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 등 부실기업 처리 지연에 따라 국내 주식시장이 폭락하는 등 불안한 금융시장의 불똥이 시중 은행장들에게로 튀고 있다. 당장 하이닉스반도체와 법정관리를 신청한 인천정유 등에 지원한 여신에 추가충당금을 적립해야 하는 부담속에 특히 시중은행장들에 대한 최근 시장의 평가가 근래 들어 최악이다.
최근 몇몇 시중은행장들은 “책임을 방기하고 있다” “생각이 딴데 있다” “말하는 것과 행동이 다르다” 등의 악평을 받으며 온갖 구설수에 오르내리고 있다.
반면 산업 기업 수출입 등 국책은행장들은 시장에서 상대적으로 호평을 받고 있어 대조를 이루고 있다.
최근 도마위에 가장 많이 오르고 있는 행장은 김경림 외환은행장. 최대 이슈인 하이닉스반도체 정상화안을 주도적으로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데다 아예 “적극성이 없는 것 아니냐”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 행장은 외환은행 부임 직후 현대건설 사태가 터져 잠깐 구조조정을 주도하는 면모를 보이는 듯하더니 최근들어서는 하이닉스와 관련 주채권 은행장이면서도 뚜렷한 목소리를 내지 않고 있다.
물론 이같은 분위기는 채권 금융회사들간에 복잡한 이해관계로 팽배한 책임회피 분위기와 상통하는 면도 있지만, 김 행장의 경우 좀 심하다는 평판이다.
강정원 서울은행장은 ‘뜨뜻 미지근한 스타일’로 구설수에 오르내리고 있다. 지난 상반기까지 도이체방크와 서울은행 매각작업을 이끌며 협상파트너로 DBCP를 불러오는 등 성과가 있으면서도 무언가 확실한 ‘태도’가 없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현재 매각작업을 예보가 주도하고 있어 나설 수 없는, 어쩔 수 없는 입장”이라는 ‘옹호론’도 많지만 외국계 금융회사 출신들의 일반적인 특징인 “자기 일만 하면 된다”는 소극성이 임원 이탈등 내부단속 미흡이라는 결과를 낳았다는 지적도 있다.
하이닉스 인천정유 등 계속 문제되고 있는 기업들에 대규모 여신을 보유, 이들과 생사고락을 같이 할 위성복 조흥은행장도 부임초기와는 달리 최근들어서는 평가가 예전같지 못하다.
위 행장은 최근 쌍용양회 금융지원 선결조건으로 ㈜쌍용 지급보증 해소를 주장한 산업은행의 안을 거부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문제의 근본적인 조기 해결을 원하지 않는 것 아니냐는 구설수에 올라있다. 임기가 내년 4월로 다가오면서 “생각이 딴 데 있는 것 아닌가”라는 소리도 들린다.
조흥은행은 이 문제와 관련 “쌍용양회 회생과 ㈜쌍용 지급보증 해소 문제는 전혀 별개 문제로 최대 채권자인 산업은행이 자신의 이해관계에 따른 주장을 펼치고 있다”는 입장이다.
위 행장은 산은 정건용 총재와 이 문제를 놓고 최근 직접 담판을 벌였으나 입장차이를 해소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어쨌든 조흥은행이 위 행장의 경영능력과 리더십으로 IMF 위기를 잘 극복하고 있다는 지금까지의 평가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이다.
이에 따라 위 행장이 2일부터 약 2주간 ABA(아시아 은행 협의회) 총회 참석 및 미국현지 IR을 위한 외유등 현안을 계속 지연시키고 있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합병은행장에 선임된 김정태닫기

김 행장은 최근 이슈가 된 기금 이관 문제에 대해 “기금 이관이 현실적으로 어려울 뿐더러 설사 넘어가더라도 주택은행의 영업기반 및 수익기반에는 큰 문제가 안된다”는 주장을 하고 있으나 사실은 기금을 내주지 않기 위해 건설교통부등 정부측을 설득하기에 분주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합병은행장에서 탈락해 최근 두문불출(?)하고 있는 김상훈 국민은행장은 최근 의사회 의장직 ‘수락’이냐 ‘용퇴’냐를 놓고 고민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합병은행 출범 이전에 은행장을 그만둘 수도 있다는 해석이다.
이에 대해 직원들의 불만이 다시 높아지는 분위기이다. 김 행장이 은행장을 그만두면 구심점이 없는 상황에서 어떻게 주택은행과의 대등한 통합을 이끌어 낼 수 있겠느냐는 우려에서이다. 김행장이 없으면 그나마 이사회 의장직을 김정태행장이나 제3자가 맡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김 행장의 용퇴 고민은 무책임하다는 것.
반면 국책은행장들은 상대적으로 호평을 받고 있어 대조적이다. 산업은행 정건용총재는 특유의 결단력과 과감성으로 인해 하이닉스와 대우차 처리 등에서 ‘금융의 달인’이라는 평가를 이어가고 있고, 김종창 기업은행장은 민간출신보다 오히려 나은 경영능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호평을 받고 있다.
이영회 수출입은행장도 최근 국가적인 수출드라이브 정책을 뒷받침하기 위해 동원가능한 온갖 지원방안을 강구, 수출기업 지원에 나서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송훈정 기자 hjsong@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