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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취재] ‘생보사 상장 15년 숙제’ 또 해 넘기나

김의석 기자

eskim@

기사입력 : 2003-09-18 00:32

생보업계·시민단체 입장차 커 조율에 난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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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보사 - 무리한 상장차익 계약자 배분엔 반대

계약자 - 회사발전 기여가 크다면 주식배분 주장

감독당국 - 다음주에 최종 권고안 발표할 예정



생보사 상장 논란은 생보사의 성격을 과연 어떻게 규정할 것인가에서 출발한다.

국내 생보사의 법적 형식은 주식회사다. 주식회사라면 일반적인 상장기준에 따라 요건을 갖춰 상장을 하면 그만이고, 상장에 따른 이익도 당연히 주주의 몫이다. 자동차 회사가 상장으로 주가가 올랐다고 해서 자동차 구입고객에게 상장차익을 나눠주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다.

하지만 많은 기업들 가운데 유독 생보사의 상장만이 논란을 일으키는 것은 생보사의 성격 자체가 애매하기 때문이다. 계약자 입장을 대변하는 시민단체들은 국내 생보사들이 상법상 주식회사이지만, 계약자의 돈으로 운영되는 만큼 실질적으로는 상호회사에 가깝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는다.

예컨대 삼성생명의 경우 75조원의 자산 중 회사 자본금은 1,000억원에 불과하며 나머지는 모두 고객의 재산이기 때문에 회사의 성장에 계약자들이 절대적으로 기여했다는 것이다.

더구나 국내 생보사들이 회사 설립 후 30년 이상 보험료율을 보수적으로 책정한 뒤 연말에 정산차원에서 이익을 계약자에게 돌려주는 유배당상품만 판매해 온 점 역시 국내 생보사의 상호회사적 성격을 대변하고 있다는 게 시민단체의 논거다. 배당을 받는다는 것은 보험계약자가 ‘준(準)주주’적 지위를 갖고 있다는 뜻이며 따라서 상장차익도 주주와 계약자가 당연히 나눠 가져야 한다는 논리가 성립된다.

이에 대해 생보업계는 미국 등 보험선진국에서도 상품전략의 일환으로 주식회사가 배당상품을, 상호회사가 무배당상품을 판매하는 사례가 많다며 ‘유배당상품 판매=상호회사’주장은 넌센스라고 반발하고 있다.

〈편집자주〉


지난 16일 나동민 위원장 등 6명의 상장자문위원회가 생보사의 상장 방안 마련을 위한 최종 회의를 개최, 그 동안 논란이 됐던 상장차익 배분 등에 대한 정부의 권고안을 확정할 예정이었으나 자문위원회의 내부 의견 조율이 끝나지 않아 이번 주말께 최종 회의를 거쳐 권고안을 결정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18일 예정됐던 자문위원회의 권고안에 대한 정부의 최종의견 발표는 다음 주로 미뤄질 전망이다.

한편 이날 상장자문위원회는 현재 보험회사의 상호회사 성격을 일부 인정, 계약자 몫을 10~15%정도 돌려주는 큰 틀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금 및 주식 등 세부적인 상장 이익 배분 방식은 현금, 우선주 지급 방식과 공익재단 출현 등의 2~3개 세부 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금감위는 조만간 이러한 상장 방안을 토대로 재경부 등 관계기관간 협의를 거쳐 최종 상장 방안을 확정, 발표할 방침이다.

다만 금감위는 대형사들이 상장을 거부할 경우 최종 방안 마련에 의미가 없다는 분위기여서 발표 시기 및 내용 등의 의견 조율을 위한 내부 진통을 거듭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금감위 관계자는 “상장이 무산됐던 2000년과 마찬가지로 양쪽 입장의 차이가 워낙 크기 때문에 이번에 권고안이 양측을 얼마나 설득할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 정부안 이달중 마무리 = 금융감독위원회 산하 생보사 상장자문위원회는 상장안을 이달 안에 확정짓기로 한 계획에 따라 생보업계와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를 상대로 절충안 마련을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하지만 상장 차익 중 계약자 몫을 주식으로 줄지 여부를 두고 양쪽 주장간 접점을 찾지 못해, 양쪽이 모두 받아들일 수 있는 상장안을 내놓지는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민단체 쪽은 주식배분 원칙만 지킨다면 배분 규모는 타협의 여지가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업계는 주식배분은 물론 `계약자 기여도 인정’ 자체도 정부가 간여할 문제가 아니며 `상장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 골격 드러난 정부 절충안 = 금융당국은 계약자들이 생보사 상장에 일조했다고 판단, 계약자 몫으로 상장차익의 일부를 공익재단에 출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금감위는 이에 따라 삼성생명에 대해 상장차익의 10~15% 수준인 1조~1조5000억원 가량의 현금이나 주식을 공익 재단에 출연하는 방안을 권고할 방침이다.

교보생명도 삼성생명과 비슷한 상장 차익을 공익재단에 넘겨줄 경우 3000억원을 재단에 내놔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 정부안, 애초 기대 못미칠 듯 = 정부가 마련중인 상장안은 기대에 크게 못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애초에는 상장안이 주식배분이든 현금배분이든 계약자의 기여도를 수치로 담아, 생보사 상장의 전제조건으로 제시할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기대였다.

이미 10여년을 끌어온 문제인 데다가, 지난 1999년에도 정부 자문위의 상장안이 내부적으로 주식배분 30%를 정하기도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동안 드러난 정부 입장과 업계, 시민단체 등의 의견을 종합할 때 이번 정부의 상장안은 `‘계약자의 기여도를 인정해 보험사가 적절히 보상해야 한다’는 수준에서 그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형식면에서도 강제성을 담지 못하는 단순한 `권고안에 머물 가능성이 높아 시민단체들의 반발이 예상된다.

