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의 같은 금융계열사인 삼성캐피탈과 삼성카드의 신경전이 업계의 화제다.
양사는 동일 그룹 계열사이며, 또 업종은 다르지만 같은 제2금융권에 속해 있는 계열사이기 때문에 ‘가족’이나 마찬가지. 하지만 여신 전문금융업법이라는 같은 법규를 적용 받는다는 점에서 경쟁상대이기도 하기 때문에 신경전이 날카로운 것.
특히 삼성캐피탈 제진훈(諸振勳)사장이 삼성카드 동향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신용카드사의 한 관계자는 “요즘 업무상 경쟁관계에 있지 않은 신용카드사에 삼성캐피탈 사람들이 전화를 걸어 와 언론보도 등에 대해 문의를 하는 일이 잦다”며 “특히 같은 금융계열사인 삼성카드 일에 대해 이것저것 캐묻는 일이 있어 당황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왜 상관도 없는 일에 관심을 갖느냐고 물어보면 ‘사장님 관심사항’이라고 말한다”라고 덧붙였다.
새해에 접어들면서 양사의 이러한 경쟁심은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삼성캐피탈이 지난 2000년 선보인 대출전용카드 시장에 삼성카드가 금년에 진출했고, 삼성캐피탈은 여전업법이 개정되면 현재 할부금융에 그치지 않고 삼성카드에서 취급하고 있는 리스업에도 진출할 계획이다.
여전사라는 점에서 동일 업종이어도 사실상 경쟁관계가 형성되지 않았지만 이제는 동일 그룹 계열사간의 경쟁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삼성캐피탈의 리스시장 진출은 아직 그 시기 등이 결정되지 않았지만, 삼성카드는 삼성캐피탈의 ‘아하론패스’와 유사한 대출전용카드인 ‘바로론카드’를 이미 출시, 길거리 모집 장소에서 카드회원 모집과 함께 삼성카드 소지자면 누구에게나 바로론카드를 발급하고 있다.
이로 인해 위기감을 느낀 삼성캐피탈은 지난해 직원들이 직접 나와 아하론패스와 바로론카드의 금리와 서비스 등을 비교한 전단지를 뿌리며 계열사 카드를 쓰지 말도록 선전하는 웃지 못할 일도 발생했었다.
여전업계 한 관계자는 “諸사장의 호방한 성격과 공격적인 경영스타일, 그리고 그룹내에서의 보이지 않는 경쟁심리로 인해 업종이 다른 계열사임에도 불구하고 규모나 실적이 월등한 삼성카드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갖고 있는 것같다”고 말했다.
김성욱 기자 wscorpio@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