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B은행도 마찬가지다. 보험사에 근무하는 박씨(연봉 5000만원)는 “지난해만해도 같은 은행의 대출한도가 1500만원이었는데 최근에 5000만원까지 확대돼 숨통이 트였다”고 말했다.
이들 외국계 은행의 가계대출 영업 행태를 보면 국내 은행 입장에서는 파격적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나 이들 외국계 은행이 신용대출 한도를 확대하는 등 공격적인 영업을 할 수 있는 것은 개인신용평가시스템(CSS) 등 신용분석 능력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개인신용평가가 취약한 국내은행으로서는 이들의 영업력을 따라가기 힘들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 철저한 CSS통한 대출관행 바뀌어야 = 외국계 A은행 대출모집인은 “우리는 제1금융권에서 대출 받기 어려운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다”며 “연봉대비 부채가 많은 사람, 현금서비스를 너무 많이 사용한 사람 등을 대상으로 신용으로만 대출해 준다.”고 말했다.
즉 국내은행이 보수적인 영업을 하고 있는 가운데 외국계 은행은 자신있게 우량고객을 확보해 나가고 있는 것.
외국계 은행은 오랜 시간동안 고객 정보 수집 및 분석 과정을 거쳐 국내 영업을 해왔으며 충분한 신용정보를 쌓아뒀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시장 상황이 아닌 개인의 소득수준 등 실제 지급여력에 따른 신용만으로 대출이 가능하다.
국내 은행이 그동안 주택담보대출 등의 담보대출과 보증인 여부를 중요한 대출 기준으로 삼았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금융연구원 최공필 선임연구위원은 “그동안 국내 은행 산업은 선진화된 신용시스템을 작동하지 않아도 충분히 돈을 벌 수 있을 만큼 미성숙돼 있었다”며 일침을 가했다.
또 “담보, 보증인 여부로 대출여부를 판단하는 식의 영업은 더 이상 시장에 먹혀들지 않을 것”이라며 “개인신용평가를 통해 대출이 이뤄져도 부실이 발생하지 않을 만큼 시스템이 개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대출의 만기구조 역시 문제로 지적된다.
시중은행 신용관리 담당 관계자는 “한도가 높은 경우 만기도 길어져야 하는데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분석시간이 필요하다”며 “국내 은행은 CSS를 도입한지 얼마 되지 않았으며 충분히 테스트할 시간도 없었다”고 말했다.
◇ 기업금융도 대비해야 = 최근 씨티그룹은 한국 기업금융 대표에 마이클 징크 씨티그룹 인도네시아 대표를 선임했다. 그동안 사자드 라즈비 한국 씨티그룹 대표가 겸직해오던 기업금융 대표를 별도로 선임한 것과 관련 일부에서는 씨티은행이 기업금융을 강화하려는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실제 씨티그룹은 멕시코의 바나멕스를 인수한 이후 현재까지 기업금융을 잘 해오고 있다는 평을 받고 있다. 특히 중소기업 대출 규모가 큰 것으로 알려졌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씨티은행의 기업금융도 가계금융 못지 않은 힘을 갖고 있다”며 “기업들 입장에서는 단순히 대출을 받는 것 뿐 아니라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우량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한 경쟁도 심화될 전망이다.
원정희 기자 hggad@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