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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은행 개인고객 급속 잠식

원정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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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04-06-23 23:08

외은지점 빅3 여신 9.5% 수신 27.8% 증가
국내 주요 은행 여·수신 증가율 극히 미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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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계 은행들의 리테일 시장 잠식 속도가 심상치 않다.

개인고객을 대상으로 한 신용대출뿐 아니라 고금리 예금 상품을 통한 수신 모집에도 적극적 이어서 충격은 다각적이면서도 심층적으로 미칠 것이라는 우려마저 감돈다.

일부에서는 국내은행들이 PB시장을 놓고 외국계 은행과 본격적으로 한 판 겨루기도 전에 이미 적지 않은 개인고객을 빼앗긴 채 전면전으로 번질 우려가 있다고 내다봤다.

◇ 고객기반 거침 없이 확대 = 올 들어 씨티은행을 비롯해 스탠다드차타드은행 등 외국계은행은 개인 여신한도를 월 급여의 5배까지 확대하고 대출모집인(Direct Sales Representative)을 늘리는 등 공격적인 영업을 해 왔다.

최근엔 HSBC은행이 최고 연 4.6%의 이자율을 주는 정기예금 상품을 출시하는 등 고금리 예금상품도 잇달아 선보이고 있다.

씨티은행은 최근에 대리직급을 대상으로 한 대출 상품을 출시, 7월16일까지 한시적으로 판매한다. 지난해 2월께엔 과장급을 대상으로 한달 동안 저금리 신용대출 상품을 선보인 바 있다.

씨티은행은 이 상품으로 평소 대출실적의 200%이상의 성과를 올리는 등 톡톡히 재미를 봤다. 지난해 과장급에서 올해 대리직급으로 프로모션을 한 것과 관련해 시중은행 관계자는 “타깃을 하향 조정해 고객기반을 확대하려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지난해 9월부터 개인대출을 시작한 스탠다드차타드 은행은 대출금리 9%대에서 13%대까지의 저금리 대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PB영업에서도 적극적이다. 스탠다드차타드 은행 관계자는 “이제 PB영업을 시작하는 단계이다보니 다른 은행들에서보다는 금리를 더 주려고 한다”고 말했다.

◇ 외국계 여·수신 뚜렷한 증가세 = 이처럼 올 들어 공격적인 영업을 펼쳐 온 외국계 은행들의 여수신 규모의 증가세는 뚜렷하다. 이는 국내 은행들이 연체율, 경기위축 등으로 소극적인 영업을 펼침에 따라 오히려 여수신 규모가 감소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표 참조〉

8개 시중은행과 농협의 지난 3월말 총여신은 498조2887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3.0% 늘었다. 총수신도 0.3% 증가하는데 그쳤다.

반면 씨티, 스탠다드차타드, HSBC 등의 여신은 지난해 말 8조9275억원에서 지난 3월말 9조7788억원으로 9.5% 늘었다. 이들 은행 수신은 지난해 말 이후 석달새 27.8%나 증가했다.

31개 외국은행 지점들의 여수신 증가율도 지난해 말보다 각각 12.4%, 23.1% 늘었다. 이에 비해 지방은행, 특수은행을 포함한 전체 국내은행의 여신은 2.4% 증가했으며 수신은 오히려 0.2% 감소했다.

이들 외국계 은행이 3월 이후 대출한도를 늘리는 등 적극적인 영업을 한 것을 감안하면 4~6월까지 증가율은 더욱 가파르게 나타날 것으로 짐작된다.

◇ 개인고객 확보 처절한 경쟁 예고 = 이같은 움직임에 국내은행들은 내심 긴장하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가계금융에서 일단 안정적으로 수익원을 확보해야만 향후 PB고객들을 확보하려할 때 금리 등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저금리 추세가 지속되면서 고객이탈 가능성이 더욱 높아지고 있는 것도 문제다. 그렇다고 외국계 은행을 무작정 따라가기는 힘든 실정이라는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국내은행의 경우 고금리 예금을 받더라도 운용할 곳도 변변치 않다”고 말했다.

대출모집인을 통한 영업스타일도 외국은행만의 강점으로 꼽힌다. 국내 은행의 경우 이 역시도 한계가 있기 때문.

외국계은행의 CSS는 고객 등급이 세분화됐으며 이에 따른 한도, 금리 등이 차등화돼있어 대출모집인을 통해 적극적인 영업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시중은행 신용관리 담당자는 “국내 은행은 시스템 자체가 대출 가능 여부만 판별하는 수준이 대부분”이라며 “결국 국내 은행은 대출모집인으로 영업할 여건이 갖춰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국내은행들이 하루 빨리 기존의 담보 및 보증인 위주의 대출영업에서 벗어나 개인의 소득 및 현금흐름에 바탕을 둔 대출관행으로 전환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국내은행·외국계은행 여·수신 증감>
                                                                                         (단위 : 억원)
(자료 : 금융감독원, 각 은행)



원정희 기자 hggad@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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