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방카슈랑스 조기도입 방침에 따라 보험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진념 부총리 겸 재경부장관이 아시아개발은행(ADB) 총회에서 가진 12개 은행장들과의 조찬회에서 방카슈랑스 제도를 이르면 내년 중 조기 허용하겠다고 밝힌데 따른 것이다. 이에 은행권이 방카슈랑스를 위한 준비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지면서 보험업계는 심각한 타격을 입지 않을까 우려하는 분위기가 감돌고 있다.
17일 금융계에 따르면 외국사가 대주주인 하나·주택은행과 최근 출범한 우리금융지주회사 등을 중심으로 은행권이 방카슈랑스 조기도입을 위한 만반의 준비에 들어갔다.
독일의 알리안츠가 대주주인 하나은행은 프랑스생명 지분 50%를 인수하는 방안을 고려중이다. 하나금융그룹 설립을 추진 중인 하나은행은 프랑스생명 지분을 인수하게 되면 프랑스생명이 주요 보험업무를 담당하고 자산운용은 하나알리안츠투신운용에 맡길 것으로 알려졌다.
ING가 대주주인 주택은행도 행내에서 100명의 ‘방카슈랑스 리더’를 공모, 보험업무에 필요한 자격증 취득 등의 관련 교육을 실시할 계획이며, 신한은행도 방카슈랑스 시행에 대비, 계열사인 신한생명과 연계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우리금융지주회사는 자회사 기능 재편을 위한 구체적인 작업에 들어갔는데, 보험분야는 해외보험사와 제휴를 맺어 자회사 점포망을 통해 판매하는 방카슈랑스 형태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와 같은 은행권의 적극적인 공세에 보험업계는 당황하는 분위기다. 지금까지 은행에 보험 데스크를 설치, 인하우스 형태로 보험상품을 판매한 결과 1000만원 이내의 보험료 수입을 올리는데 그쳤던 보험업계로서는 은행이 직접 보험상품을 판매하게 되면 시장잠식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방카슈랑스가 국내 실정에 맞는지 여부는 아직 판단하기 이르지만 은행 고객들은 창구로 직접 찾아오는 고객이라는 점을 감안해보면 어느정도 파장을 몰고 올 것으로 보인다”며 “보험사들도 방카슈랑스에 적극 대처하기 위한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양우 기자 sun@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