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발표한 증권거래 ‘건당 정액 수수료’가 ‘자율이냐 의무냐’를 놓고 증권업계가 혼란에 빠졌다. 이는 ‘건당 정액 수수료’가 정률제인 현행 수수료 체계만큼 시장경쟁에서 민감한 사안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건당 정액 수수료’가 증권사의 자율일 경우 고객 이탈에 대한 부담 때문에 증권사 마다 수수료 부과를 회피할 수 있다며 이렇게 되면 시행 자체가 불가능할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또한 의무화라면 증권사간 소모전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라도 정부와 증권사 실무자들이 모여 기본 수수료에 대한 아웃라인을 미리 책정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17일 증권사 한 관계자는 “현재 정부가 발표한 내용만으로는 ‘건당 정액 수수료’가 증권사 자율인지 의무사항인지 도무지 알 수 없다”며 “개정 상황에 대한 아무런 언급이 없어 내부적으로 조치를 취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14일 정부는 ‘건당 정액 수수료’에 대해 ‘거래소 규정은 기본 수수료를 받도록 하는 원칙을 규정하고 구체적인 수수료 및 요율 등은 각 증권사가 자율적으로 결정하게 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들은 원칙만 규정하고 ‘건당 정액 수수료’ 체계를 증권사 자율에 맡긴다는 것은 고객에게 수수료를 안받아도 되는 것 아니냐며 시행 자체가 무의미하다고 반박했다. 또한 수수료 이중 부과로 인해 고객이탈 위험성이 높아질 것이 뻔한데 어떤 증권사가 이 규정대로 시행하겠냐며 불만을 나타냈다.
증권사 관계자는 “정율제로 돼있는 현행 수수료 체계에서도 증권사간 신경전이 치열한 상태인데 불투명한 규정을 시행한다면 혼란만 가중될 뿐”이라며 “‘건당 정액 수수료’가 공염불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정부가 정확한 입장 표명을 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증권사들은 ‘건당 정액 수수료’가 의무화일 경우에도 증권사간 담합이나 수수료 경쟁 등의 폐해를 불러올 수 있다며 미리 정부와 증권사 실무자들이 모여 수수료 기준을 책정해야만 한다고 주장했다.
임상연 기자 sylim@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