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은 외환위기 이후 처음엔 가계, 두번째는 중소기업 그리고 최근엔 소호대출에 몰려 다녔고 이 때문에 관련 부실징후가 가시화되면서 연체 등 부실로 하나 같이 앓는 처지가 되고 말았다.
장기적인 운용전략 및 기준을 갖고 대출에 대한 포트폴리오를 고도화 하면서 경쟁 우위를 확고히 할 원천을 하루 빨리 찾아내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지적이다.
◇경기흐름과 무관한 대출 쏠림…심각= 8일 한국은행 통계청 산업은행 등에 따르면 지난 2000년이후 국내 중소기업의 자금 사정 및 가계의 소득수지는 항상 점진적인 변화를 보였다.
그러나 은행들의 대출 행태는 널뛰기 그 자체였던 것으로 풀이됐다.
2002년 상반기엔 가계대출에, 2003년 상반기엔 중소기업대출에 크게 몰렸다. 이후 지난해부터는 소호대출 바람에 편승하는 등 은행들의 군집적 이동이 급격했다.
지난 2000년 상반기만 해도 은행들의 가계대출 증가액은 13조7853억원에 지나지 않았다. 하반기엔 오히려 줄은 9조9956억원이다. 이후 2002년 상반기들어선 무려 35조696억원이 늘어 정점에 달했다. 그러나 이같은 증가액은 2003년 상반기엔 반토막으로 줄어 급격한 증감을 보이고 있다.
중소기업대출도 비슷했다.
2001년 상반기 은행들의 중소기업 대출 증가액은 3조9677억원으로 나타났으며 이후 하반기엔 7조9704억원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다음해 상반기엔 22조4462억원이 늘었으며 2003년 상반기엔 전년 12월보다 26조5913억원이 늘은 것. 이처럼 크게 증가했던 중소기업대출이 그해 하반기엔 8조3987억원 증가하는데 그쳤다. 3분의 1토막 수준이다.
중소기업 대출이 일정 시기에 몰린 것과 달리 중소기업의 자금사정은 완만한 움직임을 보였다. 산업은행이 분석한 중소기업들의 자금사정 실사지수를 보면 지난 2001년 2분기 98에서 4분기 100, 2002년 2분기 111로 호조세를 보였다. 이후 2002년 4분기 105에서 지난해 2분기 91, 4분기 94, 올 2분기엔 92로 완만했다.
이같은 현상에 대해 한국은행 관계자는 “대출도 마치 유행처럼 움직인다”며 “다른 은행이 이 부문에서 수익을 많이 낼라 치면 곧바로 나머지 은행들이 몰린다”고 꼬집었다. 그 대표적인 예로 지난해 상반기 은행들이 소호대출을 무리하게 확대했던 것을 꼽기도 했다.
◇장기전략 부재: 과도기적 현상=금융연구원 김병연 선임연구위원은 “시장이 한정돼 있는 상황에서 한 곳에 대출을 집중하게 되면 부실을 많이 흡수하게 된다”며 “그만큼 리스크 부담이 커지는 것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이는 자기 부서의 성과를 올리는 등 단기적인 성과를 끌어올리는데 급급해 무리해서라도 특정 대출을 늘리려는 행태 때문이라고도 말했다. 이에 따라 단순히 각 부서의 실적에 따라 성과를 측정하고 보상하는 은행내의 분위기도 문제로 꼽았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앞으론 장기적인 정책과 기준을 만들고 이를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중은행 중소기업팀 한 관계자도 “외국보다 시장이 작아 불가피한 것도 있지만 외국계은행처럼 은행별로 특화된 부문을 가져가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반면 하나경제연구소 김대익 연구위원은 “금융산업의 흐름을 볼 때 국내는 과도기적인 현상”이라며 “이 과정을 거치면 과거와 같은 대출 쏠림현상은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원정희 기자 hggad@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