원장은 “증권노조 주장의 핵심은 재경부, 감독원, 협회가 중심이 된 산업에 대한 고민의 주체를 보다 넓혀 시장의 실질적인 참여자인 노동자 대표도 이에 대한 고민을 함께 하자는 것”이라고 목적을 분명히 했다.

분배 등 임금문제를 떠나 장기적으로 산업의 안정성을 논의할 수 있는 틀거리를 만들자는 의도로 풀이된다.



◆ 한 걸음씩 차근차근 = 업계 관계자들은 노사가 모두 조금씩만 변하면 일단 대화는 시작될 것이란 것에 공감한다. 노사 모두 산업을 함께 고민하고 개혁해 나가되 한걸음씩 가자고 강조한다.

노조위원장을 수 차례나 역임했던 삼성증권 한 지점장은 “노조위원장들 또한 시대흐름에 맞게 바뀌어야 하는데 요즘은 작은 노력으로 성과를 내려하는 경향이 있다”며 “노조도 고용과 임금수준의 후퇴를 두고 심각한 고민을 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한 임원은 “작금의 상황에서 노사갈등이 파국으로 간다면 회사 뿐만 아니라 산업자체가 심각한 위기에 빠질 수 있다”며 “잘 나갈 땐 억대 연봉도 받던 증권맨들의 지금 같은 상황은 안타깝지만 경영권까지 위협하는 노조의 강성화에 대한 경영자들의 불안도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옳다고 할지라도 모든 것이 한 번에 바뀔 수 없는 만큼 서로를 이해하려는 마인드가 전제돼야 테이블에서도 대화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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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승훈 기자 hoony@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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