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한이양 책임경영체제구축 ‘성과’
지난 2000년 신창재닫기

일각에선 만성적인 외형성장위주의 경영에서 탈피, ‘투명경영’의 새바람을 몰고 왔다는 긍정적 평가를 내리고 있다.
그러나 교보생명과 생보업계안팎의 평가가 좋은 것만은 아니다. 평소 교보생명의 잦은 조직개편에 빚대어 그 성과를 폄하하는 시각도 적지 않다.
“2세경영체제 구축을 위한 모토에 불과했다”는 극단적 평가까지 들린다.
교보생명의 변화와혁신의 성과 및 과제, 그리고 문제점을 분석해 본다. <편집자주>
어느 조직이든지 규모가 커지면서 체계를 갖추면 작은 곳에서의 균열이 있기 마련이다.
반면 공동의 목적이라는 대의명분을 위해서는 이러한 사소한 균열은 감수해야 한다는 것도 조직 관리의 철칙처럼 돼 있다.
상당 규모의 조직을 갖춘 이익단체는 이러한 두가지 상반된 이해 관계를 절충하는 게 경영상의 어려움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특히 고객이 ‘사는 상품’이 아닌 고객에게 ‘팔아야 하는 상품’을 취급하는 보험사의 경우 조직의 균열은 공동의 목표보다 우선 순위를 지닌다.
이런 점에서 ‘변화와혁신’이라는 경영 슬로건을 들고 나온 지난 2년간의 교보생명 에 대해 조직측면에서 관찰할 경우 부정적평가가 우세하다.
빈번한 조직개편과 임원인사, 그리고 2세경영친정체제구축을 위한 외부인사영입등으로 교보의 최대강점인 특유의 응집력은 오히려 크게 약화됐다는 평가다.
교보생명이 ‘변화와혁신’을 시도한 근본취지는 과거 외형 성장 위주의 전략에서 탈피, 새로운 금융 환경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었다.
이를 위해 신창재 회장이 선택한 것중 가장 눈에띄는 것은 조직 정비 작업을 위해 대대적인 메스를 가한 것.
먼저 본부장, 부서장 등 결제권을 가진 책임자들에게 인사, 예산등의 권한을 위임하는 책임 경영체제를 강화했다. 동시에 조직을 보험, 자산, 지원 등 3개 사업부제로 통합했다.
이에 앞서 교보생명은 지난해 5월 이례적으로 10명의 임원을 퇴임시켰다. 정확히 신창재 회장 취임 이후 1년여만에 이뤄진 대대적인 인사 개편이었다.
이는 ‘변화와혁신’이라는 대의명분을 위해 임직원을 줄일 수 있다는 신 회장의 의지를 반영 한 것이었다.
당시 퇴임한 임원들은 대부분 고졸 출신과 단체 영업쪽 임원들이었다.
그후 다시 1년이 지난 현재 교보생명 내부에서는 다음달 주총을 앞두고 임원 인사설이 무성하다. 교보생명의 현재 임원수를 감안할 때 10여명 수준의 임원이 퇴임할 것이라는 쪽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특히 신창재 회장은 지난 주 경영전략회의에서 직원들의 구조조정과 관련한 질문에 교보생명이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조직 슬림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이미 변화와혁신 업무를 총괄하는 변화지원팀 담당 이모상무가 돌연 사임했으며 국제업무팀의 모임원도 자리를 떠나 인사개편의 전운이 감돌고 있다.
특히 변화지원팀은 변화와혁신 실무외에도 ‘동북아 최고보험사’라는 교보생명의 중장기 비전을 수립하는 핵심 브레인팀으로 알려져 있다.
일부에서는 변화지원팀의 총괄 임원이 신창재 회장의 고등학교, 대학교 동창이기 때문에 사임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사실 이상무는 원래 중견 IT업체 사장출신으로 애당초 변화와 혁신팀을 이끌 적임자가 아니었다는 평가가 많다.
그래서 이는 조직력누수를 가져온 큰 원인중 하나로 2세경영체제 구축을 위한 부적절하고 빈번한 인사임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로 지적된다.
결국 이로 인해 교보생명이 창업 이후 줄곳 보여준 일사불란한 조직의 힘은 점점 찾아보기 어려워지고 있다는 게 중론이다.
송정훈 기자 jhsong@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