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탠다드차타드은행은 6일 한미은행 주식을 주당 9천187원씩, 총 1천820억원(1억5천400만달러)에 현금 매입했다고 밝혔다.
스탠다드차타드는 삼성그룹이 지난달 말과 이달 초에 걸쳐 처분한 삼성전자 지분(850만주, 3.68%)과 삼성생명 지분(1천535만주) 가운데 1천130만주(6.08%)를 사들였다.
스탠다드차타드는 이로써 칼라일 펀드(33.95%)에 이어 2대 주주였던 삼성그룹의 자리를 넘겨 받게 됐다.
멀빈 데이비스 스탠다드차타드 은행장은 보도 자료를 통해 "이번 매입으로 한국시장에 또 하나의 거점을 마련하게 됐을 뿐 아니라 한국 금융 시장에 대해 폭넓은 이해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지분 취득의 의의를 밝혔다.
금융계에서는 스탠다드차타드의 한미은행 지분 인수는 국내 소매금융 시장 진출을 위한 학습 및 교두보 마련이 목적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스탠다드차타드는 과거 외환 위기 때부터 우리 나라 소매금융 시장에 관심을 갖고 국내 시중은행 지분 인수를 계획하고 있었으며 한미은행이 검토 대상의 하나였다고 스탠다드차타드의 내부 사정에 밝은 한 금융권 관계자가 전했다.
스탠다드차타드는 지난 1968년 국내 금융시장에 처음 진출했으며 그동안 도매금융만 취급하다 연초에 소매금융 진출 계획을 밝힌 바 있다.
데이비스 은행장은 한미은행을 택한 배경으로 "외국인 주주를 겪어 봤으며 경영실적과 경영진이 탁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현 시점에서 지분 추가 매입 계획은 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삼성그룹은 삼성전자와 삼성생명이 갖고 있던 한미은행 지분 2천385만3천928주(10.91%)를 약 2천200억원에 모두 처분, 대주주의 지위를 완전히 상실했다.
이로서 삼성그룹의 한미은행 지분은 삼성물산의 67만1천291주(0.31%)와 삼성화재 개인연금의 90만주(0.41%)만 남아 지분율이 종전의 13.89%에서 0.72%로 축소됐다.
삼성은 한미은행 지분 처분에 대해 삼성전자의 경우 비주력 사업 정리 차원에서 이미 작년 주총에서 처분 계획을 밝혔고 삼성생명은 2년 전 8천100원에 매수한 뒤 배당금을 포함해 8%의 수익률을 올렸기 때문에 매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종철 기자 kjc01@epayge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