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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연찮은 서울銀-DBCP 매각 협상

송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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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01-08-19 18:47

“금융당국 상대 알고 매각하나” 또 구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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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규모 펀드에 경영권 운운…성사돼도 문제

‘성과주의’ 경계해야…‘제일銀 재판’ 우려


서울은행 매각을 주도하고 있는 재경부등 금융당국의 매각 협상력에 의심이 간다는 ‘해묵은’ 지적이 또 일고 있다.

우선협상 대상자인 DB Capital Partners(DBCP) 펀드의 투자 성격이나 규모 등 상대방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오로지 매각만 성사되기를 바란다는 지적도 끊이질 않고 있다.

또 매각이 우선인지 공적자금 회수가 우선인지 도대체 정책의 우선순위가 뭔지를 모르겠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20일 금융계에 따르면 서울은행 매각실사를 벌이고 있는 DBCP의 경영권 인수 여부와 향후 서울은행 처리와 관련한 금융당국의 협상력등에 대한 의문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당국이 DBCP펀드의 실체를 알고서도 매각을 추진한다면 서울은행은 제2의 제일은행이 되거나 또는 더 큰 문제를 낳을 수 있다는 지적도 크다.

우선 ‘금융당국이 DBCP를 제대로 알고 있는가’라는 게 금융권의 근본적인 문제 제기. 최근 금융당국 모 인사는 “DBCP가 서울은행의 경영권을 인수할 ‘강한’ 의사를 갖고 있다”며 매각이 잘 진행될 것임을 시사했다. 가격이 얼마인지 매각된 이후 그들의 경영전략이 어떤 것인지 전혀 밝히지 않은 채 오로지 경영권을 포함한 매각에만 열중하고 있다는 인상이 역력하다.

DBCP의 진면모는 ‘도이체방크’라는 큰 산에 가려 우리에게 알려져 있지 않지만, 전세계에 걸쳐 총 70억~100억달러 정도의 투자자산을 운용하는 ‘고수익 기업투자 펀드’(private equity fund)에 불과하다. 지난해에는 101개 기업에 총15억달러(약 2조원)를 투자, 한 개 기업 평균 투자액이 약 1500만달러(약 200억원)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은행 매각은 주당 액면가에 50%만 인수해도 약3400억원이 소요되는 거대 프로젝트인데 DBCP가 자신들의 1년 투자액의 약 15%를 우리나라에, 그것도 서울은행 1개 기업에 투자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넌센스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평소 DBCP의 투자패턴과 규모를 감안하면 서울은행 매각이 쉽지 않다는 게 금융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또 DBCP는 북미, 남미, 유럽, 오스트레일리아, 일본, 아시아(홍콩)등 크게 6개 지역에서 개별적인 지사와 개별 펀드를 운용하고 있고, 각 지사별 연간 투자액은 서울은행 예상 매입 가격에도 훨씬 못 미치는 규모이다.

한 예로 DBCP 뉴욕의 경우 500만~2500만달러 정도의 소규모 펀드를 3~7년 만기로 운용하며 채무구조조정, 회사 매입 및 분할, IPO(기업 공개) 이전 초기 투자 등에 주력하고 있다.

게다가 서울은행 매각 협상자인 DBCP는 사실상 DBCP 아시아(홍콩)며 이들이 조건이 맞아 매입을 결정하더라도 다른 투자 기관들의 자금을 끌어들이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따라서 DBCP가 서울은행에 단지 투자만 하더라도 다른 기관과의 콘소시엄 구성은 너무나 당연한 일인데도 금융당국이나 관련자들은 DBCP의 콘소시엄 구성이 마치 DBCP가 서울은행의 ‘경영권 인수’를 강하게 표명한 것처럼 인식하는 것은 오판이기 쉽다는 지적이다.

DBCP 유럽의 경우 지난 2월 독일의 유망한 IT업체인 스투라투스테크널러지社에 인텔, 컴팩 등과 콘소시엄을 구성, 1억1500만달러의 대규모 투자를 하기도 했지만, 이 당시에도 DBCP펀드 자금은 5000만달러(약 650억원)만이 투입됐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이처럼 소규모 투자 펀드인 DBCP를 중심으로 한 컨소시엄에 서울은행 매각을 연연해 하는 금융당국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만일 금융당국이 이같은 배경을 알고서도 서울은행 매각을 계속 추진하고 있다면 더욱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헐값 매각 시비가 아직도 일고 있고 뉴브리지가 경영권을 쥔 이후 금융당국과 계속해 마찰을 빚고 있는 제2의 제일은행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금융당국의 매각 협상력에 대한 의구심도 가시질 않고 있다. DBCP의 서울은행 매각 협상을 총지휘하고 있는 로이 맥켈비(Roy McKelvie) DBCP아시아 사장은 지난 5월 부임했고, 그의 경력을 감안하면 금융당국이 서울은행을 좋은 조건에 제대로 팔 수 있을 지도 의문이라는 지적이다.

맥켈비 사장은 DBCP아시아 사장 부임 이전 유럽에서 가장 큰 투자펀드인 3i그룹에서 10년을 근무한 M&A및 주식펀드 전문가로 알려졌다. 그는 아일랜드, 영국, 유럽, 오스트레일리아 등지에서 근무하며 각종 주식펀드를 설립, 운용하기도 했다.

한편 평소 DBCP의 투자패턴은 이들이 서울은행 경영권을 인수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에 힘을 실어준다. 이들은 6개 지역 해당 지사에 150여개 소규모 전담팀을 구성, 펀드를 만들고 목표한 투자수익을 내는데 주력하고 있어 지금까지 투자와 함께 경영권을 인수한 사례가 별로 없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 매각 관계자도 “최근 정부 인사가 DBCP가 서울은행 경영권까지 인수할 것이라고 밝힌 것은 현재로선 기대하기 어렵다”고 잘라 말했다.

설령 서울은행의 경영권을 인수해 별도의 경영자를 영입하더라도 이 CEO가 배후에 있는 DBCP 단기 투자전략에 따라 움직일 수 밖에 없는 문제도 크다. 지난번 제일은행이 IT부문 아웃소싱을 놓고 노사간 극렬한 대립을 보여 준 것처럼 유사한 사태를 맞을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앞으로 3~5년(통상 고수익 기업투자 펀드의 만기) 이후 서울은행의 재매각을 위해서는 최대한 몸집을 가볍게 만들기 위해 ‘사족’을 다 잘라내야 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IMF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국제 사회의 공허한(?) 신뢰를 얻기 위해 서울은행을 매각하는 것인지 우리나라 금융산업 발전과 공적자금 회수를 위해 서울은행을 매각하는 것인지 분명히 할 때라는 중론이다.



송훈정 기자 hjsong@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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