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회사 체제를 갖췄거나 지주사 전환을 염두에 두고 있는 은행들 모두 대형화엔 성공했지만 은행 비중이 너무 커 복합화엔 실패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산규모의 차이 뿐 아니라 대부분의 수익도 은행에서 창출된다.
당초 금융그룹화를 통해 영역간의 장벽을 무너뜨리고 시너지효과를 창출한다는 취지와는 달리 제모습을 찾아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지주사 체제가‘옥상옥’이라는 비판과 함께 앞으로 전환을 목표로 하는 은행도 지주사 출범까지는 갈길이 멀다는 지적이다.
◇ 오른팔만 큰 주먹대장 꼴 = 70년대 어린이들을 매료시켰던 ‘주먹대장’이라는 만화가 있었다고 한다. 소년이지만 오른팔이 성인 팔뚝의 대여섯배 될 정도로 힘이 센 주인공이 악당을 물리친다는 내용인데 우리나라 대형화가 바로 그렇다.
우리금융지주의 경우 우리, 경남, 광주은행 등 은행부문의 자산규모는 140조5000억원으로 비은행부문과 단순합계한 우리금융 전체 자산(141조5711억원)의 99.24 %를 차지한다. 우리증권, 우리금융정보시스템 등 비은행부문은 전체의 0.76%를 차지할 뿐이다.
신한지주도 신한, 조흥, 제주은행을 합친 은행 자산은 155조3106억원으로 전체 자산(160조6182억원)의 96.7%다. 그나마 굿모닝신한증권의 자산이 2조2509억원으로 큰편이며 카드, 캐피탈도 양호한 편이다.
이에 따라 비은행부문이 3.30%로 우리금융과 타 은행의 자회사보다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당초 2005년 지주사 전환을 목표로 했던 하나은행도 이런 문제에서 예외가 될 수 없다. 자회사를 포함한 전체 자산은 92조9695억원으로 이중 은행이 차지하는 비중만 98.74%나 된다. 나머지 하나증권, 하나생명보험 등 다섯 개 자회사가 1.26%를 차지한다.
최대의 자산규모를 자랑하는 국민은행도 최근의 KB생명을 포함한 7개 자회사가 있지만 은행의 비중은 99.75%로 압도적이다.
◇ 시너지 효과없는 지주사 = 삼성경제연구소 권순우 수석연구원은 “은행권과 비은행권의 규모 차가 커짐에 따라 금융지주회사의 유용성도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실제 국내 시중은행의 자산규모(2002년말 기준)를 100으로 봤을때 증권사와 보험사의 규모는 각각 1.3과 5.0 수준이다.
반면 미국의 경우 상업은행의 자산규모를 100으로 할 경우 증권사와 보험사는 각각 53.1, 67.4로 절반을 넘는 규모다.
금융계 관계자는 “겸업화로 인한 시너지가 지주회사의 목적”이라며 “현 구도에서는 은행 내부의 시너지 정도이지 영역간의 시너지는 힘든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Citibank Investor Presentation과 우리금융 자료에 따르면 국내은행의 경우 대형화, 겸업화로 인해 확대가 가능해진 교차판매(Cross selling) 수준은 매우 낮다. 국내 은행들의 고객 1인당 상품 판매수는 1.5개 수준이나 선진은행의 경우 3개 이상이다. 미국 ‘웰스 파고은행’은 2000년말 3.8개였으며 1인당 8개가 목표다. 씨티그룹의 교차판매 매출은 2001년에 122억달러에 달한다.
이같은 자료는 은행 중심으로 이뤄진 국내 지주사에서 시너지 효과를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는 현실을 적나라하게 반영한다.
◇ 비은행 부문 확대해야 = 이미 지주사로 전환한 우리금융과 신한지주 뿐 아니라 국민, 하나은행도 금융그룹화를 통한 시너지 효과를 꿈꾼다면 비은행부문을 강화해야 하는 것은 필연적이다.
금융연구원 구본성 연구위원은“현재 지주사의 수익을 대부분 은행에서 내고 있다”며 “은행은 이자율, 거시경제와 밀접한 반면 증권, 자산운용 등은 장기수요로 볼 수 있기 때문에 수익구조의 근간을 다양화한다는 차원에서도 비은행 확대는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같은 상황인식은 대부분 공감하고 있다. 우리금융이 LG투자증권, 하나·국민은행이 한·대투를 인수하려고 하는 게 그 증거다.
우리금융이 LG투자증권(자산 4조6668억원)을 인수할 경우 비은행부문의 자산 비중은 0.76%에서 3.92%로 늘어난다.
국민, 하나은행도 한투(2조5124억원), 대투(2조5347억원)중 한 곳을 인수할 경우 이들 자산을 2조5000억원으로 볼때 은행부문의 비중은 각각 98.58%, 96.16%로 미미하나마 줄어든다.
문제는 그래도 은행부문 비중이 절대적이라는 것. 하나은행은 현재 지주사 전환을 위해 비은행부문 확대를 적극 검토하고 있다.
카드부문의 경우 연말정도엔 분사해 외국계와의 합작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중에 있다.
또 타 보험사 인수도 검토하고 있으나 마땅한 대상을 찾지 못해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나은행 윤교중 수석부행장은 “향후 지수사 출범을 위해선 영역별로 적정한 포트폴리오를 가져가야 한다”며 “비은행부문을 강화하기 위한 방안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비은행부문 강화에 대해 일부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구 연구위원은 “보험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영역이 리스크가 있는 사업이며 바젤Ⅱ라는 잠재위험도 도사리고 있다”며 “준비가 안된 채 비은행부문을 확대하다 보면 건전성이 급격히 떨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어떤 형태로 얼마만큼의 규모로 갈 것인지 신중히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국·미국 금융권별 회사당 자산규모 비교(2002년 말)>
(자료제공 : 금융감독원, 삼성경제연구소)
<지주사·은행별 자회사 현황>
(단위 : 억원)
※ 자산합계는 각 기관별 자산 단순합계치임
(자료 : 각 은행)
원정희 기자 hggad@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