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유치·이용한도 제한 등 최소 규제했어야
지난 3년여 동안 수천억원의 이익을 기록하며 전성기를 구가해 오던 신용카드업계가 올 하반기를 기점으로 경영에‘빨간불’이 켜졌다.
업계 평균 연체율이 7%에 육박하고 순이익의 증가율도 감소하기 시작했다.
호황을 맞은 지 불과 3년여만에 부실을 걱정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신용카드산업의 문제는 어디에서부터 잘못됐을까.
먼저 신용카드산업을 안이하게 판단하고‘탁상 행정’을 해온 재경부, 금감위, 금감원에 그 첫 번째 책임이 있다.
이는 지난 4년간 신용카드와 관련된 정부의 각종 조치를 보면 잘 알 수 있다.
지난 97년 8월 당시 재정경제원(현 재정경제부)은 예금자보호의 부담이 없는 신용카드, 리스, 할부금융, 신기술금융사에 대해 가급적 규제를 하지 않겠다며 기존의 법률을 하나로 묶는‘여신금융업법’을 제정했다.
이 법률은 정부의 의도대로 각 업종의 기본적인 사항만 규정했지 시장 질서를 바로 잡을 수 있는 최소한의 규제도 없었다.
또 금감위는 99년 1월부터 70만원으로 제한해 오던 신용카드 현금서비스 한도를 전격 폐지하는 한편 그해 9월에는 신용카드 사용분에 대해 소득공제를 해 주는 등 신용카드 사용을 적극적으로 장려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정부는 신용카드 사용 장려를 통한 세수(稅收) 확대만 생각했지, 신용카드 사용 확대에 따라 파생되는 각종 부정적 요인들을 고려치 못했다.
사실 신용카드 규제 완화를 검토했던 98년 하반기에도 신용카드와 관련한 많은 문제가 노출됐었다.
98년 상반기 현재 신용카드 연체액이 3조원을 넘었으며 신용불량자수도 230만명에 달하는 등 각종 금융지표에서‘위험신호’가 나타났었다.
또 지난 99년 상반기엔 가계빚이 9조원을 넘어서자,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그럼에도 정부는‘예방’조치 없이 신용카드 사용 장려정책만을 고수했다.
이같은 정부의 허술한 탁상행정의 틈을 이용, 무분별한 영업을 해온 카드사들도 비난을 면하기는 어렵다.
신용카드사들이 현금서비스 이용한도 폐지이후 가장 먼저 취한 것이 한도 확대 조치이다.
카드사들이 연체의 위험을 알면서도 마구잡이로 이용한도를 늘려 준 것은 나름대로‘계산(?)’이 있었기 때문이다.
카드사들은 신용카드 채권은 보통 100∼200만원 정도의 소액채권이라 강하게 채근하면 대부분 상환한다는 경험상의 노하우를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신용카드사의 채권회수 과정의 민원이 여타 금융기관에 비해 많았던 것이다.
삼성, LG 등 재벌계 카드사들의 공격적인 영업에 비씨, 국민, 외환 등 은행계 카드사들도 동참했으며 이같은 방법으로 수천억원대의 순이익을 실현하는 카드사들을 보고 삼성캐피탈, 현대캐피탈 등 할부사들도 대출카드를 발급하는 방법으로 신용대출 경쟁에 뛰어 들었다.
이후 은행, 보험, 상호저축은행까지 신용대출 경쟁에 가세하면서 다중채무자가 양산됐으며 이어 대금업까지 성업을 이룸으로서 가계부실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만약 정부가 지난 99년 신용카드 사용 장려정책과 함께 최소한의 규제(신용카드 발급 및 이용한도 제한)를 취했더라도 현재와 같은 문제는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정부는 가계부실 문제가 사회 문제화된 최근에야 전례에 없는 초강경 규제를 취했다.
정부의‘뒷북 행정’때문에 전 세계가 부러워하는 국내 선진 신용카드산업을 부실산업으로 전락하게 하는 결과를 초래한 것이다.
이젠 정부가 가계부실 및 신용카드산업의 건전 발전이란‘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신중하고 현명한 판단이 요구되고 있다.
김덕헌 기자 dhkim@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