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은행장 출신 인사들의 위상이 예전만 못하다.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장들은 예전 같으면 임기를 마치거나 임기 중간에도 더 나은 자리로 영전해 가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요즘은 중간에 경질되지 않으면 다행이라는 소리가 나올 정도로 국책은행장 위상이 시원찮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엄낙용 前 산은총재는 지난 9일 전격 경질된 후 아직 마땅한 자리를 배정받지 못했고, 수출입은행 양만기 행장도 지난 19일로 3년의 임기를 마쳤으나 갈 곳을 찾지 못했다.
금융계 일각에서는 국책은행장 출신 인사들의 이같은 ‘수난’에 대해 정부 주도의 경제개발 시대가 이미 끝난 데다 IMF를 맞아 구조조정이 계속 진행되고 있어 국책은행의 위상이 예전만 못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리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국책은행장 출신으로는 격에 맞지 않다는 소리를 듣는 자리로 가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양만기 前수출입행장은 현대건설 재무담당 이사(CFO)로 갈 지 모른다는 이야기가 들린 지 오래다.
상식적으로 국책은행장 출신이 갈 자리가 아닌 것 같은 데도 계속 이런 이야기가 들리고 은행측에서도 적극 부인하지 않는 것을 보면 격세지감이 든다.
산은 관계자도 “엄낙용 전총재의 경우 경질 직전에 KOTRA(대한무역진흥공사) 사장으로 갈지 모른다는 소문도 있었지만 예전 같으면 총재 출신이 생각도 안하던 자리다”며 추락한 국책은행장의 위상을 하소연했다.
다음달 12일이면 임기를 마치는 기업은행 이경재행장도 아직은 확실하게 갈 자리가 있다는 소리가 없는 것을 감안하면 예외가 될 수 없는 것이 아닌 지 귀추가 주목된다.
송훈정 기자 hjsong@fntimes.com