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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들 희망의 밑거름 될래요”

조선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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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04-06-27 15:16

1급 장애인 설계사 삼성화재 김영주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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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에게 없는 것을 찾으면 불행하지만

자신에게 있는 것을 찾으면 행복해집니다

얼마 전 세상을 떠난 미국 솔뮤직의 대부 ‘레이 찰스’는 뉴욕타임즈와의 회견에서 “볼 수 없다는 것이 나의 삶에 아무런 장애도 되지 않았다”고 대답했었다.

삼성화재의 김영주 설계사〈사진〉는 외형상으로는 중증장애인이다. 그러나 그와 앉아서 5분만 대화하다 보면 그가 장애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자꾸만 잊게 된다.

“생각했던 것과 많이 다르죠? 제가 전형적인 전신마비 장애인의 이미지와 많이 다르니까 사람들이 제가 장애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종종 잊기도 해요”

99년 1월, 늦은 업무를 마치고 퇴근하던 길 사고를 당한 후 그는 전신마비 1급 장애인이라는 판정을 받았다. 운전하던 동료가 종합보험에 가입하지 않았기에 그는 사고 이후 보험금도 제대로 지급 받지 못했다.

“정작 내가 사회적 약자가 되니 사회의 약자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다는 것을 많이 느꼈습니다. 그래서 장애인 정책의 필요성을 알리기 위해 노력했죠”

그 후 그는 장애 관련 단체를 다니며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았다.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매주 토요일마다 장애인에 대한 인식전환을 위한 일일 교사로 활동했으며, 중증장애인 자립생활네트워크에서 중증장애인들도 평범한 사회활동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알리는데 힘썼다.

사회 활동을 위해 장애인 고용촉진공단 등의 단체에 취업을 문의했으나 스스로 활동이 불가능한 장애인이 취업할 수 있는 곳은 없었다. 그러다 그의 생각은 보험 영업에 미쳤다. 자신이 교통사고로 장애를 입은 사람이다 보니 보험의 중요성을 잘 알릴 수 있겠다는 생각에서였다.

“힘든 점도 있지만 장점도 많습니다. 제 경험을 통해 사람들에게 보험의 필요성을 알리기 때문에 사람들께 좀더 어필할 수 있고 ‘휠체어를 탄 설계사’이기 때문에 고객들이 저를 잘 기억할 수 있습니다. 자신에게 없는 것을 찾으면 불행하지만, 자신에게 있는 것을 찾으면 행복해 집니다.”

그는 스스로를 현실주의자라 표현한다. 그래서 그는 장애 전을 그리워하지도, 현재의 삶을 낙담하지도 않는다. 그의 관심사는 장애를 갖고 있는 ‘현재’이고 이 현재를 어떻게 살아갈까 하는 것이 그의 숙제이다.

이제 시작한 지 6개월 밖에 되지 않는 새내기 보험 설계사이지만 그는 누구보다 열심이다. 하루에 적게는 서너명에서 많게는 수십명의 고객을 만나며 그들에게 보험의 필요성을 알린다.

아직 시작 단계이지만 그의 고객은 가망고객까지 합한다면 500여명에 달한다.

그러나 그의 수입은 활동 보조인에게 주는 월급과 차량유지비, 식사비 등을 빼고 나면 거의 남는 게 없다. 그럼에도 그가 이 일을 하고 있는 것은 자신과 같은 장애인들에게 그들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주기 위함이요, 장애인은 사회 활동을 잘 할 수 없다는 사회의 인식을 바꾸기 위함이다.

“중증장애인들도 사회적인 배려와 정책적 지원만 있다면 얼마든지 사회 활동을 할 수 있습니다. 제가 성공적으로 일을 해내는 모습이 장애인들이 사회 진출을 하는 데 밑거름이 될 수 있었으면 합니다.”

그는 요즘 시간이 날 때마다 틈틈히 자신이 운영하고 있는 인터넷 카페에 들어가 자신의 삶을 글로 남긴다. 양 손을 모두 사용할 수 없어 펜 마우스를 입에 물고 일일이 키보드를 누르다 보니 글 하나를 쓰는 데 걸리는 시간이 만만치 않다. 하지만 자신의 삶을 통해 새 힘을 얻고 자신감을 가질 동료 장애인들을 생각하면, 또 자신의 글을 보고 자신을 응원하고 격려해 주는 주변 사람들을 생각하면 어느 새 즐거워진다고 한다.

“아직 시작의 기로에서 성공도 실패도 아니지만 지금 이 순간 앞으로 가야할 길이 더 멀고 험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평범하지만 평범하지 않은 이 삶의 끝이 어디인지 모르겠지만 나의 동반자 장애와 함께 가보렵니다.”



조선아 기자 wendy@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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