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분별하게 카드를 남발했던 카드사로서는 카드빚을 독촉할 수밖에 없지만 새벽 전화독촉, 회사 및 가정 방문 친인척 및 주변인들에게 빚 독촉과 협박을 하는 등 방법상의 문제로 원성을 사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한 민원이 하루에도 수십 건씩 금융감독원 민원창구와 인터넷 신문고 등에 접수되고 있다.
■ 소보원 상담 카드관련 가장 많아
한국소비자보호원(이하 소보원)은 지난해 접수된 소비자 상담 중 신용카드와 관련된 내용이 가장 많았다고 지난 11일 밝혔다.
지난해 소보원에 접수된 피해 상담 총 43만7935건 중 신용카드 관련 상담은 1만5372건을 차지했다. 신용카드 건은 2000년 9730건, 2001년 1만2718건, 2002년 1만5425건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소보원은 신용카드 상담 증가에 대해 “가계부채 증가로 인한 카드연체 증가 및 신용카드 사용한도 축소에 따른 것”이라며 “주요 상담 내용은 철회ㆍ항변권 문제, 부정사용 대금에 대한 보상 문제, 명의도용 등 부정발급으로 인한 피해, 카드사의 과도한 채권추심 행위, 가족의 카드대금 연체에 대한 변제책임” 등이라고 밝혔다.
소보원 상담 중에서도 카드사의 과도한 채권추심 행위와 사용한도 축소가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욕설, 인신공격, 협박
금감원 사이버민원실, 인터넷 다음카페 등에는 카드사 채권추심 횡포와 관련한 글이 하루에도 수십 건씩 올라온다.
가장 많은 불만은 추심원이 하루에도 10여 차례 전화를 해 욕설과 협박을 일삼는다는 것이다.
또 본인과 연락이 닿았음에도 불구하고 부모나 친인척, 직장 상사에게까지 전화를 해 “신용불량자 등재되면 결혼을 하지 못할 것이다”, “급여 압류에 들어가겠다”, “가족이 그만한 돈도 갚아주지 못하느냐” 등의 인신공격성 발언을 하는 것에 대한 피해도 많았다.
회사원 김씨는 “상담을 통해 충분히 상환할 의지가 있음을 밝혔고, 정해진 날짜까지 얼마의 돈을 먼저 입금하기로 약속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다시 부모님에게 전화해서 협박을 해 건강이 좋지 않으신 어머니가 충격으로 입원하게 됐다”고 하소연했다. .
또 금감원에 민원을 넣자 그 사실이 카드사에 통보돼 민원을 취하하라는 압력을 받은 사례도 있다.
■ 민원신고 악용하는 채무자
채권추심업자들도 할 말은 있다. 신용불량자가 400만명에 이르고 있어 담당해야 할 채무자는 갈수록 늘고 있다는 것. 그러나 채무자들이 채권회수를 기피하는 방법이 다양화되고 그들끼리의 정보교환이 이뤄지면서 빚을 받아내기가 점차 어려워져 실적이 줄어들고 있다.
채권추심 관계자는 “물론 아직도 일부 채권추심자가 욕설·협박 등을 하는 사례는 있지만 채권추심자 전부가 그렇지는 않다”며 “몇몇 채무자의 경우 민원제기를 통해 추심자에게 경고 조치가 가도록 고의로 추심자가 협박이나 욕설을 할 때까지 화를 돋구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 ‘실적제’가 불법 추심 부추겨
추심원들은 대부분 카드사에 계약직으로 고용돼 실적제 수당을 받는데 그러다보니 실적을 좋게 하기 위해 불법채권추심 행위를 하게 된다는 지적이다.
물론 카드사에서도 추심원에게 많은 민원이 제기되면 몇 번의 경고조치를 하고 계속 문제가 생기면 재계약을 하지 않지만, 추심원들은 다시 중개업소를 통해 다른 카드사로 쉽게 옮길 수 있어 이와 같은 일이 반복되고 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채권추심 피해신고를 한 곳에 집중하고 추심원들을 조율할 수 있는 공인된 민간기구를 만드는 등의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보경 기자 bkkim@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