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기업이 직원들을 무시하고 창업주나 경영주에 좌지우지되서는 안될 것”.
기업이 돈 많이 벌고 계속 살아있으면 가장 좋은 일이지 무슨 소리냐며 반문할 수 있다. 위의 명제는 안철수닫기안철수기사 모아보기연구소 사장인 안철수씨가 최근 펴낸 책에서 우리에게 던진 화두이다.
IMF 이후 주식(돈)으로 환산한 가치 증대가 기업의 지상최대 과제가 돼버린 우리 사회에 벤처기업가로 성공한 안철수씨가 밝힌 경영철학이 기업 및 금융계에 적지 않은 여운을 던지고 있다.
안 사장은 최근 펴낸 ‘영혼이 있는 승부’라는 자서전에서 자신이 안철수연구소를 발전시켜온 과정과 함께 자신의 기업철학을 밝혀 세간의 화제가 되고 있다.
특히 안 사장은 주택은행 사외이사를 겸하고 있어 합병은행에 던지는 시사점은 더욱 크다.
안 사장은 저서에서 “경영자의 목표는 영속하는 기업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영혼이 있는 기업을 만드는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여기서 영혼은 종교적인 의미는 아니다. 기업 구성원들의 ‘공통된’ 가치관과 신념 및 핵심역량을 가리키며, 이것이 갖춰질 때 비로소 기업이 영혼을 갖게 된다고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안 사장에 따르면 영혼이 있는 기업은 영속할 가능성이 가장 높으며, 설사 그 기업이 소멸하더라도 경영진과 직원들이 가졌던 영혼은 사라지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국민 주택 두 은행은 현재 합병은행 CEO를 결정하고도 서로 아귀다툼을 하고 있다. 앞으로의 주도권은 더더욱 내줄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합병은행의 ‘공통된’ 가치관은 “내가 너 보다는 낫다”는 경쟁심리 밖에는 없어 보인다.
합병은행은 앞으로 수 년 안에 주가를 몇 배 띄운다고, 또 시가총액을 몇 배 띄운다고 공언했다. 주식을 적게는 수십억에서 많게는 몇천억까지 손에 쥔 대주주들은 환호할 만한 일이지만 합병은행의 직원들이 왜 그렇게 일해야 하는지는 안 사장의 ‘영혼론’을 헤아리지 않고는 모를 일이다.
은행은 덩치가 큰 구시대 산업이고 안 연구소는 덩치가 작은 성공한 벤처기업이라는 구분만으로 입장이 다르다고는 말할 수 없다.
IMF 위기 이후 3년동안 전쟁같은 하루 하루를 지내고 또 앞으로도 추가 합병 및 구조조정으로 냉가슴을 앓아야 할 임직원들에게는 안 사장의 주장이 영원히 안 들릴 수도 있어 안타까운 일이다.
송훈정 기자 hjsong@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