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A할부금융사가 비용절감을 위해 그동안 계약직으로 고용했던 채권추심원들을 위임직으로 전환하는 것을 검토한 결과 채권추심원의 위임직 고용은 관련 법률에 의해 불법이라는 의견이 나왔다.
이 할부금융사는 위임직 전환을 위해 담당 고문변호사를 비롯해 두 명의 변호사에게 법률검토를 의뢰했으나 불법이 될 소지가 많다는 공통된 의견을 얻어 고비용을 감수하고서라도 채권추심원을 전원 계약직으로 채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현재 주요 카드사 및 할부금융사의 채권추심인력 대부분이 위임직 또는 파견직 형태로 고용돼 업무를 하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 위임직은 채권추심 자격이 없다(?) = 채권추심원을 위임직이나 파견직으로 고용해 업무를 담당케 할 경우 두 가지 법률에 저촉될 소지가 있다.
신용정보이용및보호에관한법률에서는 채권추심업무를 할 수 있는 자격에 대해 규정하고 있는데 이 법률에 따르면 채권추심은 채권추심이 허가된 기관의 소속 직원만이 할 수 있다.
그러나 위임직은 사용자와 위탁계약을 체결해서 개인사업자 형태로 일한 부분에 대해 성과급의 임금을 받는 고용형태이기 때문에, 엄밀히 말해서 위임직 채권추심원들은 채권추심의 자격이 없다고 할 수 있다.
즉 계약을 맺은 회사가 채권추심의 자격이 있더라도 위임직 채권추심원은 개인사업자로 독립돼 있기 때문에 채권추심 권한이 없다는 것.
파견직도 마찬가지로 담당추심원의 소속이 채권추심 업무가 허용된 금융기관이 아니라 파견업체 소속이기 때문에 채권추심의 자격이 없게 된다.
또한 변호사법 위반의 소지도 있다. 채권추심업무도 일종의 회사의 법률업무라고 볼 수 있는데 이들은 해당직원도 아니면서 회사법률업무를 대리해서 처리하고 그 대가로 채권회수 수수료를 받고 있으므로 변호사법에도 저촉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 비용절감 위해 위임직·파견직 고용 = 현재 주요 카드사와 할부금융사들의 채권추심인력은 약 1만2000명 정도, 이들중 대부분이 위임직 및 파견직의 형태로 고용돼 있다.
이유는 비용절감과 일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것.
금융기관의 경우 채권회수 현황에 따라 채권추심인력을 탄력적으로 운영하고 있는데 인력의 탄력적 운영을 위해서는 회사에 소속된 정규직이나 계약직 보다는 위임직·파견직이 더 용이하기 때문이다.
또한 회수성과를 중시하는 채권추심업무에 성과급으로 임금을 지불하는 위임직·파견직을 채용함으로써 회수 효율성을 높이고 그 밖의 복리후생에 대한 부대비용은 줄일 수 있다.
고용된 입장에서도 회사에 소속돼 근로소득세를 내는 것 보다 성과에 따라 성과급을 받고 개인사업자로서 사업소득세를 내는 것이 세제상으로 더 이익이기 때문에 정규직이나 계약직 보다는 위임직을 더 선호하고 있는 실정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원칙적으로 위임직의 경우 회사 조직원이 아니기 때문에 회사에서 관여하는 부분이 적지만, 채권추심원의 경우 업무의 특성상 회사 이미지와 직결되기 때문에 행동강령 등을 만들어 정기적으로 교육을 실시해 불법추심 등을 하지 않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감독당국의 가이드라인 제시 시급 = 이처럼 금융시장의 여건과 사용자, 노동자 모두 위임직 형태로 채권추심원을 고용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인식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관련법률상 이런 고용형태가 불법이 될 소지가 높아 이들 금융기관의 채권추심행위가 정당성을 잃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금융감독원은 위임직 채권추심원이 원칙적으로는 해당 금융기관의 직원이 아니라 개인사업자이지만 실제적으로는 그 금융기관의 명의로 채권추심업무를 수행하고 있으므로 큰 문제가 되지 않아 허용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또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면 근로자로 인정되는 것 등을 미루어볼 때, 위임직 채권추심원도 실제적으로 금융기관에 종속돼 그 업무를 수행했으므로 해당기관의 근로자로 판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근로자로 판단된다는 것과 채권추심자격을 얻는다는 것과는 차이가 있어서 해석상 논란의 여지가 남아있다.
금감원은 또 “급변하는 금융환경 속에서 벌어지는 상황들을 법률조항에 일일이 불법이냐 합법이냐를 따져가며 감독할 수는 없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관련업계에서는 금감원이 보다 명확한 감독기준으로 이와 관련된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줘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채권추심업무를 담당하는 업체에서도 법률적 검토를 통해 불법성을 파악하고, 고비용을 감수하더라도 위임직이 아닌 계약직으로 채권추심원을 고용하고 있는 실정에서, 명확한 근거나 기준 없이 효용성과 시장상황을 고려해 허용한다는 식의 감독당국의 입장은 무책임하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금감원 관계자는 “금융환경이 급속하게 바뀌어서 관련법률이 실제상황과 맞지 않는 경우가 있다며 앞으로 보완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김보경 기자 bkkim@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