정부 관계자는 “정부안 발표 자체가 향후 생보사 상장의 전제조건으로서, 압박요인이 될 수 있다”며 권고안의 의미를 강조했다.



■ 정부안 최종발표 여부도 불확실 = 정부안이 내부적으로 정해지더라도 이를 정부가 공식 발표를 통해 정부안으로 확정지을지도 아직 불투명하다.

예전처럼 쟁점에 대한 의견차가 크다는 이유로 문제를 다시 덮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시민단체 쪽의 우려다.

금감위쪽도 정부안이 발표됐는데도 삼성생명 등 업계가 이를 거부할 경우 `체면 손상을 우려하는 분위기다. 그렇다고 지난 1999년처럼 뜸만 들이다 덮자니 `무책임 행정’이라는 여론의 질타도 무시할 수 없어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삼성 등 업계가 계약자에게 상장 차익을 내주는 것은 주주들이 결정할 문제이며 이를 강제하는 것은 상법에 어긋난다면 반발하고 있는 것도 해결해야 할 숙제다. 게다가 참여연대 쪽은 어떤 형식이든 이번에는 정부의 최종안이 발표돼야 한다며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김상조닫기김상조광고보고 기사보기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 소장은 “가장 우려되는 점은 정부가 상장안을 내부적으로 확정짓고도 예전처럼 다시 덮어버리는 상황”이라며 “이렇게 되면 생보사 상장 논란은 언제든 다시 불거질 것”이라고 말했다.



■ 이밖에 상장 걸림돌 = 최근 삼성, 교보생명 등 대형 생명보험회사들이 과거 자산 재평가 적립금 및 신규 자산 재평가에 따른 일부 이익 배분 방안을 수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기 때문이다.

생보업계는 올해 말로 예정돼 있는 법인세 납부 시한을 다시 연기 요청하던가, 정부가 과세를 할 경우 행정소송에 들어가는 방안 등 다양한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삼성생명은 “상장안이 계약자 배당쪽으로 가닥을 잡는다면 상장을 거부할 수밖에 없다”며 “법인세 납부 문제를 두고 다양한 시나리오가 예상되기 때문에 이에 대한 대책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교보생명은 지난 90년과 89년에 각각 상장을 위한 자산 재평가를 하면서 2년내 상장을 하지 않을 경우 재평가 차익의 30%를 법인세로 납부키로 한 바 있다.

그러나 삼성·교보생명은 지금까지 정부의 의지로 상장을 연기해 왔다. 증시상황 등을 이유로 정부가 상장 불가 입장을 계속 밝혀 왔고, 법인세도 거의 자동으로 연기시켜 올해말까지 연기된 상태다. 그러나 올해는 상황이 조금 다르다.

이정재 금감위원장이 연내 상장을 거듭 강조하면서 조만간 자문위원회의 상장자문안이 제출될 전망이고, 증시상황도 호전돼 외부적인 상장 연기 요인은 거의 없는 상태다. 상장이 재차 연기된다면 이번엔 정부가 아닌 생보업계가 ‘자신의 의지대로’ 상장을 연기한 것이 돼 법인세 납부의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삼성생명은 정부가 법인세를 과세한다면 행정 소송을 통해 원천 무효화를 요구하겠다는 입장이다. 생보업계가 받아들이기 힘든 상장안을 내놓고 이를 따르지 않는다고 해서 법인세를 납부하라고 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주장이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표현은 법인세지만 상장을 연기할 경우 벌금을 내라는 개념으로 이해해야 한다”며 “수용하기 힘든 상장안을 내놓고 법인세를 납부토록 하면 이를 따르기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상장안이 확정되면 관련 문제에 대해 충분한 협의를 거치겠지만 최악의 경우 행정소송을 통해 법인세 납부기간을 다시 유예받던가 원천 무효화하는 방법을 강구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불투명한 생보사 연내 상장 = 빠르면 이달말로 예상되는 감독 당국의 상장 방안 마련의 일정 등을 고려할 때 현실적으로 어렵지 않겠느냐는 시각이 우세하다.

여기에 상장 방안의 법적 구속력 논쟁도 감독 당국의 상장 의지에 상당히 부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 일각에서는 감독 당국이 확고한 의지가 퇴색될 경우 상장 문제가 잠정 연기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삼성 교보생명 등 대형사들도 “법인세 문제 등은 상장 문제와 별도로 해결해 나갈 수도 있다”며 상장 연기에 따른 대비책 검토를 마쳤다는 분석이다.

특히 삼성 교보생명 등 업계가 납득할 만한 방안이 아니면 서둘러 상장할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대형 생보사 한 관계자는 “최종 상장 방안이 확정되더라도 해당 보험회사가 전략적으로 수용여부는 물론 시장 상황 등을 고려해야 한다”며 “과거 상장 요건 등에 대해 충분히 검토했지만 올 하반기 까지 마무리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촉박한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삼성생명은 또한, 지난 99년 상장 연기로 과거 삼성차 부채 문제 처리를 위해 16개 채권은행에 담보로 출연한 350만주의 주식처리 문제가 남아 있다.

당시 삼성그룹은 주당 가격을 70만원으로 계산했지만 상장 시 주가가 70만원 이하로 떨어질 경우 매년 19%의 이자를 지급하기로 합의했다.

채권 은행들이 올 해 안으로 상장이 무산되거나 잠정 연기되면 이자 지급 등 처리 문제를 들고 나올 것으로 보인다.

  • 외국의 생보사 상장 사례



    김의석 기자 eskim@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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