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와 함께 구매관행 혁신은 직접적인 원가절감 외에 ‘보이지 않는 비용’도 줄였다. 전자상거래로 투명성이 높아져 구매, 조달과 관련한 이른바 ‘떡고물’ 관행이 사라지게 된 것이다.
4일 금융계에 따르면 은행들의 구매관행 혁신이 성과를 발휘하고 있다. 지금까지 은행들은 필요한 장비와 전산제품을 수시로 조금씩 매입하는 방식을 사용했다. 그러보니 특정업체를 지정해 수의계약을 체결하거나 형식적인 경쟁입찰을 실시해 구매단가가 필요 이상으로 높았다는 지적이다.
우리은행은 B2B 전자상거래를 통한 물품조달로 구매혁신을 도모하고 있다. 우리은행과 거래를 원하는 기업은 은행을 직접 찾는 것이 아니라 B2B 전문회사인 아이마켓코리아(imarketkorea)의 홈페이지에 마련된 우리은행 옥션 게이트를 방문해야 한다.
우리 옥션 게이트에는 품목별 입찰참가자격 기준 및 입찰진행 내역이 공개돼 있다. 입찰자격 심사와 구매적격업체 선정도 아이마켓코리아가 직접 관장한다. 은행은 납품후 품질만 체크하게 돼 결국 업체 관계자가 은행을 찾아올 일이 없게 된 것이다.
우리은행은 소모성 비품의 구매도 온라인상에서 유행하고 있는 공동구매를 적용하고 있다. 전국의 영업점에서 신청하는 소량의 소모품을 한데 모아 비용을 절감하자는 취지에서 시행한 공동구매는 선진국형 영업시스템과도 연관돼 있다.
우리은행측은 소모품의 연간 예산이 30억원에 이르는 것을 고려하면 15% 정도인 4억5000만원은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국민은행은 구매절차 혁신을 통해 비용 절감의 효과를 톡톡히 얻고 있다. 김정태닫기

자동화기기의 도입 과정에서 300억원을 절약하는 데 성공한 바 있다. 국민은행은 올해 신규 도입하는 현금자동입출금기(ATM) 3300대를 3번에 걸쳐 나눠 구입했다. 경쟁입찰을 실시하되 예전처럼 입찰제안서를 한번만 받는 것이 아니라 은행이 원하는 수준까지 납품가격이 내려올 때까지 계속 수정안을 요구한 것. 3차에 걸친 응찰 결과 처음보다 300억원 낮은 금액으로 계약했다.
국민은행은 컴퓨터(PC) 본체와 단말기 구매 때도 이 같은 전략을 활용해 구입단가를 10% 이상 낮추는 데 성공했다. 이와 관련 국민은행은 프랑스의 구매전문 컨설팅업체인 CVA로부터 노하우를 전수받았다.
박준식 기자 impark@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